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산' 올라 가을을 만나요~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7.09.13. 14:38

수정일 2017.09.14. 09:44

조회 3,189

대모산-지도에서 보기

대모산에는 광평대군 묘역, 세종의 다섯째 아들 이여 내외 등 700여명 왕손의 묘가 위치하고 있다. ⓒ최용수

대모산에는 광평대군 묘역, 세종의 다섯째 아들 이여 내외 등 700여명 왕손의 묘가 위치하고 있다.

“대모산 꽃피면 내 마음 꽃 피네 / 대모산 눈 나리면 내 마음 눈 나리네 / 내 아침은 너를 오르는 일 / 내 저녁은 너를 꿈꾸는 일 / 너와 더불어 늙어 가면 / 하나도 슬프지 않네.”

서정시인 박정진의 ‘대모산’이란 시(詩)의 일부다.

대모산은 강남구 일원동과 수서동, 개포동과 자곡동 일대에 위치해 강남지역을 대표하는 산이다. 나지막하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숲을 간직하고 있다. 숲 체험을 하는 아이들, 책 읽는 중년의 아주머니, 쉼 없이 산을 오르는 아저씨들, 대모산(大母山)의 모습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키 작은 조팝나무, 여름이면 망태버섯이 샛노란 색으로 멋을 뽐내고, 가을바람에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까지 들려주는 울 어머니 가슴 같은 산이다.

대모산(大母山)이란 이름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산세가 흡사 늙은 할머니를 닮았다 하여 ‘할미산’ 또는 ‘대고산(大姑山)’으로 불리던 것을, 조선 제3대 태종과 원경왕후를 모신 ‘헌릉’이 자리한 후부터는 왕명(王命)으로 대모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또한 인접한 구룡산과 함께 대모산 봉우리가 여자의 젖가슴을 닮았다 하여 ‘대모산’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불국사 약사보전 모습, 이곳의 약사 부처에게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최용수

불국사 약사보전 모습, 이곳의 약사 부처에게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대모산은 고도 293m의 나지막한 산이다, 규모는 작지만 오랜 역사의 이야기가 지층을 이루고 다양한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도심 공원이다. 북동쪽 산기슭 수서동 궁마을에는 현존하는 서울 근교의 조선시대 왕손 묘역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광평대군 묘역’이 있다. 세종대왕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 이여(李璵) 내외를 비롯하여 태조의 일곱째 왕자 이방번(李芳蕃) 내외, 광평대군의 아들 영순군과 그 후손들의 묘소 700여 기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종가 재실을 중심으로 마을을 형성하고 있어, 이 마을은 궁말 또는 궁촌이라고 불린다. 1981년 서울시는 광평대군묘역을 서울특별시유형문화재 제48호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남쪽 서초구 내곡동에는 헌인릉이 있다. 헌릉은 태종과 그 비인 원경왕후 민씨 능이며, 인릉은 조선 23대 임금인 순조와 왕비 순원왕후 김 씨 능이다. 원래 왕릉은 물이 새어들지 못하도록 석곽 덮개돌을 한판으로 써야 함에도 아들 세종은 백성들이 다칠 것을 염려하여 현장에 나와 석곽 덮개를 반으로 쪼개도록 했다고 한다. 헌릉을 바라보노라면 세종의 ‘애민사상(愛民思想)’이 느껴진다.

또한 일원동 방향 산기슭에는 고려 공민왕 2년(1343년) 진정국사가 창건한 ‘불국사’가 있다. 한 농부가 밭을 갈다 땅속에서 돌부처가 나와 절을 짓고 약사 부처님을 모신 절이라 하여 ‘약사절’이라고 불렸다. 약사는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님으로 일반 불상과 달리 손에 ‘약함(지물)’을 들고 있다. 불국사로 향하는 산책로는 널찍하게 닦아져 있어 자연을 느끼며 걷기에 좋은 숲길이다.

돌탑전망대(좌), 우수조망소로 선정될 만큼 전망이 아름다운 정산(우) ⓒ최용수

돌탑전망대(좌), 우수조망소로 선정될 만큼 전망이 아름다운 정산(우)

이 외에도 대모산에는 4대 명물이 숨어 있다. ▲돌탑전망대 ▲연리목(連理木) ▲서울시 선정 우수조망소 ▲삼각점이 바로 그들이다.

돌탑전망대는 서울둘레길 대모산 구간(4-1코스) 중간쯤에서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임형우 씨가 15년간 쌓아 올린 20여 개의 돌탑, 그 앞에 서면 저절로 지성이 드려진다. 정상에 올라서면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강남·북의 빌딩 숲 그리고 멀리 북한산, 관악산까지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우수조망소가 있고, 삼각측량을 할 때 기준점으로 사용되는 삼각점(三角點)이 있다.

지하철 3호선 수서역 6번 출구를 나오면 서울둘레길 스탬프시설이 보인다. 이곳을 출발점으로 하여 정상(293m)까지 능선길은 왕복 3시간이면 넉넉하고, 정상에서 일원역(5번 출구) 방향으로 하산한다면 2시간으로도 충분하다. 쉼터와 약수터, 다양한 체육시설, 유아 숲체험장 등이 있어 휴식과 운동은 물론 자연학습장까지 내어주는 고마운 산이다.

정상까지 한 바퀴 돌았어도 운동량이 부족하다면 헌인릉으로 가보라. 하산길에 만나는 ‘헌인릉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쉽다. 왕릉 주변으로 이어진 제1·2 산책로는 사색의 계절, 가을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호젓한 길이다. 다가오는 긴 추석연휴, 멀리 떠날 계획이 없다면 대모산으로의 ‘가을마중 나들이’를 추천하고 싶다. 대모산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대부분 흙길이어서 가족 나들이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 대모산, 헌인릉 이용 정보
○ 위치 : 강남구 광평로 10길 50(일원동 청솔빌리지) 부근
○ 교통편 : 지하철3호선 수서역 6번 출구, 일원역 5번 출구 이용
○ 문의 : 대모산(강남구 공원녹지과 02-3423-6283), 헌인릉(02-445-0347), 서울의 산과 공원 홈페이지(http://parks.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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