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만난 뜻밖의 '생태낙원'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17.06.16. 14:39

수정일 2017.06.16. 14:39

조회 1,900

고덕수변생태공원으로 생태체험교육을 나온 학생들 ⓒ김종성

고덕수변생태공원으로 생태체험교육을 나온 학생들

한강 주변에는 난지습지생태공원, 강서습지생태공원,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고덕수변생태공원, 암사둔치생태공원, 5대 생태공원이 있다. 야생동물 서식처이자 시민에게 휴식을 선사하는 생태공원은 도심 속에 허파 같은 존재다. 겨울철에는 철새 탐조를 위한 특별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한강 남단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마치 생태낙원 같은 곳을 만났다. 한강 상류인 강동구 고덕지구를 지나다보면 강변에 울창한 숲이 보인다. ‘고덕수변생태공원’이라고 적힌 나무 안내판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만난 `고덕수변생태공원`ⓒ김종성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만난 `고덕수변생태공원`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고덕수변생태공원은 면적 168,300㎡(약 5만평) 규모 생태공원이다. 하천변 유휴지에 각종 수목, 초본류를 심어 생태를 복원하고 인근 산림지역과 함께 생물종 다양성 증대와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며 시민들에게 여가 및 생태체험학습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공원 옆에는 고덕천과 고덕천변길이 있어 한강의 대표적인 산책길로도 손꼽힌다.

고덕수변생태공원을 품은 고덕(高德)동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려 말 형조참의 이양중이 조선 건국을 반대하고 절개와 덕을 지켜 이 지역에 은거했다. 주위에서 덕이 높은 인물로 추앙받은 그를 기려, 이곳을 고덕이라 불렀다 한다.

버드나무, 은행나무, 두충나무 등으로 조성된 울창한 숲길 ⓒ김종성

버드나무, 은행나무, 두충나무 등으로 조성된 울창한 숲길

고덕수변생태공원에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과거에 비닐하우스 단지와 농경지, 상업용 묘목을 키우는 불법 시설물 등이 많아 농약과 비료로 오염됐었다. 이에 서울시는 2001년부터 복원을 진행했고, 2003년 자연형 수변공원으로 개원했다. 그 후 꾸준하게 관리해 2008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한눈에 봐도 우거진 원시림처럼 조성되었는데,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애완동물 출입이 금지돼 있을 뿐 아니라 돗자리를 깔거나 음식을 먹어서도 안 된다. 야생동물이 자연환경 그대로 살 수 있도록 야간조명을 설치하지 않아 밤 산책은 어렵다. 하지만 그 덕택에 자연은 인간이 상상하지도 못한 다양한 생물종 서식지역을 만들었다.

강변에 위치해 있는 `조류관찰대`ⓒ김종성

강변에 위치해 있는 `조류관찰대`

공원은 이제 많은 생명 보금자리이자 삶의 터전이 됐다. 공원에는 버드나무, 두충나무, 찔레, 고라니, 두더지, 꼬마물떼새, 맹꽁이 등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노래하듯 지저귀는 새소리가 유난히 가깝게 느껴지는 걸 보니 사람에 대한 경계가 덜한가보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내려와 먹이를 찾으며 종종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새들 지저귐을 들으며 생태공원 오솔길을 걷노라면 이곳이 도심 속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강물에 반사된 햇살이 싱그러운 강변 산책로에는 한강조망대와 조류관찰대가 있다. 강 겅너 보이는 아차산 자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 아래로 찰랑거리는 한강변은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로 사라진 둔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여기서부터 암사동까지는 서울시내 유일 상수원보호구역이기도 하다.

과거 한강 둔치 모습이 남아있는 모습(좌), 뽕나무가 내려준 고마운 선물 오디(우). ⓒ김종성

과거 한강 둔치 모습이 남아있는 모습(좌), 뽕나무가 내려준 고마운 선물 오디(우).

울창한 나무와 숲은 그대로 그늘이 되어주었다. 정다운 오솔길 같은 산책로 양쪽으로 햇볕을 가려주는 나무들이 빽빽하다. 이곳은 강가에 사는 버드나무를 비롯해 조팝나무, 귀룽나무, 찔레나무 등이 살고 있다. 4월에는 조팝나무가 만발했다면 요즘에는 은은한 향기가 나는 하얀 찔레꽃이 한창이다. 흰 꽃잎 위로 노란 꽃술이 소복하게 자리한 찔레꽃은 특유의 은은한 향기로 벌을 유혹하고 있다. 찔레나무는 생태공원이 생기기 전부터 군락을 이뤄 자생하던 나무라고 한다. 우리나라 들장미인 찔레꽃은 만지면 가시에 찔리기 쉬워 찔레꽃이라 부른다고 한다. 매년 5월 중순에 ‘한강 찔레나라 축제’가 열리니 참고하면 좋겠다.

한국인에게 찔레나무만큼이나 친숙한 나무, 뽕나무도 이곳에 산다. 뽕나무는 이맘때 사람은 물론 숲 속 동물에게 달콤한 오디 열매를 내어준다. 흙길 위에 손톱만한 크기의 까만 점들이 널려 있어 어디에서 떨어졌는지 찾다가 뽕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디를 한 움큼 쥐고 먹자 손바닥이 금세 진한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고덕수변생태공원 옆에 이어져 있는 고덕천(좌), 짙은 그늘과 하얀 찔레꽃 향이 좋은 숲 속 길(우) ⓒ김종성

고덕수변생태공원 옆에 이어져 있는 고덕천(좌), 짙은 그늘과 하얀 찔레꽃 향이 좋은 숲 속 길(우)

공원 산책로는 공원 둘레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조성되었지만, 공원 중간을 가로지르는 길도 이리저리 나 있어 발길 가는대로 거닐기 좋다. 꼭 들러볼 곳 중 하나가 두충나무숲이다. 공원의 야트막한 동산에는 햇볕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두충나무들이 살고 있다. 이곳에는 공원이 조성되기 전부터 은행나무숲과 두충나무숲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상업용으로 나무를 식재했다고 한다. 두충나무 껍질은 한약재로 두루 쓰이기 때문이란다.

공원에서는 연중 생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설프로그램, 자연관찰, 계절학교, 지역묶음 프로그램 등 22종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다가오는 가을에 여치, 베짱이, 귀뚜라미 등의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생태학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 고덕수변생태공원 안내
○ 홈페이지 : 바로가기
○ 문의 : 02-426-0755(고덕수변 생태복원지 방문자센터), 02-3780-0501~4(한강사업본부 광나루안내센터), 생태과(02-3780-0855)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명일역 3번 출구 → 마을버스 2,5번 → 광문고등학교 하차 → 강동구음식물재활용센터 방향 15분 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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