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흔적까지 아름다운 곳 ‘선유도공원’

시민기자 박분 시민기자 박분

Visit528 Date2017.11.21 15:45

정수장 침전지를 비워낸 낡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꾼 선유도공원 ⓒ박분

정수장 침전지를 비워낸 낡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꾼 선유도공원

꽃과 나무,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과 미루나무를 볼 수 있는 곳. 낡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주는 미학까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선유도가 아닐까?

단풍철에 산이 아닌 한강으로 떠났다. 양화대교 중간 지점에 자리 잡은 채 한강에 떠 있는 섬, 선유도공원이다. 선유도공원이 있는 선유도(仙遊島)는 ‘선유봉’이라 불리던 곳이니 원래는 섬이 아니었다.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仙遊)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강에 면한 수려한 절경이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에 여의도에 비행장을 건설하며 선유봉에서 돌과 모래를 무더기로 채취하기 시작했다. 또 그 이후로도 선유봉 돌과 모래는 무분별하게 채취돼 아름답던 봉우리며 널따란 모래밭은 결국 사라지게 됐다.

선유도공원에서 바라본 양화대교의 모습 ⓒ박분

선유도공원에서 바라본 양화대교의 모습

1978년에는 그 자리에 정수장이 들어서며 한동안 서울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다가 2000년에 정수장이 폐쇄된 뒤 2002년에 지금의 선유도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간 겪어 온 고난의 시간에 비해 선유봉 변천사는 짧기만 하다.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한 선유도공원에는 수생식물이 자라는 수조가 있어 물의 공원으로 불린다. 한강에 있는 여느 생태공원들과는 생김새가 사뭇 다르다. 정수장 시설에 새 옷을 입은 공원이기 때문이다. 공원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콘크리트 수조와 기둥 같은 옛 정수장 시절의 흔적들과 마주치게 된다. 녹슨 철근이 살짝 드러난 거친 콘크리트 구조물은 다양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어 거부감보다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선유도공원 우거진 숲 사이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박분

선유도공원 우거진 숲 사이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정화된 수돗물을 저장하던 지하 정수지는 ‘녹색 기둥의 정원’으로 불린다. 덩굴식물로 온몸을 감싼 콘크리트 기둥이 멋진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선유도공원 우거진 숲 사이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대나무와 산수유를 비롯해 온갖 나무와 꽃으로 가득한 ‘시간의 정원’은 숲속 오솔길처럼 오붓하다. 침전지였던 콘크리트 구조물과 식물이 잘 조화된 이곳에 들어서면 새소리도 정겹고 깃든 공기도 청량하다. 정수장 침전지를 비워낸 낡은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이리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내다니! 정수장시설과 공원이 어우러진 모습은 재활용의 미덕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찌꺼기를 처리하던 옛 정수장 시설에서 환경교실과 환경놀이마당으로 재탄생한 모습 ⓒ박분

찌꺼기를 처리하던 옛 정수장 시설에서 환경교실과 환경놀이마당으로 재탄생한 모습

옛 선유정수장 시절에 찌꺼기를 처리하던 농축조와 조정조는 이제 환경교실과 환경놀이마당, 원형극장 등으로 재탄생했다. 워낙 거대한 설비들이라 원형 형태의 이들 문화공간에 서면 마치 유적지에 온 느낌이다.

부들과 창포, 연 등이 자라는 수생식물원은 옛 정수장의 제1여 과장이었던 곳이다. 수생식물원 상부로 길게 이어진 수로가에도 물수세미와 부레옥잠 등 키 작은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가을 햇볕이 내려앉은 수로 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쉬어가는 시민들이 보인다. 수로를 따라 이어진 나무데크 길은 천천히 거닐기에도 그만이다.

유리 온실에는 선인장, 다육식물, 연꽃 등의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선유도공원 전망광장 앞에 올라서면 풍경이 확 바뀐다. 울긋불긋한 단풍 대신 이곳은 아직도 푸른 숲으로 일렁인다. 푸른 이파리 무성한 미루나무와 버드나무 때문이다.

다육식물과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선유도공언의 유리 온실 전경 ⓒ박분

다육식물과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선유도공언의 유리 온실 전경

특히 시원하게 뻗은 미루나무를 한강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경이롭다. 강변 둔치에서 높게 올라선 목재 갑판에서 바라봐도 미루나무는 높이 올려다 봐야할 정도로 키가 크다. 선유도공원의 미루나무는 가까이서 봐도 좋지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멋지다. 마치 고향 집 마을 어귀 신작로 길을 연상시킨다.

공원 전망광장 앞에서 성산대교와 양화대교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빌딩이 밀집한 여의도를 바라보며 볼록한 아치형의 선유교를 거니는 재미도 각별하다. ‘선유봉’이라는 아름다운 봉우리는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옛 정수장에서 역사의 향기를 간직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선유도공원에서 가을을 담아가면 어떨까?

선유도공원은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로 나와 10여 분 남짓 강바람 쐬고 걸으면 바로 보인다.

■ 선유도공원 안내
○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 343
○ 문의 : 02-2631-9368
○ 홈페이지 : parks.seoul.go.kr/seonyu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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