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시민기자 최은주

발행일 2017.07.12. 17:59

수정일 2017.07.12. 18:20

조회 1,089

아버지의 목말을 타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던 14세, 15세 꽃다운 나이 소녀들의 삶은 전쟁터로 끌려가면서 산산이 조각났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군인들이 그녀들에게 왔다. 하루 15명, 토요일은 정오부터 일요일은 아침부터 군인들이 왔다. 어쩌다 쉬는 시간이면 소녀들은 모여앉아 울기만 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그녀들의 삶은 무너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특별한 전시회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역사자료와 예술작품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되었던 배경과 위안소 생활, 종전 후 귀환 과정 등을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 작가 얀 베닝이 촬영한 인도네시아 위안부 피해자 얼굴 ⓒ최은주

네덜란드 작가 얀 베닝이 촬영한 인도네시아 위안부 피해자 얼굴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주름진 얼굴에 강렬한 눈빛의 할머니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꾹 다문 입술과 깊게 팬 주름 속에 힘들게 살아온 세월이 느껴졌다. 네덜란드 사진작가 얀 베닝이 인도네시아 위안부 피해자들을 찍은 사진 작품이다.

위안소를 재현해 놓은 작품 ⓒ최은주

위안소를 재현해 놓은 작품

어린 소녀들이 참혹한 시간을 보낸 위안소를 재현해 놓은 작품도 있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증언과 역사적 기록들을 바탕으로 위안소 공간을 복원하였다. 작은 침상 하나 달랑 놓인 공간 벽엔 위안부들의 명단이 일본어로 나란히 걸려 있었다. 그녀들은 식민지 조선에서 취업 사기, 인신매매, 유괴 등의 이유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됐을 것이다.

위안부를 간호부로 기록한 `조선인 유수명부` ⓒ최은주

위안부를 간호부로 기록한 `조선인 유수명부`

위안부 강제동원을 보여주는 여러 기록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배치된 일본군 육군병원에서 일한 조선인 여성 명단이 기록돼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일본군이 위안부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이들을 간호부로 등록한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담아 편집한 작품, <할머니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영상 앞에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멈춰섰다. 할머니들은 과거 자신들이 겪었던 일을 상세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났어도 정조를 잃어버렸다는 수치심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평생 침묵 속에서 과거의 상처를 안은 채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갔다. 관람객들은 모니터 앞에 서서 할머니들이 꺼내놓은 이야기에 ‘어이구’ 탄식을 하며 그들이 느꼈을 고통과 공포에 가슴 아파했다. 바로 옆에선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피해자들을 찾아가 인터뷰한 영상도 함께 상영되고 있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느꼈을 상처와 공포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들 ⓒ최은주

위안부 피해자들이 느꼈을 상처와 공포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들

작가들은 그림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느꼈을 상처와 공포를 표현했다. 2차 대전 중 죽은 이들의 해골과 유품이 흩어져 있는 바다를 그린 일본 작가 도미야마 다에코의 작품과 당시 역사적 진실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송희준 작가의 작품은 명백하게 남아있는 역사자료보다도 더 날카롭게 파고들며 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있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일본 놈들이 우리 할머니들 앞에 나타나지도 않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한다”고 울분을 토하던 할머니 음성이 귓가에 맴돌았다. 위안부 문제가 풀릴 때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전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단순히 한일 간의 외교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평화의 차원에서 풀어가야 할 인류 보편의 문제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서울 전시(7월 3일 ~ 15일)를 시작으로 전북 전주(7월 19일 ~ 8월 5일)와 대전시(8월 10일 ~ 19일), 대구시(8월 23일 ~ 9월 2일)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안내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98

○ 대중교통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3호선 경복궁역 6번 출구

○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수요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개장), 1월1일·설날·추석 휴관일

○ 문의 : 02-3703-9200, 홈페이지(www.much.go.kr)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