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학교’ 공간이 꿈꾸는 평생교육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발행일 2017.06.02. 15:29

수정일 2017.06.07. 13:34

조회 3,432

올해 10월말 개관 예정인 `모두의 학교` 조감도

올해 10월말 개관 예정인 `모두의 학교` 조감도

(글=김경완 성균건축도시설계원 연구실장)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모두의 학교’ 프로젝트 운영회의에 참여했다. 필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시민들의 경험과 일상의 지혜, 학습 활동이 공유되고 성장할 수 있는 평생학습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

서울시 금천구 소재 한 중학교 건물과 부지를 평생학습 종합센터인 ‘모두의 학교’로 다시 창조해내는 이 작업은, 20여년 건축과 도시 언저리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 공간과 교육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학습을 해 왔을까? 그 공간이 우리 교육과 학습 방식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학교교육에서 평생교육으로 이행하는 요즘, 우리는 어떤 학습공간을 상상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을 따라, 먼저 우리나라 근대학교 형성 과정과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학교 공간은 그다지 오래 되지도, 많은 변화가 있지도 않았다. 감시와 통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경제적인 수단이었다.

시민들이 옛 한울중학교 공간 활용법 마련에 동참하기 위해 학교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시민들이 옛 한울중학교 공간 활용법 마련에 동참하기 위해 학교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이전의 교육 공간

조선 말기 신분제가 붕괴되고 유학이 보편화되면서 성균관과 사학 등 관학의 역할이 축소되었고, 민간 교육 중심을 담당했던 서원, 향교 등도 변질되었다. 이를 대체하여 지방에서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서당이 증가했다. 서당 교육 특징은 바로 지역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서당은 향촌의 자치 결속력을 강화시키며 해당 지역의 집단 활동 거점이자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근대 학교가 지역 사회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개화기에 나타난 학교는 관‧공립학교, 민족계 사립학교, 선교계 사립학교로 나눌 수 있다. 학교는 전통 가옥이나 교회 건물을 사용하다 점차 그 형태가 근대적인 학교 건물로 바뀐다.

일제 강점기 근대교육 공간

일제 강점기 근대 학교는 일정한 크기의 교실이 일렬로 배치되며 매우 권위적인 외관을 띈다. 각 교실은 복도로 연결되고 완전히 독립된다. 대부분 공간이 규율에 지배되고, 통제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건물 외부 공간을 보면 학생은 오직 담 사이 교문을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다. 학생을 외부와 단절시키고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양식이다. 교문을 들어서면 넓은 운동장과 중앙 국기게양대와 조회대를 볼 수 있다. 운동장이 안마당과 달리 군사 체육을 위한 공간과 조회 등 집회 공간으로 사용된 것을 볼 때, 일제가 학생들을 훈육하는 중요 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시민들이 공간 활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건축 도면을 함께 보며 특징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시민들이 공간 활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건축 도면을 함께 보며 특징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공공 영역· 공공 공간 활용

최근까지도 학교(교육) 공간은 공공시설임에도 상당이 폐쇄적인 사적 공간의 성격을 띠어 왔다. 서울과 같은 거대 도시에는 여러 가지 성격의 공공 영역이 있다. 교육시설, 문화시설, 종교시설 등을 포함한 수많은 공공 건축물과 공원, 광장, 거리 등 외부 공간들이 이에 속한다. 개인이나 사적인 집단 소유가 아닌 모든 공간이 공공 영역, 공공 공간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가로시설물, 건물 내부와 외부의 주요 공간, 건물 주변 외부 공간, 대상에 따라서는 주변 도시 맥락과 관련한 경관까지도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최근 인구 변화와 도시 계획 등 이유로 도시 내에 입지한 학교 부지나 용도 폐기된 산업시설물, 군부대와 같은 비교적 큰 공공 공간을 기존 용도와 다른 타 용도로 전환하여 활용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필자가 기획에 참여한 ‘모두의 학교’ 프로젝트도 이에 해당한다.

시민들은 9회에 걸친 `주민 참여 워크숍`을 통해 `모두의 학교`를 함께 만드는데 동참했다

시민들은 9회에 걸친 `주민 참여 워크숍`을 통해 `모두의 학교`를 함께 만드는데 동참했다

서울시 혁신적 평생학습종합센터 ‘모두의 학교’

이 프로젝트는 금천구 독산동에 1971년 지어진 한울중학교(옛 대림여자중학교)가 이전됨에 따라 기존 학교 건물을 활용하여 평생학습 종합공간으로 만드는 일이다. 비단 이곳만이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잉여 공간이 발생하는 것은 향후 서울시 전역에서 생길 일이기도 하다. 서울 같은 고밀도 도시에서 이런 큰 규모의 공공 공간이 생기는 일은 매우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곳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큰 숙제를 받는 기분이다.

한울중학교가 있었던 땅은 학교 담장을 기준으로 도로가 1m 이상 높거나, 운동장이 1m 이상 높은 완만한 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담장은 허물되 40년을 지켜온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는 한 그루도 쉬이 여기면 안 될 것이다. 또한 마을과 경계면을 주민 복지와 안전, 지역경제를 위한 작은 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학교를 빙 둘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마을길로 바뀔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40년 이상 지역 사회와는 별개 장소였던 학교 부지가 시민들한테 일시에 개방된다는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지역민들이 그 공간을 천천히 가꾸고 발전시키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규율로 통제 받았던 공간이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공간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학교는 더 이상 과거처럼 고립된 경계를 지닌 시설이 아니라, 주민에게 개방되고 지역네트워크 중심을 담당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교육이 학교와 교사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커뮤니티 안에서 여러 형태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모두의 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평생교육의 꿈이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 10월말 개관 예정인 `모두의 학교` 조감도

올해 10월말 개관 예정인 `모두의 학교` 조감도

■ 모두의 학교는?
금천구 독산동에서 시흥동으로 이전된 ‘한울중학교’ 부지 활용을 고민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전 세대에 걸친 질 높은 교육 경험 보장과 시민력 강화를 위해 평생교육 시설로 탈바꿈이 결정됐고, 2014년 ‘교육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습니다. 2016년에는 리모델링 설계안 공모를 통해 앞으로 지어질 큰 그림이 완성되었고, 9회에 걸친 주민 참여 워크숍을 통해 내부 공간 꾸미기를 진행하였습니다.
2017 하반기에 문 여는 ‘모두의 학교’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서울도서관 ▲시립미술관과 시민이 함께 협치와 참여를 통해 평생학습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 프로젝트 : 모두의 학교
○ 개교예정 : 2017년 10월 말
○ 위 치 : 금천구 남부순환로126길 25 (구)한울중학교
○ 문의 :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 719-6097

다들
○ 출처: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전문 웹진(smile.seoul.kr/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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