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서 함께 책 읽기 ‘서울 북페스티벌’

시민기자 최은주 시민기자 최은주

Visit1,065 Date2017.09.11 17:49

엄마에게 기대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 ⓒ최은주

엄마에게 기대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가을이 오면 오래전 책꽂이에 꽂아두고 미처 읽지 못했던 책에 손이 간다.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도 가을에는 책 한 권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푸른 하늘 아래서 돗자리에 누워 문재인 대통령이 읽었던 ‘명견만리’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그런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 9월 9일 토요일 찾아간 서울광장엔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이 매년 개최하는 ‘2017년 서울 북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책을 즐기고 도서관을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펼쳐진 프로그램에 참여해 축제를 즐겼다.

서울도서관 앞 야외무대에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파란 가을하늘과 서울광장의 푸른 잔디 아래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모였다.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가 궁금했다. 진양혜 아나운서와 허희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된 북콘서트는 서울도서관 초대관장을 지낸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 유현준 교수, 어쿠스틱밴드 재주소년 박경환이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도서관 앞에서 진행된 북콘서트 ⓒ최은주

서울도서관 앞에서 진행된 북콘서트

패널로 나온 이용훈 평론가와 유현준 교수는 도시에서 살면서 책 읽기가 힘든 이유, 책 읽기와 공간 간의 관계 등 독서와 도시, 그리고 도서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갔다. 책 읽기 좋은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으로 삶의 여유를 꼽았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 경우가 많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서점의 매출이나 도서관 대출량을 살펴보면 일 년 중 9월이 가장 저조하다. 가을은 책 읽기에도 좋지만 나들이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많아서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책을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유현준 교수는 건축가 눈으로 볼 때 책 읽기 좋은 도시가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머무를 만한 공간’과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들었다. 서울에는 혼자서 정주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다른 도시에 비해 공원도 접근성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머물러 쉴 만한 공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책 읽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벤치나 조그만 코너 등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도서관은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유 교수 말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은 그 사람 생각을 배우는 데 있다기보다는 그걸 통해서 내 생각이 뭐냐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도서관이 설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콘서트가 열린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최은주

북콘서트가 열린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그런 면에서 책을 읽다가 눈을 들어 자연을 볼 수 있고, 외부 공간에 잠깐씩 나가 쉴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도서관을 좋은 도서관이라고 했다. 그가 현상설계 공모전에서 1등으로 당선된 청운대학교 도서관이 궁금해졌다.

서울에는 크고 작은 도서관이 많이 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 200개 가까이 되고 주변 작은 규모의 도서관도 1,000여 개에 이른다. 여기에 직장, 학교에 있는 도서관까지 합하면 도서관의 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도서관은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존재를 잘 모르고 있는 것은 도서관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훈 평론가가 “서울도서관은 안 보일 수 없죠”라고 하자 시민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서울시청 신청사가 지어지면서 구청사가 시민들의 도서관으로 개방된 건 시민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을 돌려주겠다는 철학이 담긴 결정이었다. 실제 그 공간을 도서관으로 사용하면서 뿌듯함도 느껴진다고 그는 밝혔다.

삼삼오오 모여 북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 ⓒ최은주

삼삼오오 모여 북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

사람들은 자신이 머물면서 쉴만한 곳을 찾아 헤맨다. 도시에서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동네책방 만큼 좋은 곳은 없다. 우리가 예전에 놀던 마당이나 골목길처럼 놀기도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동네 안으로 들어온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유 교수는 이런 서점이 홍대나 연남동 등 핫플레이스에 생기는 건 SNS로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세련되고 편안한 동네서점이 인기를 얻게 된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재는 어떻게 꾸미면 좋겠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유 교수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루이스 칸이 설계한 액스터 라이브러리를 이야기했다. 거기에 가면 창가에 책 읽는 곳이 있고 안쪽에 그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이 한눈에 보이도록 디스플레이 돼 있어 감동적이라면서 개인이 서재를 꾸밀 때도 서재를 따로 만들기보다는 집안의 데드 스페이스를 찾아 집 전체를 서재로 꾸미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조언했다.

이에 이용훈 평론가는 공공도서관은 시민의 서재라면서 집 안에 자기만의 서재를 갖는 것도 좋지만 공공도서관을 활용해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찾아서 쌓아놓으면 내 서재가 되는 것이니 공공의 서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줬다.

어린이들이 집 모형에 색칠을 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최은주

어린이들이 집 모형에 색칠을 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이날 북콘서트는 감성 보컬 재주소년이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했다. 달달한 목소리와 경쾌한 멜로디는 푸른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가을 하늘만큼 청량감을 선사했다.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달콤한 목소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책을 읽는 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별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다가 문제에 부딪히면 그때 후회가 밀려온다. 책을 읽고 싶지만 왜 쉽지 않았을까? 우리는 서울이라는 빠르고 바쁜 도시에 살면서, 느릿한 삶의 여유가 가질 수 없었고, 책을 읽을 만한 공간을 발견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고개가 끄덕여졌다.

북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부모 손을 잡고 따라온 아이들은 빈백에 누워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서울광장에 돗자리 깔고 앉은 사람들은 이대로 여기서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책을 읽기 좋은 계절, 책 읽기 좋은 공간에 앉아 하루만이라도 나만의 속도로 책을 읽고 싶은 날이었다.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동일조건변경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