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합창단 참가기...‘일주일의 1%’가 만든 감동

시민기자 방윤희

발행일 2017.06.14. 15:43

수정일 2017.06.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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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합창단과 함께 시민합창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 위에 섰다. ⓒ서울시민합창단

서울시합창단과 함께 시민합창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 위에 섰다.

‘다를 게 없는 똑같은 일상,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생각하던 중 서울시합창단 정기연주회 '합창 페스티벌' 시민합창단 단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바로 참가신청서를 작성했다. 자기소개서와 지원동기를 쓰다 보니 벌써 합격한 것처럼 가슴이 설렜다. 무대 위에서 합창단원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오는 듯했다.

2012년 천만 시민을 위한 합창 운동 ‘함께 부르기’ 캠페인으로부터 시작된 시민합창단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 일환이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시민들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3개월 동안 서울시합창단과 함께 연습한다.

기자는 참가신청서를 보내고 오디션에서 부를 자유곡을 연습했다. 자유 곡목은 가곡 ‘고향의 노래’였다. 초등학교 6학년 합창부 시절 이 곡으로 KBS 합창대회에 나갔던 경험을 살려 부르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음정, 박자 모두 그때 같지 않았다. 그 시절만큼 세월이 흐른 탓이었다. 출퇴근길에 틈틈이 노래연습을 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합창연습이 시작된 첫 날, 김명엽 단장 지휘 아래 250여 명의 시민합창단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서울시민합창단

합창연습이 시작된 첫 날, 김명엽 단장 지휘 아래 250여 명의 시민합창단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오디션 당일, 세종문화회관 강당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나름 성가대와 합창단원 활동을 했지만, 괜스레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실수 없이 연습한대로만 하면 승산이 있을 것도 같았다. 자유곡 외에 지정곡 ‘동무생각’ 악보가 1부 더 있었다. 본인 차례가 될 때까지 지정곡과 자유곡을 넘나들며 거듭 연습했다.

드디어 차례가 다가왔다!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노래를 불렀다. 다행히 음 이탈이나 박자를 놓치는 실수는 하지 않았다. 결과에 상관없이 노래를 끝까지 불렀다는 것에 만족했다. 오디션을 잊고 있던 어느 날, 합창단에 합격했다는 합격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노력한 결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 무척이나 기뻤다.

시민합창단과 협연을 하는 군포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무대 리허설 준비 과정 ⓒ서울시민합창단

시민합창단과 협연을 하는 군포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무대 리허설 준비 과정

3월 27일 첫 합창연습을 시작으로 장장 3개월간 연습이 이어졌다. 250여 명 단원들이 한자리에서 연습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합창은 여러 사람이 목소리를 맞추어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화합이 중요하다. 그래서 3개월 동안 연습에 늦지 않고,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매주 월요일 퇴근하면 광화문역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 결과 연습 내내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두루 친해질 수 있었고 무엇보다 노래를 빨리 익힐 수 있었다.

노래를 빨리 익힐 수 있었던 이유 중 다른 하나는 김명엽 단장이 보내주는 이메일이었다. 그는 연습기간 동안 총 7번에 걸쳐 ‘세계명곡 페스티벌’ 연습곡에 관한 설명과 좋은 글귀를 덧붙여 보내주었다. 김명엽 단장 진두지휘 아래 시민합창단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연습을 이어갔다.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하모니와 감동적인 무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서로 맞춰가며 합을 맞추는 것이 진정 합창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공연을 앞두고 분주한 대기실 풍경(좌)ⓒ방윤희 , 기자도 기념사진을 남겼다(우). ⓒ서울시민합창단

공연을 앞두고 분주한 대기실 풍경(좌) , 기자도 기념사진을 남겼다(우).

드디어 5월 27일, 합창 페스티벌 공연일이 밝았다. 이번 합창 페스티벌은 서울시합창단의 제145회 정기연주회로, 시민합창단과 함께하는 ‘세계명곡 페스티벌’ 무대도 선보인다. 시민합창단은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sch) ▲즐거운 나의 집 ▲대장간의 합창 ▲엄마는 아빠를 좋아해(Papa Aime Maman) ▲할아버지 시계(My Grandfather’s Clock) ▲희망의 속삭임 ▲동무들아 오너라(Marx Augustin) ▲꽃노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 총 10곡을 불렀다.

공연 날 아침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오전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 시작 전까지 두 시간 정도 대기 시간이 주어졌다. 단원들은 대기실 중앙에 포토라인을 마련해 단원들,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기념했다. 공연을 앞두고 시민합창단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총 두 번의 리허설을 마쳤다. 공연 시작 10분 전, 단원들은 무대 뒤에 서서 대열을 맞추고 순서를 기다렸다. 기자는 이렇게 큰 무대에 서는 것이 처음이라 무척 긴장되었다. 눈앞 객석을 하나 둘 채울 관객들 표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합창단원들 ⓒ서울시민합창단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합창단원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곧이어 시민합창단 입장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쉬고, 발걸음을 무대로 옮겼다. 의상을 갖춰 입고 무대에 오르자, 연습 때와 달리 가슴이 벅차올랐다. 조명이 가득 달린 무대에 오르고 객석을 보니, 3,000석 객석은 이미 관중들로 채워져 있었다. 떨림도 잠시, 단원들은 각자 파트에서 하모니를 만들며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시민합창단의 목소리에 군포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가 더해져 극장에 울려 퍼졌다.

합창곡이 끝나자 관중석에서 앵콜 요청이 들어왔다. 혹시 있을지 모를 앵콜에 대비해 전날 미리 앵콜곡을 준비해 둔 것이 다행이었다. 앵콜곡으로 ‘라테츠키 행진곡(Radetzky Marsch)’과 ‘희망의 속삭임’을 관객과 함께 불렀다. 이런 게 바로 합창의 묘미가 아닐까. 앵콜곡을 끝으로 연주회는 마무리되었다. 올해 행사는 시민합창단 외에도 지역에서 다양하게 활동해온 아마추어합창단 6팀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시민합창단 역대 최대 규모인 400명이 무대에 올라 더욱 의미 있었다.

김명엽 단장은 지난 3개월에 대한 소감을 ‘하루의 1%’에 비유해 말했다. “하루 24시간 중 1%는 14분 4초랍니다. 이 1%가 얼마나 소중한지 아십니까? 하루 일정 시간을 명상하거나, 걷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또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보내지 않으십니까?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허무한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계산해보니 월요일 퇴근길 광화문에 들러 함께 노래한 시간이 일주일의 1%쯤 되네요. 우리들 모임도 꽤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세계명곡 페스티벌’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열기는 아직도 가슴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세종문화회관(www.sejongpac.or.kr) 사이트 내 ‘세종문화회관 소식’에서는 시민합창단 외에도 다양한 연령별, 유형별 합창단 단원을 모집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합창단으로 활동하는 것도 행복한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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