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서울로7017 개장식 다녀와서
발행일 2017.05.22. 16:40
5월의 한낮은 생각보다 뜨거웠지만, 보행길로 새로 태어난 ‘서울로 7017’을 걷는 시민들의 열기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20일, 21일 주말 동안 새로 개장한 서울로는 온종일 사람들로 붐볐다.
‘서울로 7017’은 약 1km의 보행 길에 17개의 연결 통로를 만들어 남대문시장에서 서울역을 거쳐 청파, 만리, 중림동 지역까지 한 번에 걸을 수 있게 했다. 오래 기다려온 개장 당일, 시민들은 서울 위를 걸으며 개장을 기념해 펼쳐지는 여러 가지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건 대우빌딩과의 연결 통로에서 펼쳐진 패션쇼였다. 싱그러운 초록 카펫을 런웨이 삼아 모델들이 다양한 옷을 선보였다. 남녀 모델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런웨이를 화려하게 수놓자, 패션쇼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힘찬 박수와 함께 패션쇼를 즐기는 사람들 때문에 패션쇼가 열리는 시간, 이 구간에서 심한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여느 패션쇼와 다름없어 보이는 ‘서울 365 패션쇼’에는 사실 눈엔 보이지 않는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다.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옷감을 만들어 재활용한 옷들을 선보인 다거나, 소비자가 제품 하나를 살 때마다 캄보디아에 옷을 기증하는 브랜드 등의 조금은 특별한 옷들이 런웨이를 채웠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역 일대 봉제 의류업체와 젊은 패션 디자이너가 협업해 고가도로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리동 일대 봉제 업체들과의 상생을 꾀하기도 했다. 차가 다니던 길을 사람이 다니는 길로 바꿔보자는 새로운 상상력에서 시작된 서울로와 썩 잘 어울리는 패션쇼였다.
패션쇼가 열리는 맞은편 호텔 마누 연결통로에서는 지역 봉제 업체에서 생산한 서울로 티셔츠와 에코백을 판매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바자회에 관심을 보였다. 봉천동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디자인도 세련된 데다가 지역과 상생의 의미까지 담고 있어 티셔츠 두 장을 구입샀다”며 “패션쇼도 보고 티셔츠도 사고 참 좋네요”라며 연결통로를 통해 호텔 마누로 들어갔다.
패션쇼를 구경하고 나니 배가 출출해졌다. 서울로 7017 위에는 카페나 김밥집이 있었지만, 기자가 찾아갔을 땐 아직 ‘준비 중’이었다. 서울로 개장 전부터 화제를 모은 ‘7017서울화반’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서울화반은 서울시 명예 쉐프 10명이 비빔밥을 테마로 한 달씩 돌아가며 자신의 이름을 건 비빔밥을 선보이는 캐주얼 한식 레스토랑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소희 쉐프, 미슐랭 서울판 2스타 ‘곳간’의 최은미 쉐프, 각종 요리 방송에 출연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박준우 쉐프 등 쟁쟁한 쉐프들이 총출동해 비빔밥을 가지고 스페셜 레시피를 선보인다고 한다.
서울역을 지나 세 갈래 길에서 만리동 길로 내려섰다. ‘7017서울화반’은 만리동 광장에 둥글게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로를 상징하는 녹색 인테리어가 싱그러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산채나물 비빕밥, 불고기 비빔밥, 제육덮밥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쉐프의 비빔밥이 눈길을 끌었다. 입구에는 김훈이 쉐프가 다정히 손님을 맞고 있었다.
한식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획득한 뉴욕의 한식당 ‘단지’의 오너 쉐프인 그는 방송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쉐프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멋진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며 연어가 들어간 쉐프의 비빔밥을 주문했다.
상큼한 요구르트로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려내자 놋그릇에 정갈하게 차려진 비빔밥이 나왔다. 생양파와 미역, 나물이 들어있는 비빔밥 위엔 연어가 듬뿍 올려졌다. 간장 소스에 비벼 한 입 크게 떴다. 부드러운 연어와 미역의 바다향이 어우러진 독특한 맛이었다. 게다가 유명 쉐프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즐거움도 있었다.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쉐프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서울로 7017’ 개장 날에 의미 있는 런웨이를 구경하고 유명 쉐프의 비빔밥까지 맛보니,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서울로를 걸으며 10명의 쉐프가 릴레이로 선보이는 명품 비빔밥을 먹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 서울로 7017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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