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새명소 ‘문화비축기지’를 가다

프로필이미지 시민기자 최용수

Visit1,069 Date2017.09.07 17:18

입구에서 바라본 `문화비축기지` 전경 ⓒ최용수

입구에서 바라본 `문화비축기지` 전경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된 이후 월드컵운동장 서북쪽에 위치한 매봉산에는 수많은 사람이 오갔지만 그 은밀한 내부는 40여 년 이상 공개된 적이 없다. 바로 매봉산 자락에 있던 옛 ‘석유비축기지’ 이야기다.

석유비축기지는 1973년 1차 석유파동 당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했다. 1급 보안시설이라서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다가 월드컵 당시에는 위험시설로 분류되어 폐쇄되어 우리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졌다. 월드컵 이후 15년이 흐른 지금, 석유비축기지는 녹슨 기름 탱크에 석유 대신 문화를 저장한 ‘문화비축기지’로서 새롭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9월 1일 개원한 ‘문화비축기지’는 축구장 22개 크기 복합문화공간이다. 석유비축용으로 사용되던 기름 탱크 6개(T1~T6)가 축제와 공연, 전시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건축문화제(SAF) 주제전시관인 탱크 T1 모습 ⓒ최용수

서울건축문화제(SAF) 주제전시관인 탱크 T1 모습

유리 돔 천장이 인상적인 1번 탱크(T1)는 공연과 전시, 제작 워크숍 등이 진행된다. 그 옆 T2 탱크는 상부를 야외무대로, 지하는 공연장으로 꾸몄다. T3은 미래를 위해 석유탱크의 원형을 살려두었다.

탱크 천장 구멍에서 들어오는 빛이 인상적인 T4에서는 공연과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T5는 과거 석유비축기지 40년 역사를 볼 수 있는 이야기 관이며, 마지막 6번째 탱크(T6)는 석유탱크 폐자재를 활용한 각종 전시실, 회의실, 카페 등이 들어섰다.

UIA 2017 서울대회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최용수

UIA 2017 서울 세계건축대회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9월 서울은 건축 문화 도시로 변모한 모습이다. 건축계 올림픽 ‘UIA 2017 서울 세계건축대회’가 10일까지 코엑스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UN(세계연합)이 인정한 세계 유일 건축 연합인 ‘UIA(Union of International Architects, 국제건축연맹)’는 124개국 130만 명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UIA가 3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세계건축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이 행사 중 하나로 서울시는 문화비축기지에서 ‘2017 서울건축문화제(Seoul Architecture Festival)’를 열고 있다.

우선 T1에서는 주제 전시회 ‘경계를 지우다(Blurring the Boundaries)’가 열리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경계를 통해 형성된 도시, 서울 정체성을 크게 네 개 시기로 구분해 살펴본다. 한 도시 윤곽을 결정하는 외부 경계뿐 아니라 도시 안에서 일정 공간을 분리해 작동시키는 내부 경계 또한 포함하고 있다. 한강 건축 상상전에서는 한강이란 소중한 물줄기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앞으로 한강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제35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 전시코너, 총 92개 작품이 출품되었다 ⓒ최용수

제35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 전시코너, 총 92개 작품이 출품되었다

거대한 기름 탱크인 T6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지진 관련 가상현실체험공간이 있다. ▲2017 올해의 건축가 전시관(이성관) ▲제35회 서울특별시 건축상(한내 지혜의 숲) ▲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서울, 건축에 이야기를 더하다) ▲미래 건축·주택전시(Future House 2020) ▲도시경관 전시회(SEOUL Old & New)’이 열리고 있다. 한내 지혜의 숲은 노원구 중랑천과 아파트 단지 사이의 한내 근린공원에 들어선 숲속 작은 도서관으로 고밀도 도시 서울에서 공공건축물 가치와 의미를 환기하는 수작이다.

지진 가상현실체험관(VR, Earthquake Virtual Reality Experience)은 지진 발생 시의 상황을 VR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시설이다.

서울시 건축상, 스토리텔링 전, 지진 VR 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 T6 탱크 모습 ⓒ최용수

서울시 건축상, 스토리텔링 전, 지진 VR 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 T6 탱크 모습

문화비축기지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기지 내 모든 건축물은 지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냉난방을 해결한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 용수는 각각 중수처리시설(30톤)과 빗물 저류조(300톤)를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한다. 건축물은 설계단계에서부터 녹색 건축인증(한국산업기술인증원) 우수등급과 에너지효율등급(한국건물에너지기술원) 최우수등급으로 인증을 받았다.

50여 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문화비축기지는 서울시 대표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꼽힌다. 낡은 유류 탱크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총 1,126명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모범적인 민·관 협치 사례로 기억될 것 같다. 무조건 철거 후 개발하던 과거 공공건축과는 달리 옛것의 독특함과 역사를 온전히 보전하면서 새로운 공공건축의 모델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면서 친환경적으로 재탄생한 T3의 외부 모습 ⓒ최용수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면서 친환경적으로 재탄생한 T3의 외부 모습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연말까지 정식 개원을 축하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선정된 마을·문화·예술·생태 등 다양한 분야의 40개 팀이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회, 음악축제, 마을 장터 ‘달 시장’, 서커스공연인 ‘프로젝트 날다 트램펄린’, 우쿨렐레 음악축제 ‘우크페페’ 등 프로그램마다 흥미롭다.

깊어가는 가을, 석유 대신 문화를 품은 마포 ‘문화비축기지’로 색다른 가족 나들이를 계획해 보면 어떨까.

■ 문화비축기지 안내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증산로 87
○ 대중교통편 :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하차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매봉산 산책로와 연결됨) / 버스 271, 710, 7733, 7011(월드컵경기장서측 문화비축기지 정류장 하차)
○ 문의 : 서울시 공원조성과 20-2133-2067, 2082
○ 사이트 : parks.seoul.go.kr/culturetank
○ 블로그 : culturetank.blog.me

`경계를 지우다` 주제전이 열리고 있는 탱크 T1 전시실 ⓒ최용수

`경계를 지우다` 주제전이 열리고 있는 탱크 T1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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