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서울비엔날레] 인도요리 '탈리' 선보이는 이유
이혜원 대진대 교수
발행일 2017.08.30. 17:15
◈ 비엔날레 식당-지도에서 보기 ◈
(글= 총괄 큐레이터 이혜원)평범한 서울 동네가 도시재생을 통해 문화 명소로 바뀌었습니다. 바로 비엔날레 식당과 카페가 자리한 돈의문박물관마을입니다.
해외에서는 옛 나토 로켓 발사기지로 사용되던 터가 미술관으로 재탄생된 독일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발전소가 현대미술관으로 변모한 영국 테이트모던 등이 저마다 지역 유산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 사례들입니다.
이 ‘돈의문박물관마을’ 안에 2017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프로젝트 ‘식량도시’ 프로그램으로 비엔날레 식당과 카페가 운영합니다. 저는 물, 땅, 공기, 에너지가 적절하게 상호작용을 할 때 생기는 결과물인 ‘식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에 관한 적합한 전시방법으로 직접 식당과 카페를 조성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보고 마시고 먹는 행위가 제가 말하고 싶은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 공간은 ‘식량’을 둘러싼 문제들을 공유하고, 사람들로부터 스스로 인식하고 이야기를 할 수 곳입니다.
인도 채식요리 ‘탈리’와 물부족 현상
비엔날레 식당에서는 인도 남부의 채식 요리 ‘탈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도 첸나이 소재 ‘이든 레스토랑’ 최고 요리사들을 초빙했습니다.
왜 ‘탈리’일까 궁금하게 생각하신 분들이 있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탈리’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 음식입니다. 타밀나두도 쌀을 주식하는 하는 쌀 문화권인데, 최근 가속화되는 기후 변화 파장 속에서 물부족 현상으로 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곧 한국도 향후 겪게 될 수도 있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 타밀나두는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유사성이 아주 많습니다. 타밀어가 한국어와 매주 비슷하여 발음과 의미가 한국어와 동일한 단어가 1,0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엄마, 아빠, 나, 니(너), 나라, 똥배, 이빨, 궁디 (엉덩이 사투리) 등이고 여성 헤어스타일도 한국 조선시대처럼 젊은 여성은 한 가닥으로 땋은 머리, 나이든 여성은 쪽진 머리를 한다던지 유사성이 많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탈리가 큰 쟁반에 밥과 반찬을 1인분씩 세트로 담아 서빙하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은 인구변화나 생활양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요, 탈리를 보고 ‘혼밥족’이 연상되었습니다. 1인분씩 간편하게 혼자 방문해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탈리’죠.
매주 토요일 ‘세계 식량 문제 이슈’ 논의
비엔날레 식당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농부, 식물학자, 곤충학자, 환경운동가, 행장가 등이 시민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기후 변화, 종자주권, 생물 다양성, 유전자변형식품, 생태농업 등 식량과 연관된 현안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토요일에 오시면 중동과 그리스 음식을 비롯하여 한국의 잡초, 야생콩, 토종식재료, 도시농부가 키운 야채 등으로 직접 만든 음식이 제공됩니다. 각 주제에 따라 다른 요리사가 조리하게 됩니다.
식당 2층에는 씨앗 도서관, 국내외의 도시농업, 영속농법, 씨앗 보존운동, 꿀벌의 개체수 감소, GMO 등에 관한 영상들을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 또한 겪게 될지도 모르는 물 부족과 극심한 기후변화의 파장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시도하는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리도 함께 고민하고 문제 인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식당의 앞마당에는 상자 텃밭과 빗물 저장고, 퇴비함, 벌통, 꿀벌 음수대 등을 마련해두어 식당에서 사용하는 야채와 허브를 공급하는데 사용되기도 할 예정입니다.
친환경 시스템 적용한 ‘비엔날레 카페’
비엔날레 카페에서는 물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야생콩 두유 ▲도시농업 민트티 ▲어성초 차 ▲아프로디테의 눈물 ▲태양열 쿠키 등 메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 카페는 기본적으로 친환경 시스템으로 운영합니다. 일회용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 가능한 집기 활용 및 수질정화식물을 장식적 모티브로 사용합니다.
카페 곳곳에도 식당과 마찬가지로 물과 관련된 다양한 영상과 설치물을 전시합니다. 수질 안정을 모니터링 하는데 사용되는 물벼룩을 하천에서 배양하여 기록한 영상, 물고기와 야채를 함께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바다 쓰레기를 청소하는 단체의 활동 영상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새롭게 문을 연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오셔서 가족들과 함께 우리가 늘 먹는 식량에 대해 알아보고,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먹거리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비엔날레 식당과 카페뿐만 아니라 주제전도 함께 열리기 때문에 39개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어 누구에게나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혜원 2017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괄큐레이터는 대진대학교 현대조형학부 교수로 ▲2008년 서울환경미화도:온라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2013년 인도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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