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탐방 “1987 대통령 직접선거제 도입”

프로필이미지 시민기자 이현정

Visit134 Date2017.05.04 09:05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호헌철폐 민주헌법쟁취 범국민대회`가 진행되었던 성공회 성당 ⓒ이현정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호헌철폐 민주헌법쟁취 범국민대회`가 진행되었던 성공회 성당

함께 서울 착한 경제 (72) 대통령 선거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서울 나들이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됐다. 삼일만 휴가를 내면 최장 11일의 황금연휴라는데, 벌써부터 해외로, 국내 명소로 여행길에 오른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연휴이니만큼 투표 참여가 우선이라는 국민이 더 많다. 실제 CBS의 여론조사 발표를 보면, 10명 중 9명이 투표 참여를 먼저 고려하고 그 다음에 연휴 계획을 짜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연휴는 대통령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겨보는 역사탐방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황금연휴, 대선 연휴를 보다 의미 있게 보내는 서울 나들이 코스를 알아보았다.

30여 년을 거슬러 마주한 대통령 직선제의 외침

1987년 6월 10일 6시 성공회 대성당 종루에서는 42번의 종소리와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때를 맞춰 서울 도심 곳곳의 버스와 승용차에서 일제히 경적이 울렸고, 거리의 시민들은 애국가를 합창했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곧이어 성공회 대성당 안에서는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호헌철폐 민주헌법쟁취 범국민대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서울 도심에는 오전부터 160개 중대 2만2,0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곳곳을 통제하고 있었다. 경적을 울리지 못하도록 버스와 택시 회사에 차량 경음기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애국가 제창을 막기 위해 모든 관공서 및 학교는 매일 오후 6시에 시행하던 국기 하강식과 애국가 방송을 생략했다. 각 기업체에는 오후 6시 이전에 조기 퇴근시키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대통령 직선제를 염원하는 함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직선제개헌 쟁취” “민주헌법쟁취”

시청 주변과 태평로, 청계천과 광교, 종로, 을지로 입구에서 명동 일대, 한국은행 앞 분수대, 남대문시장, 퇴계로와 회현고가, 충무로, 을지로, 서울운동장 앞, 국립의료원 앞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선 밤늦도록 시위가 이어졌다. 대학생은 물론, 교수, 변호사, 여성단체 회원, 문인,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각 종교계, 농민, 노동자, 여성단체 회원, 야당 인사 등이 함께했다.

물론 처음 거리로 나선 것은 대학생들이었다. 이들을 본 시민들은 박수로 응원했고, 허기진 학생들에게 빵과 간식, 음료 등을 건네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은 쫓기는 학생들을 숨겨주고 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주변 직장인들과 시민들은 학생들을 연행하지 못하도록 막고, 최루탄을 쏘지 못하게 몸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대열에 함유해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는데, 이렇게 즉석에서 참여하는 시민들은 순식간에 몇 백 명, 몇 천 명으로 불어났다.

당시는 서슬 퍼런 공안 정국이었던 탓에 오늘날의 촛불집회와 같은 평화시위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최루탄과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무차별로 연행해갔다. 각종 최루탄은 순식간에 눈물 콧물 범벅으로 만들 뿐 아니라, 피부발진을 일으키고, 실명하거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다. 시위에 일반 시민들이 함께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런데 6월 항쟁은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 적극적인 참여 속에 함께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이러한 힘은 명동성당의 5일간의 의도치 않았던 농성으로 이어졌고,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18일 최루탄 추방대회, 26일 국민평화대행진을 거치며, 결국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는 6.29선언을 받아낼 수 있었다.

대통령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사 탐방 코스는?

이러한 변화는 단지 1987년 6월에 뜬금없이 일어난 건 아니었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억눌려온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온 것이리라.

1985년 2월 12일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직선제 개헌을 주장한 신민당이 여당인 공화당을 득표율에서 앞지르며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이후 국민이 직접 투표하여 대통령을 뽑고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은 높아져 갔다. 하지만 당시 전두환 정권은 강경탄압으로 일관했다. 국회의원부터 종교인, 교수 할 것 없이 구속·수배하는 등 민주화 운동 세력을 초토화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86년 한 해 동안 입건된 학생만 해도 전년 대비 34.5퍼센트에 이를 정도였다. 어찌 보면 1987월 1월의 박종철 고문 사망 사건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본인은 임기 중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현행 헌법에 따라 내년 2월 25일 본인의 임기 만료와 더불어 후임자에게 정부를 이양할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1987년 4월 13일 대통령 전두환의 호헌 선언은 당시 대통령 선거방식을 바꿔야 한다 생각했던 시민들에겐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이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조작 은폐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의 분노는 급속히 확산되었다. 6월 9일 연세대 이한열 군이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시위 도중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뒷머리를 맞아 쓰러졌고, 6월항쟁의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었다. 이렇듯 대통령 직선제는 수많은 이들의 민주화를 향한 염원과 희생의 대가로 이뤄낸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는 서울 역사 탐방 코스는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을까?

먼저, 서울도서관에서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도서관에서 6월항쟁 관련 도서를 찾아 읽고, 도서관 옥상에 올라 성공회 성당과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던 서울 도심 거리를 살펴보자.

이어 맞은편 성공회 성당으로 이동해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호헌철폐 민주헌법쟁취 범국민대회’가 진행된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사제관 앞에는 ‘유월민주항쟁 진원지’ 표석이 있다.

다시 서울광장을 지나 을지로 입구까지 걸으며 1987년 6월의 거리를 가늠해보자.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발기 대회가 열렸던 향린교회를 거쳐 명동 성당까지 찾아가 보자. 명동성당은 6월 10일부터 5일간 농성을 이어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곳이다.

명동성당을 나와 한국은행 앞 분수대까지 명동길을 걸으며,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이면 거리로 나와 시위대에 합류했던 당시 넥타이부대를 떠올려봐도 좋겠다. 한국은행 앞 분수대에는 ‘6월항쟁 시 격전지’라는 황동 표지석이 있다.

내친김에 남대문을 거쳐 6.26 국민평화대행진 장소라는 표지석이 있는 서울역광장까지 걸어보자. 가게 셔터까지 내리고 백골단에 쫓기는 학생들을 숨겨주던 시장 상인들도 떠올려보면 좋겠다.

옛 남영동 대공부실이었던 경찰청 인권센터  ⓒ이현정

옛 남영동 대공부실이었던 경찰청 인권센터

좀 더 시간이 허락한다면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나 연세대 주변도 둘러보자. 경찰청 인권센터는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에 의해 희생된 남영동 옛 대공분실이 있던 장소다. 509호실은 추모의 공간으로 복원되어 있으며, 4층에는 박종철 기념 전시실이 있다.

연세대 교정 내에 자리한 이한열 동산 ⓒ이현정

연세대 교정 내에 자리한 이한열 동산

이한열 기념관과 연세대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이한열 열사가 쓰러진 장소인 연세대 정문 왼편 기둥 바닥에는 이한열 열사 기념 동판이 있고, 캠퍼스 안쪽에는 이한열 동산이 조성되어 있다.

이한열 기념관 내에는 당시 이한열 열사가 입었던 옷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현정

이한열 기념관 내에는 당시 이한열 열사가 입었던 옷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는 5월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5년마다 관성적으로 참가해온 탓일까? 그 한 표의 소중함과 절실함도 점차 잊혀지는 듯싶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통령 직선제가 수많은 이들의 민주화를 향한 염원과 희생의 대가로 이뤼낸 것임을 기억하며, 잊지 않고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하도록 하자.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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