천연제품엔 발암물질이 없다?

서울식품안전뉴스

발행일 2017.12.11. 09:34

수정일 2017.12.11. 16:03

조회 1,169

검사

암은 인류가 가장 걱정하는 질병이다. 삼십년 후에 암이 완치된다는 전망은 삼십년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만큼 암은 어려운 질병이다. 많은 치료법이 개발되었고 실제로 치료 효과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치의 병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고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을 경계한다. 가끔씩 식품 속에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공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발암물질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늘은 그 발암물질의 진실과 거짓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발암물질은 1, 2, 3, 4등급으로 분류한다?

흔히 발암물질이라고 번역되는 영어 단어는 carcinogen인데 우리말로 하자면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라기보다는 ‘요인’에 가깝다. 예를 들어 흡연이나 음주 같은 행위도 발암요인이다. 더 정확한 번역을 하자면 ‘암유발원’ 정도가 어울릴 것이나 지금까지 발암물질로 통칭되어 왔다.

출처: <솔직한 식품> (창비, 2017, 70쪽)

이러한 발암물질의 분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가장 많이 통용되는 분류법은 국제 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 (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의 분류법이다. IARC는 암과 관련된 물질이나 요인을 다섯가지 그룹(1, 2A, 2B, 3, 4)으로 분류한다. 먼저 그룹 1은 인체 발암성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 물질, 그룹 2A는 인체 발암 여부는 불충분하지만 실험동물 자료는 충분한 물질, 그룹 2B는 인체 발암성과 실험동물 자료 모두 제한적인 물질, 그룹 3은 인체 발암성 물질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 그리고 마지막 그룹 4는 비발암성이라고 여겨지는 물질이다.

하지만 IARC의 분류 이외에도 유럽연합(EU)의 3가지 카테고리 분류법, 미국국립독성프로그램(NTP)의 2가지 분류법, 미국환경청(EPA)의 A-E까지 5가지 분류법 등 다양한 분류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발암물질을 분류한다. 예를 들어 EU의 발암물질은 총 1,178종인 반면, NTP의 발암물질은 245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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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군 발암물질이 2, 3군 발암물질보다 더 위험하다?

IARC는 발암물질을 ‘그룹’으로 분류했는데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이 그룹을 ‘급’으로 번역했다. 하지만 1급, 2A급, 3급 이런 식으로 부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1급이 더 위험하고 그 아래 급은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급’이 아니라 ‘군’으로 부른다.

1군 발암물질이 2A, 2B군 발암물질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1군 발암물질은 2군 발암물질보다 더 확실히 인체에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해야 한다. 즉 인체 발암성에 대한 더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뜻이다. 2군이나 3군 발암물질은 인체 발암성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부족할 수도 있고 발암성이 없을 수도 있다. 즉 각 그룹(군)의 분류는 그 물질에 대한 연구 정도와 증거의 양과 관련성이 있다. 얼마나 암을 잘 일으키는가와 정확하게 비례하진 않고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그룹이 바뀌거나 새로운 물질이 추가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음주는 1군 발암요인인데 암과 확실한 관계가 있지만 술을 마신다고 다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3. 발암물질이 들어 있으면 위험하다?

참기름을 볶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벤조피렌이라는 1군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감자튀김을 잘못 만들면 2A군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된다. 발효가 잘못되면 2A군 발암물질인 에틸카바메이트 같은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발암물질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어렵고 때문에 거의 모든 식품에 다 조금씩 들어 있다. 그러므로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 자체로 위험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노출량과 섭취량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는 각 발암물질의 기준치를 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가끔 식약처에서 시중의 식품들을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 들어 있는 제품이 있었다을 뉴스가 보도되어 소비자들이 불안에 떠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보통 식약처의 기준치는 매우 엄격하게 정해져 있고 그 기준치를 넘은 식품을 몇 번 섭취한다고 바로 암에 걸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언제나 제일 중요한 것은 식품 속의 함유량과 섭취량이다. 극미량의 발암물질은 거의 어디나 다 들어 있다.

4. 천연 발암물질은 없다?

흔히 천연물질은 안전하고 암을 일으키지 않거나 심지어 항암물질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오해다. 커피를 비롯한 식물에 고루 존재하는 카페산(caffeic acid)은 2B군 발암물질이며 커피의 로스팅 과정 중에 생기는 발암물질은 19종에 이른다. 버섯에 들어 있는 몇 종류의 하이드라진류(hydrazines)나 후추의 사프롤(safrole) 등은 2B군 발암물질이다. 또한 최근 적색육의 섭취는 2A군 발암요인에 등재되기도 했다. 모든 천연 물질을 다 테스트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실험을 해본다면 아마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물질이 발암물질 목록에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발암물질이라고 무조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역시 중요한 것은 함유량과 섭취량이다. 발암물질은 음식을 조리하는 와중에 발암물질이 생기기도 하지만 파괴되기도 한다. 발암물질이 체내에 들어와 DNA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쉽지 않지만 우리 몸은 그 돌연변이를 다시 복구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지나친 발암물질에 대한 공포보다는 좀 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출처 : 서울식품안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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