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수는 어떻게 다시 깨끗한 물이 될까?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7.09.12. 14:54

수정일 2017.09.12. 15:17

조회 3,470

서울하수도과학관의 야외시설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있다. ⓒ박분

서울하수도과학관의 야외시설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있다.

오염된 하수를 깨끗하게 처리해 한강을 맑게 지켜내고, 시민들에게 친화적인 공간을 제공하고자 노력해 온 중랑물재생센터가 우리나라 최초 ‘하수도과학관’으로 재탄생했다.

중랑물재생센터는 우리나라 제일 하수처리장으로 불리며 지난 40년간 서울 강북과 노원 등 10개 구 하수를 정화 처리해 한강으로 보내는 역할을 해왔다. 한강 물을 맑게 살리는 좋은 일을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때는 시민들에게 기피시설로 인식되기도 했다.

새롭게 탄생한 ‘하수도과학관’은 오래된 하수처리장을 현대화하면서 일부 시설을 지하로 옮기고, 그 위에 조성한 시민 공간이다. 이곳 1층에는 세계 하수처리의 역사와 기술, 미래 등 하수도 전반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관이 있다. 하수처리 과정을 패널과 영상물을 통해 생생하게 전시한다. 또한 중랑물재생센터 안팎 주요 시설물을 모형으로 살펴볼 수 있고 하수 정화를 돕는 유용한 미생물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하수도과학관 전경 ⓒ박분서울하수도과학관 전경

하수처리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가정에서 버리는 생활하수와 빗물 등의 폐수는 먼저 센터의 침사지(沈砂池)를 거치면서 모래, 진흙, 비닐 등의 부유물질이 걸러진다. 이렇게 걸러진 물은 유입펌프장으로 끌어올려지고, 물에 산소를 공급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공기공급소와 최종 오염물을 제거하는 침전지(沈澱池)를 거쳐 한강으로 방류된다. 오염된 하수가 깨끗하게 처리되는 하수처리과정과 물 재생에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도 일목요연하게 관람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하수도 모습은 1920년 일제강점기부터 그 모습이 갖추어지기 시작했고, 서울 하수도 공사는 전쟁 후 복구를 시작한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1950년대 청계천 복개를 위한 공사 장면과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당시 항의하는 시민들 모습 등도 빛바랜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하수도 역사, 기술 등 하수도 전반에 관한 상설 전시가 열리는 1층 전시실 ⓒ박분

하수도 역사, 기술 등 하수도 전반에 관한 상설 전시가 열리는 1층 전시실

익산 왕궁면 왕궁리 유적에서 확인된 삼국시대 대형 공중화장실도 만나볼 수 있다. 외부에서 물을 끌어들이지 않고 화장실 토광 내부 분뇨가 일정하게 차면 경사진 수로를 통과해 궁성 외부로 배출되는 구조로 오늘날 정화조와 같은 기능이다. 뛰어난 기술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영상으로 보는 서울광장과 덕수궁의 지하배수로 또한 물샐 틈 없는 견고함과 치밀함에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길을 가다 자주 보게 되는 도로 위 맨홀 내부도 모형으로 전시돼 있어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지하의 수도관, 하수관, 배선 등을 점검하거나 수리할 때 드나드는 맨홀 내부 모습이 구석구석 공개되었다.

또한 160도 대형라운드 화면이 설치된 120석 규모의 영상 관람실에서는 중랑물재생센터 안팎의 주요 시설물과 하수처리 과정들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청소년들이 삼국시대의 화장실을 살펴보고 있다(좌), 맨홀 내부 구조(우) ⓒ박분

청소년들이 삼국시대의 화장실을 살펴보고 있다(좌), 맨홀 내부 구조(우)

서울하수도과학관 2층에는 아이들 호기심과 흥미를 유도하는 어린이 체험·참여시설, 복잡하고 어려운 하수처리 과정을 쉽게 살펴볼 수 있는 견학 공간과 정보 도서관, 교육실 등이 마련됐다. 자칫 딱딱하게 전달될 수 있는 빗물의 순환 과정과 하수처리 과정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애니메이션 그림과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설명한다. 버려지는 물에 대해, 왜 물을 아끼고 깨끗하게 보존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서울하수도과학관 주변은 드넓은 물순환 테마파크로 조성된 친환경적인 공간이다. 소중한 빗방울을 상징이라도 하듯 노란 우산 조형물을 비롯해 펌프, 물레방아, 개울 등 다양한 시설들이 눈길을 끈다.

우산에서 떨어진 빗물이 도랑을 지나 큰 물길을 이루는 자연 본래의 물순환 과정을 보여준다. ⓒ박분

우산에서 떨어진 빗물이 도랑을 지나 큰 물길을 이루는 자연 본래의 물순환 과정을 보여준다.

풀·초본식물·관목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 조성한 빗물정원에서는 빗물의 여행 이야기를 눈으로 읽을 수 있다. 우산에서 방울방울 떨어진 빗물이 구불구불한 도랑을 지나 개울로 흘러 큰 물길을 이루는 건강한 물순환 모습을 살려 디자인했다.

특히 이곳은 도시의 친환경 빗물관리 기법으로 최근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저영향개발(LID)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저영향개발 기술은 쉽게 말해 빗물이 땅에 스며드는 양이 늘어나 지하수량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하수구를 통해 하천으로 배출되는 수량은 줄어들어 홍수 예방에 효과적인 기법을 말한다. 저영향개발 기법이 적용된 빗물정원은 자연 본래의 물순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가 매일 버리는 생활하수가 어떻게 처리되고 깨끗한 물로 복원되는지 서울하수도과학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물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보는 건 어떨까?

■ 서울하수도과학관 안내
○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자동차시장3길 64
○ 관람시간 : 09:00 ~ 17:00
○ 휴관일 : 매년 1월 1일, 매주 월요일, 설날, 추석당일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2211-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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