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갓뚜기’의 등장을 꿈꾸며

시민기자 미스핏츠

Visit370 Date2017.07.07 16:23

사회적기업의 날(7월 1일)과 협동조합의 날(7월 2일)을 맞아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주간 행사 모습 ⓒnews1

사회적기업의 날(7월 1일)과 협동조합의 날(7월 2일)을 맞아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주간 행사 모습

얼마 전 인터넷 상에서 ‘갓뚜기’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모 식품 기업이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몰래 선행을 베풀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이 기업 이름에 ‘갓(God)’을 붙여 ‘갓뚜기’라는 별칭을 만들어 낸 것이다. 좋은 별명 덕택인지, 지난 해 이 기업은 만성적 경기불황 속에서 사상 첫 매출액 2조 원을 달성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기업의 모습에 소비자들은 활발한 기업 제품 소비로 답했다.

이처럼 ‘갓뚜기’ 열풍이 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기업, 노동, 시장 환경을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업은 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여 비정규직을 대량 고용하고, 그 결과 불안정한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채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정성, 적은 임금 때문에 지갑을 닫았다.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시장경제는 불황에 빠졌다. 기업이 물건을 찍어내도 사람들이 쓰지 않으니 기업은 언제든 수를 조절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또 늘렸고, 악순환의 고리는 반복되었다.

이 흐름을 역행한 것이 갓뚜기였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고용된 노동자들과의 상생을 생각하고,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바랐던 기업 정신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졌지만, 각박한 삶 속에 ‘우리는 같이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갓뚜기의 성장은 생각지 않게 주어진 희망에 대한 사람들의 보답이었다.

물론 갓뚜기의 부상 전에도 많은 사람들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꿨다. 이들은 ‘사회적경제( 이윤보다는 사람을, 개별 기업·조직의 이익보다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 경제)’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의 다양한 상생 기업 모델을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의 날’이 7월 1일로 지정되었고, 10주년을 맞은 올해 서울광장 일대와 시민청에서 6월 29일부터 3일 간 가 큰 규모로 열렸다.

사회적경제 박람회

사회적경제 박람회

이번 박람회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하여 180여 개 전국 사회적경제 기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최대 규모 행사로, 각 기업 제품 판매 및 서비스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기업 운영 및 금융 상담도 진행하며 실질적인 지원책을 함께 안내한다.

박람회 메인프로그램은 서울광장에 마련되는 부스이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복지 ▲문화예술 ▲환경 ▲교육 ▲먹거리 ▲주거 ▲공정무역&여행 7개 분야의 140여개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시민청 안에는 사회적경제 10년 정책 홍보관이 마련되어 있고, 덕수궁 일대에도 사회적경제 페어샵이 다채로운 구성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울광장 `2017 사회적경제 주간기념 사회적경제 박람회` 전경ⓒ변경희

서울광장 `2017 사회적경제 주간기념 사회적경제 박람회` 전경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참여한 이번 사회적경제 박람회는 꽤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시민청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안내센터에서 행사장 안내도처럼 만들어 놓은 스탬프투어 지도를 받았고, 그 루트를 따라 다양한 사회적기업 부스를 방문했다. 처음으로 간 곳은 10년 간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기업 주요현황 및 성과와 관련된 정책 홍보관이었다. 사실 사회적경제라는 단어를 들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10년 간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가 차근차근 발전해오고 있었다는 점이 좀 놀라웠다.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현 사회에서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 끈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 기쁘기도 했다.

이후 방문한 몇몇 부스 사람들로부터는 사회적경제, 혹은 그들의 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청주시 사회적기업 홍보관에서는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퀴즈를 풀며 그 개념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정답을 맞춘 후 청주시에서 난 작물들로 만든 여러 사회적기업 제품들을 받았다. 이 부스처럼 다양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들이 지역 농수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퀴즈를 진행한 청주시 사회적기업 부스(좌),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우주` 부스(우) ⓒ미스핏츠

사회적기업에 대한 퀴즈를 진행한 부스(좌),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우주` 부스(우)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우주’ 부스도 인상 깊었다. 현장에 연락처와 이름을 남기면 주거 관련 상담을 해주고, 살 곳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알맞은 주거공간을 연결해주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경제 기업 부스는 아니었지만, 그 앞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상담을 해주시던 서울자활기업협회 문기숙 팀장님의 이야기는 사회적경제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회적경제 4대 부분(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중 자활기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

