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각 종, 직접 쳐본 적 있으세요?"

시민기자 김영배

발행일 2017.06.09. 10:54

수정일 2017.06.09. 13:23

조회 2,765

보신각 관람객과 조선 군복 의장대 모습 ⓒ김영배

보신각 관람객과 조선 군복 의장대 모습

‘종’이라고 하면 한국인은 대개 서울시 기념물 10호 보신각 종을 떠올릴 것이다. 이 종을 본 사람은 많아도 직접 쳐본 사람은 드물다.

흔히 보신각은 특정인물만 타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보신각에서는 무료로 ‘보신각 타종’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시민과 내·외국 관광객이 참여해 정오 12시에 12번 보신각 종을 타종한다.

보신각 타종행사는 11년 전인 2006년 11월 21일부터 개방되어 ‘상설 타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서울시민은 물론 내·외국 관광객이 보신각 종을 직접 타종하는 행사는 쭉 이어져왔다.

기자는 오전 무렵 보신각에 도착했다. 보신각에서는 조선시대 군복과 병장기를 든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11시 45분이 되자 운영자는 타종식을 준비했다. 타종 신청만 하면 누구나 타종 체험을 할 수 있다.

통금시간 알리려 '태조 5년'부터 시작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제야의 종소리’이다. 하지만 제야의 종이 처음 알려진 것은 일제강점기였던 1929년으로, 경성방송국이 정초에 제야의 종소리를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제야의 종을 타종하는 행사는 1953년 12월 31일을 시발로 해서 현재까지 64년째 이어지고 있다. 매년 12월 31일 자정에 서울시장을 비롯해 의회의장, 교육감, 경찰청장 등 서울시의 주요 기관장과 당해 선발된 서울을 빛낸 시민 대표들이 행사에 참여한다. 3.1절과 8.15광복절에도 관련 단체 주관으로 타종행사를 하고 있다.

보신각은 보신각 종을 걸어놓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정면 5칸, 측면 4칸이다. 이곳은 1398년 조선 태조 때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종을 걸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신각은 조선 말기 고종 때부터 ‘종루’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보신각 자체는 기념물에 불과하지만, 옛 보신각 동종은 보물 2호로 현재 영구보존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지금 보신각에 걸려있는 종은 새로 만든 종이다.

보신각 타종 사연은 태조 5년에 한양성 내에 통금시간을 정하다보니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려주어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시작되었다. 오경 중 이경인 밤 10시에는 ‘인정(人定)’이라 하여 폐문용으로 28번의 타종, 오경인 다음날 새벽 4시에는 ‘파루(罷漏)’라 하여 개문을 위해 33번의 타종으로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렸다.

보신각 종 타종 기술과 관리유지는 조선시대 말기부터 보신각 전래 종지기 집안인 조 씨의 마지막 후손, 5대 종지기 조진호 씨가 해왔다. 2006년 그가 작고한 후로는 그의 제자 신철민 서울시 주무관이 맡아 10년째 전통 종지기의 대를 연연히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종은 구리를 주재료로 제작해 튼튼해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심한 타격을 받거나 겨울철에 얼면 균열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종 시 음파가 고루 잘 퍼져야하기 때문에, 눈으로도 균열을 확인하고 손으로도 울림을 느끼며 하자부분을 찾아낸다. 종을 관리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타종증서(좌), 현재 보신각에 걸려있는 동종은 모조품이다(우). ⓒ김영배

타종증서(좌), 현재 보신각에 걸려있는 동종은 모조품이다(우).

보신각 관리담당관 신철민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주무관은 “보신각에서 타종한 사람들에게는 서울시장 명의 타종 증서도 발급해주고 있어, 타종행사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며 타종행사 운영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보신각을 관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보신각 주변에서는 다양한 모습이 연출된다. 보신각 터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난 후 꽁초나 쓰레기 등 쓰레기 무단투기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음주 후 보신각 터에 무단으로 넘어 들어와 대소변을 보기도 하고, 노숙자가 잠자리를 찾아 담을 넘어 들어오기도 한다.

늘 쉼 없이 비상벨이 울리고, 서울시에서 문화재를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부랴부랴 뛴다. 보신각과 종을 관리하는 서울시청 문화본부 역사문화재과 보신각관리소 직원들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고 말한다. 관리자들이 24시간 철야 근무를 하고 있지만, 담장이 너무 낮고 돌담형 벽체가 아니라서 월경자가 허다하다고 한다. 경내로 쓰레기 무단투기문제가 심하고, 시위대 등에게도 자주 시달린다고 한다.

보신각 주변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 이영수 씨(71세)는 “경내에 나무도 많아 녹음을 찾아드는 월담 노숙인 등 월담자도 끊임없고, 쓰레기투기자도 많아 시청 근무자들이 고생한다”고 말했다.

타종 직후 '울림'을 손으로 느껴보는 체험 인기

‘보신각 타종’ 행사 내 프로그램으로는 ‘전통복식체험’과 ‘보신각 종 타종체험’, ‘소원을 말해봐~’가 있다.

‘전통복식체험’은 참여희망자에게 무료로 전통복식을 대여해 기념촬영 및 타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화요일에 실시한다.

‘보신각 종 타종체험’은 11시 40분까지 보신각 2층에 올라와 타종신청을 하면 보신각 종을 직접 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소원을 말해봐~’는 12시에 보신각 종 타종 중 마지막 12회째 타종이 끝나는 순간 손을 대고 울림을 느끼며 각자 소원을 기원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월요일과 3.1절, 8.15광복절, 제야의 종 등 각종 공식행사 일을 제외하고 운영한다. 그러나 혹서기, 혹한기 등 날씨에 따라 임시 휴무를 하기도 한다. 관람 소요시간은 약 30분이다.

‘보신각 타종’ 행사 참가자 신청은 서울문화포털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신청 대상에는 제한이 없으며, 매일 4명 선착순으로 신청 받는다. 단체예약도 사전문의를 통해 가능하다. 예약 신청은 매월 1일 오전 9시 30분~10시 이후부터 그 다음 달 신청이 가능하며, 예약신청자가 많을 경우 신청사연 심사 후 선정될 수도 있다. 3개월 전에 예약하면 참여가 용이하다.

인터넷으로 신청하지 못한 사람도 당일 오전 11시 40분까지 보신각 2층 누각에 도착하면, 타종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행사 관람과 함께 타종 직후 종의 울림을 직접 손으로 느끼고,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보신각에서 타종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색다른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 ‘보신각 타종’ 신청 안내
○ 홈페이지 : 바로가기
○ 문의 : 02-2133-0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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