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놀이터 '서울로7017'에 가다
발행일 2017.05.24. 15:31
드디어 하늘 위의 보행길, ‘서울로7017’이 시민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1970년에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 차량길을 17개 보행길로 재구성해 2017년에 새롭게 탄생한 것이 바로 ‘서울로7017’이다.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장거리 열차가 운행되는 서울역은 서울의 중심이자 교통 메카로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다. 1970년 급격한 인구증가와 함께 복잡해진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서울역 고가도로는 긴 시간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매년 고가도로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결국 2006년 심각한 안전문제 제기로 차량운행이 전면 통제되었다.
서울시는 45년 동안 자동차를 등에 업고 시민과 함께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기보다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로 바꾸기로 했다. 서울의 관문이자 통일시대 유라시아 철도 시발점인 서울역 주변에 활기를 불어넣고, 남대문시장, 명동, 남산과 서울역 서쪽을 사람길로 연결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새롭게 단장한 서울로7017 개장식이 지난 5월 20일 토요일에 열렸다. 기자는 개장 첫날, 아이들과 함께 직접 다녀왔다.
서울로7017로 올라가는 연결통로는 7개가 있다. 기자는 그중 서울로7017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회현역 방향에서 산책을 시작했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서울로7017의 입구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조금 걷다 보니 구멍이 뚫린 기둥이 보인다. 구멍을 들여다보니 서울의 대표적인 야경이 보였다. ‘호기심화분’이란 이름의 커다란 화분은 서울로7017의 중간중간에 세워져 있는데,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소리가 들리는 것도 있다.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긴 줄로 서 있었다. 안내소에서 서울로7017 개장식 일정 등이 실려 있는 책자를 받기 위해서였다. 기자도 하나 받아들고선 본격적으로 산책을 시작했다.
서울로7017에 서니, 주위의 차들이 발 아래,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느껴질 즈음 시야에 조그마한 무대가 들어왔다. ‘목련무대’라는 작은 무대 위에서 거리예술가가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는 ‘2017 거리예술존’ 공연장 중 하나로, 오는 11월까지 서울로7017의 목련마당과 장미마당에서 다양한 거리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오카리나 선율을 들으며 걷다 보니, ‘방방놀이터’가 보인다. 서울로7017을 거닐며 아이들이 가장 신났던 순간이었다. 두 명씩 이용할 수 있는 작은 트램펄린 ‘방방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해주었다.
서울로7017 곳곳을 둘러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서울역에 도착해있었다. 서울역을 오가는 KTX와 지하철은 아이들의 발길을 한참이나 붙잡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서는 ‘서울로 365 패션쇼’를 보게 되었다. 대우재단빌딩 연결로가 패션쇼의 런웨이가 되었다. 이 행사는 한국 윤리적 패션 디자이너와 서울역 일대 지역봉제업체가 공동 기획했다. 그들의 합동 패션쇼 1부에서 진행된 ‘함께 걷는 이 길, 패션쇼’는 지역과 소통, 상생하는 윤리적 패션쇼이다. 차가 달리던 도로가 시민들이 걷는 공원이 된 것처럼 우리가 입는 옷에서도 그 상생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전달했다. 연이어 2부에서는 ‘사람길을 걷다, 패션쇼’가 진행됐다.
패션쇼가 끝나자 목련무대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청바지에 빨간 멜빵을 맨 두 남자가 무대 위로 올랐다. 크로키를 그리며 코믹한 퍼포먼스로 사람들에게 연신 웃음을 선사했다. ‘크로키키 브라더스’의 흥겨운 공연을 끝으로 기자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개장식 당일은 기온이 30도 가까이 될 만큼 무더운 날이었지만, 서울로7017 길 위는 뜻밖에 덥지 않았다. 원형화분 50개와 228종 2만4,085주의 다양한 수목들이 청량감을 주었고, 곳곳에 세워진 물 뿌려주는 기둥이 열기를 식혀주었다. 음수대와 분수대, 족욕탕 등의 시설도 시원하게 쉬는 데 한몫했다. 아직은 덜 자란 나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로 점점 더 우거질 것을 생각하니 도심 휴식공간으로 충분해 보였다. 더군다나 주변의 다양한 도보 관광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어 보행길로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 서울로 7017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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