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입구 ‘詩 도서관’…산에서 시 읊는 풍류

시민기자 최은주 시민기자 최은주

Visit382 Date2017.06.08 14:39

관악산 입구에 위치한 관악산詩도서관 ⓒ최은주

관악산 입구에 위치한 관악산詩도서관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 이문재의 ‘푸른 곰팡이’ 중에서-

사람들 간에 이메일과 카톡을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드물어졌다. 동네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 있던 빨간 우체통도 어느 샌가 사라져버렸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등산객이 오가는 관악산 등산로 입구, ‘관악산詩도서관’ 빨간 우체통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배낭을 멘 중년 여성들이 詩도서관 ‘시항아리’에서 ‘6월의 시’를 들고 나왔다. 그들은 산속에서 읽는 시가 최고라며 시항아리에서 꺼내든 시인 한강의 ‘유월’을 들고 관악산 속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詩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은 익숙해보였다.

도서관 신착시집들(좌), 기자가 고른 시집 `꽃사과 꽃이 피었다`(우) ⓒ최은주

도서관 신착시집들(좌), 기자가 고른 시집 `꽃사과 꽃이 피었다`(우)

도서관 안은 시집으로 가득했다. 일반도서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약 5,000여 권의 다양한 시집이 비치돼 있어,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들를만했다.

詩도서관에서는 시를 읽는 것뿐만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낭송회’나 ‘詩로 보내는 편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낭송하기’, ‘시 편지쓰기’, ‘시 읽고 감상하기’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관악산詩도서관 앞에 놓여있는 빨간 우체통(좌), 어린이가 빨간 우체통에 넣을 `詩로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다ⓒ최은주

관악산詩도서관 앞에 놓여있는 빨간 우체통(좌), 어린이가 빨간 우체통에 넣을 `詩로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다

‘詩로 보내는 편지’ 프로그램은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시와 함께 편지지에 담아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편지지와 봉투, 우표까지 도서관에 마련되어 있어, 편지지에 자신이 전하고 싶은 마음을 적고 도서관 앞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온 어린이가 진지하게 편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긴 편지를 쓴 모녀는 도서관 앞 우체통에 마음을 담은 편지를 부쳤다. 도서관에서 바로 편지를 부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수필가 이금아 씨가 시낭송을 하고 있다.ⓒ최은주

수필가 이금아 씨가 시낭송을 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시낭송이 한창이었다. 수필가로 활동 중인 이금아 씨가 마이크 앞에 앉아 백석, 곽재구 등 유명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그의 낭랑한 목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관악산 입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졌다.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시를 감상하고 있었다. 벤치 옆 이동식 서가에는 시집을 비치해두어 도서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아도 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

도서관 밖에도 시집을 비치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최은주

도서관 밖에도 시집을 비치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詩도서관 가까이 거주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금아 씨는 “가끔 이곳에 앉아 시를 낭송하는데, 아늑하고 참 좋다.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에서 시집을 빌려 관악산에 앉아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숲이 점점 짙어지는 6월이 왔다. 일에 지칠수록 신록을 걷는 일은 즐겁다. 등산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관악산詩도서관은 시 한편으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고 더불어 시를 읽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도서관이었다.

■ 관악산詩도서관 안내
○ 위치 : 서울시 관악구 신림로 23(신림동, 관악산입구)
○ 시간 : 평일 오전 9시 ~ 오후 6시, 주말 오전 9시~오후6시 / 3월 1일~10월31일 오전 8시 ~ 오후 8시 (매주 화요일 정기휴관일, 법정공휴일)
○ 홈페이지 : 바로가기
○ 문의 : 02-871-2261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동일조건변경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