“자활기업은 저소득 주민들, 특히 일하기에 근로 능력이 떨어지거나 질병을 가지신 분들, 신용불량자이신 분들을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게 해서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훈련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운영자금을 일부 지원하고 최소 두 분 이상이 공동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기업 형태입니다. 주로 돌봄, 청소노동 등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들이 대상이고, 이 분들이 자활기업을 잘 꾸려나가면 후에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광장으로 나가니 훨씬 더 많은 부스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부스를 방문했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스 몇 곳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희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그곳들에서 찍은 사진을 판매하며 우리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어요. 사지 않으셔도 되니 사진 구경 마음껏 하시고, 여행 좋아하시면 언제든 부담 없이 제 메일로 연락주세요!” – 환경문화연합 UEC 그린 큐레이터 이지희 님

“‘기억의 책’은 우리 이웃의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기록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정성스럽게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오래된 사진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저희 기업의 지향점입니다.” – 기억의 책 부스 판매자 님

세계여행사진을 판매하는 `UEC 그린` 부스(좌), 이웃의 삶을 책으로 기록하는 `기억의 책` 부스(우) ⓒ미스핏츠

세계여행사진을 판매하는 `UEC 그린` 부스(좌), 이웃의 삶을 책으로 기록하는 `기억의 책` 부스(우)

“저희는 독도 콜드브루 커피를 판매하는 ‘히스토리샵’입니다. 커피 판매 수익금은 모두 독도 역사교육을 위해 사용되고 있고요, 지금 할인행사 중이어서 한 잔에 약 800원 정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중 콜드브루보다 훨씬 싸고 질 좋은 원두를 사용하고 있어요. 옆에는 위안부 할머님들을 돕기 위한 헤어밴드도 판매하고 있어요. 머리가 짧으시면 팔찌로도 정말 예쁘게 할 수 있습니다!” – 히스토리샵 부스의 드림 메이커 황주희 팀원 님

“GMO는 유전자 조작 작물로, 아직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식물 유전자에 동물 유전자를 조합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죠. 그렇게 해서 병충해를 입지 않는 식물, 농약을 뿌려도 시들지 않는 작물이 탄생합니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많은 GMO가 수입되고 있는데, 그것이 포함된 제품들에 포함여부를 명시하게 하는 기준이 딱히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단체는 그와 관련한 GMO 완전 표시제, 엄격한 이력 추적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들의 밥상 안전, 먹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스에서 GMO free 제품들 판매하고 있으니 한 번 드셔보셔도 좋아요!” – 한실림 부스 판매자 님

수익금을 독도 역사교육에 사용하는 콜드브루커피점 `히스토리샵`(좌), GMO free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살림` 부스 (우) ⓒ미스핏츠

수익금을 독도 역사교육에 사용하는 콜드브루커피점 `히스토리샵`(좌), GMO free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살림` 부스(우)

이번 사회적경제 박람회가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은 이유는,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고 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왜 이런 물건을 만들고 팔게 되었는지, 또 그 과정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부스 참가자 분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들이 아직 함께하는 삶의 힘을 강하게 믿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윤을 추구하기 이전에 사람을 추구하고, 상생하는 삶에서 오는 희망과 행복을 엿볼 수 있었다.

박람회를 구경한 후 나가는 길에, 광화문 광장으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총파업 행렬을 마주했다. 이들은 함께 잘 사는 세상, 비정규직 철폐, 극단적 양극화 해소 등을 구호로 외쳤다. 그 구호들은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들었던 기업가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총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과 사회적경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나누는 사회가 되기를, 시장 경제 사회에서 조금 더 ‘사람’의 가치가 빛날 수 있기를 두 집단 모두 바라고 있을 테다.

제 2의 ‘갓뚜기’가 또 등장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을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한 증거일 테니까. 하지만 그 전에, 이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사회적경제에 활발히 참여하는 일일 것이다. 소비자와 함께 이익을 나누고, 단지 개인의 이익이 아닌 우리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도모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제품을 사용하고 소비한다면, 앞서 이야기한 악순환의 고리에 작은 균열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자체,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 개인의 참여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MISFITS이 글을 20대 청년 미디어 ‘미스핏츠’(misfits.kr/about)가 쓴 기사입니다. 미스핏츠는 스펙 쌓기와 무한 경쟁에 파묻힌 20대의 모습을 벗어나, 세상을 향해 온전한 20대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내 손안에 서울>에도 20대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 특히 청년, 여성 분야 등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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