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시인 ‘만인보’ 집필서재 직접 가보니…

시민기자 최은주 시민기자 최은주

Visit639 Date2017.11.28 15:01

`만인의 방`에 재현해 놓은 고은 시인의 책상 ⓒ최은주

`만인의 방`에 재현해 놓은 고은 시인의 책상

만인의 방-지도에서 보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신사들이 서울도서관으로 모여들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문학, 예술계 원로들이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이다. 고은 시인의 역작 만인보와 관련된 전시공간인 ‘만인의 방’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오는 길이었다. 만인보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5,600명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들 삶을 노래한 연작시로 집필 기간이 무려 25년에 이르는 대작이다.

만인의 방에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곳은 만인보를 쓸 당시의 방을 실감 나게 재현해 놓은 서재였다. 고은 시인이 만인보를 집필했던 안성 서재를 그대로 옮겨 놓은 이곳엔 셀 수 없이 많은 책이 있었다. 가운데엔 시인이 직접 사용한 앉은뱅이 책상과 책들, 원고 집필을 위해 모아놓은 자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책상 위 어지럽게 펼쳐진 책과 원고들 사이에 고은 시인이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보며 만인보를 쓰던 때 시인의 열정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만인보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는지, 만인보의 산실을 구경하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고은 시인이 `걸인독립단`을 낭송하는 모습 ⓒ최은주

고은 시인이 `걸인독립단`을 낭송하는 모습

‘만인의 방’ 이름은 시인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만인보가 만인의 삶과 일, 눈물과 노래에서 나왔듯이 ‘만인의 방’은 시민들의 삶과 일이 담긴 만인보를 써내려갈 장소라는 의미다. ‘만인의 방’ 앞에 놓여있는 책상은 우리가 써 내려갈 만인보를 떠올리기에 좋다.

한쪽 벽면엔 3·1운동 및 항일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육필원고 원본 자료가 전시된 개관 기획전 ‘민(民)의 탄생’이 마련됐다. 한용운, 이육사, 김구 등 3·1운동과 항일 독립운동가를 그린 시 뿐 아니라 만세운동을 벌인 걸인과 기생의 이야기도 있었다. 개관식에 참여한 고은 시인은 거지들도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며, 쩌렁쩌렁 청년의 목소리로 ‘걸인독립단’ 시를 낭송했다.

시 속에 담긴 결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대부분 원고를 이면지나 광고 전단지 뒷면에 썼기 때문에, 원본 원고 양면을 볼 수 있도록 전시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만인보 30권에 이르는 육필원고 1만여 장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 시민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 아카이브 검색공간도 마련됐다.

개관기념 기획전 `만인의 방`, 육필원고의 양면을 다 볼 수 있도록 전시중이다. ⓒ최은주

개관기념 기획전 `만인의 방`, 육필원고의 양면을 다 볼 수 있도록 전시중이다.

‘만인의 방’을 둘러본 평론가 김우창 교수는 “이런 시설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면서 “그동안 고은 선생 노벨상 얘기가 많았는데 노벨상보다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축하 말을 전했다.

‘만인의 방’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추진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 중 하나로 추진되었다고 한다. 만인보는 한 시인의 시집이기에 앞서 우리의 지나간 자취이고 역사이며 문화유산이다. 그러므로 만인보가 쓰인 과정과 기록을 들여다보는 일은 참으로 값진 일이다. 더구나 만인이 이용하는 도서관에 ‘만인의 방’을 설치하니 도서관의 의미가 더욱 빛을 발했다.

■ 서울도서관 이용안내
○ 위치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0
○ 이용시간 : 화~금요일 9:00~21:00, 토·일요일 09:00~18:00,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 홈페이지 : lib.seoul.go.kr
○ 문의 : 02-120, 02-2133-0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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