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앓는 채원이, 전교회장 되다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7.05.11. 15:26

수정일 2017.05.11. 16:04

조회 1,865

운동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문채원 학생 ⓒ김수정

운동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문채원 학생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됐다.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신중하게 선택했다.

학기 초에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전국 대다수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전교 회장, 부회장 및 각 학급의 회장, 부회장을 선출한다. 이는 학기마다 진행되는 학사일정의 하나이지만, 올 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조금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결과가 있었다.

전교회장 채원 학생의 활동 모습(좌), 전교회장이 되어 연설하는 채원 학생(우) ⓒ김수정

전교회장 채원 학생의 활동 모습(좌), 전교회장이 되어 연설하는 채원 학생(우)

성북구에 위치한 서울미아초등학교의 전교회장으로 뇌성마비 1급인 문채원 학생이 당선했다. 채원이는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 하고, 혀가 경직되어 발음도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학우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공약을 내걸고, 그러한 생각을 당당하게 발표하여 7명의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아 당선됐다.

신체가 건강한 친구들도 선뜻 전교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하지 않는데, 채원이는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출마하였다. 이런 채원이의 모습을 보고 그 뒤에 부모의 특별한 교육이 있는지 궁금했다. 또래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특히 남들보다 느리게 커가고 있는 자녀를 둔 고민 많은 학부모로서 그 교육방법을 전수받고 싶은 마음에 문채원 학생의 어머니, 오진영 씨를 직접 만났다.

문채원 학생의 어머니, 오진영 씨ⓒ김수정

문채원 학생의 어머니, 오진영 씨

기자는 오진영 씨가 혹시나 헬리콥터 맘은 아닐까 싶어 채원이에게 엄마가 먼저 회장선거에 나가보라고 제안했냐고 물었다. 이에 오진영 씨는 고개를 저었다.

“채원이는 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에요. 저 또한 채원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채원이는 어릴 때부터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매사에 적극적이었어요. 어릴 때 일반유치원을 다녔었는데 거기서 ‘독서 골든벨’이란 것을 했었어요. 책을 읽고 문제를 맞추는 형식인데, 거기서 1등을 하고 상금도 받았었죠”라며 채원이가 어릴 적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오진영 씨는 채원이를 일반학교에 보낸 이유에 대해 말해 주었다.

“채원이를 일반유치원, 일반학교에 보낸 것은 사회성 때문이었어요. 성인이 되면 일반인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살아가야하는데, 어릴 때부터 그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다행히 또래 친구들 속에서 많은 자극을 받고, 친구들이 하는 것들을 보며 자신도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작년에는 선생님께 드리는 ‘감사편지쓰기 공모전’에서 서울특별시 교육감상을 받기도 했었어요.” 결과적으로 채원이는 또래 친구들 속에서 잘 성장했다.

`제1회 감사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품집과 문채원 학생이 쓴 감사편지 ⓒ김수정

`제1회 감사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품집과 문채원 학생이 쓴 감사편지

오진영 씨의 말을 듣고 있으니, 채원이가 단순히 환경적인 요인만으로 자극을 받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학생들도 학교에 다니면서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직접적인 자극의 동기를 물었다.

“제가 해준 것은 칭찬밖에 없었어요. ‘넌 뭐든지 다 할 수 있어!’라고 자주 말해주었어요. 사실 채원이가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전 채원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얘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그 하나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그게 아이에게 자존심과 자신감을 길러준 동기가 된 것 같아요.”

채원이를 향한 오진영 씨의 애틋한 사랑과 교육방식이 마음에 와 닿았다.

`감사편지쓰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서울특별시 교육감상을 받은 채원 학생 ⓒ김수정

`감사편지쓰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서울특별시 교육감상을 받은 채원 학생

그래도 채원이가 걱정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진영 씨는 ‘마음을 다 내려놓고 산다’고 대답했다.

“전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해요. 현재에 만족하자는 의미로 ‘행복하게 웃자’가 저희 집 가훈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아이의 역량이 더 커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요. 앞으로도 채원이가 세상은 재미있고, 할 것도 많은 곳이란 걸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채원이의 꿈은 자연으로 요리한 음식으로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요리사가 되는 것이란다. 오진영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채원이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 활짝 웃는 모습을 상상하게 됐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학예회에 참여한 채원이의 모습 ⓒ김수정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학예회에 참여한 채원이의 모습

자녀를 위한 특별한 교육법이 궁금했던 인터뷰였지만, 핵심은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것이었다. 너무나도 원론적인 말이지만, 끊임없는 칭찬과 함께 아이를 지지해주는 것이다. 말끝마다 감사하다는 오진영 씨를 보면서 반성하였고, 내 안에 솟구치던 수많은 욕심에 부끄러워졌다.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길러야 할지 또 다시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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