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명소 ‘다산마을’

시민기자 김윤경

Visit1,444 Date2017.03.22 16:39

다산성곽길 끝에서 만난 성곽마루 정자ⓒ김윤경

다산성곽길에서 만난 성곽마루 정자

장충체육관을 지나 올라가면 마을과 가까이 있는 다산성곽길이 나온다. 성곽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왼쪽으로 ‘다산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다산성곽길 끝에는 ‘성곽마루’라는 정자가 있다. 아는 사람은 즐겨 찾는다는 숨은 명소다. 확 트인 정자에 앉으니 앞에는 웅장한 모습을 자아내는 남산이, 뒤로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산마을이 보인다. 이 한 곳에 자연과 마을, 우리가 사는 서울이 다 담겨 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다산마을활동가 김은영 씨는 “소나무가 무척 많죠? 예전 이곳은 아카시아와 산수유 꽃이 뒤덮인 향기로운 곳이었다고 해요. 이곳에서 서울을 둘러보면 머릿속이 맑아지거든요”라고 전한다. 정자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산을 내려다보니 마치 여행을 온 것 같다.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다산성곽길, 유독 소나무가 많다.ⓒ김윤경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다산성곽길, 유독 소나무가 많다.

성곽길을 걷다 보면 꼭 마을 주민과 만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김은영 씨와 걷는 동안 여러 주민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성곽길에는 작은 아치문처럼 만들어져 일명 ‘토끼굴’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마을 주민들은 종종 이곳에서 친목을 다진다.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을 만큼 시원해 과일을 나누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더위도 잊는단다.

성곽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마을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김윤경

성곽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마을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동네에서만 40년이 넘게 살았다는 신복단 씨는 마을이 무척 마음에 든단다. “시내 한복판에 이런 곳이 어디 있어? 여기저기 가기도 편하지. 성곽길로 남산을 다니다 보니 이제 우리집 양반은 시도 써. 이 동네에서만 40년 넘게 살았어. 큰 애가 아주 어릴 때 왔는데 50살이 넘었거든.”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건 성곽길만이 아니다. 예술놀이터 ‘꼬레아트’ 및 문화창작소 1, 2, 3, 4호, 그리고 아기자기한 갤러리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 입주되어 있는 도예공방, 갤러리에서는 전시와 함께 주민을 위한 체험 행사도 열고 있다. 성곽길에 자리한 ‘꼬레아트’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예술체험이 준비되어 있으며, 시민을 위한 타악과 댄스스포츠 프로그램도 있다. 그 밖에도 미술 체험 및 워크숍 등 색다른 프로그램이 때마다 열린다.

문화창작소 2호 `AA ceramic studio`. ⓒ김윤경

문화창작소 2호 `AA 세라믹 스튜디오`.

꼬레아트 반대쪽에는 옛집을 개조한 예술 공간 ‘더 써드플레이스(THE 3rd PLACE)’가 있다. 전시는 물론 사진과 캘리그라피 강좌를 열고 주민과 향초 등을 만든다. 놀라운 건 이 공간이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지 월간 <페이퍼>를 만드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참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월간 <페이퍼> 발행인 김원 씨는 시민과 함께 소통할 수 있어 즐겁다고 한다. 책에서나 봤던 그의 캘리그라피와 일러스트가 좁은 공간에 걸려 있어 신기했다. 예술가 작업 공간에서 시민과 소소한 문화를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훈훈하다.

전시, 사진 및 캘리그라피 강좌, 향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접할 수 있는 `더 써드플레이스(THE 3rd PLACE)`ⓒ김윤경

전시, 사진 및 캘리그라피 강좌, 향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접할 수 있는 `더 써드플레이스(THE 3rd PLACE)`

바로 옆 ‘정다방’은 또 다른 갤러리다. 허름한 집을 개조해서 인지 친근한 옆집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얼굴의 언어’라는 무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리투아니아 출신 작가 만타스 씨는 모든 얼굴에는 고유의 언어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직접 OHP 필름에 얼굴들을 그렸다. 필름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내가 아닌 또 다른 자아를 느끼고, 나아가 타인을 이해해보는 건 어떨까.

이곳을 내려가면 ‘의외의 조합’이라고 불리는 갤러리 카페가 있다. 앞에서 보면 5층 정도 건물인데 뒤에서는 2층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또 달라 보인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문화창작소 4호 `갤러리스케이프`(좌), 앞에서 보면 5층으로 뒤에서 보면 2층 건물처럼 보이는 갤러리 카페(우) ⓒ김윤경

문화창작소 4호 `갤러리스케이프`(좌), 앞에서 보면 5층으로 뒤에서 보면 2층 건물처럼 보이는 갤러리 카페(우)

서울시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성곽마을 재생사업’을 통해 마을 가치 보존 반영을 위한 7개권 생활문화 기록집을 발간했다. 기록집은 서울시 홈페이지와 서울도서관 및 마을 주민센터에서 볼 수 있다. 또한, 3월에는 탐방 가이드북을 제작하며 5월에 있을 성곽마을별 순회 전시회 개최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구에서는 5월 20일 다산성곽길 야외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릴 신랑, 신부를 모집하고 있다. 3월 31일까지 신청하면 중구 거주자 중 적합한 하나의 커플을 선정하여 예식 촬영과 예복, 피로연 등을 지원해준다. 작은 결혼식 문의는 중구청(02-3396-5953)으로 하면 된다.

완연한 봄이다. 새순이 돋고 봄바람이 밖으로 나오라며 발길을 재촉한다. 봄볕을 따라 다산성곽길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마을 곳곳에 숨겨진 소소한 문화도 함께 누려보자.

■ 성곽마을 다산구간 (다산성곽길) 안내
○ 가는 방법 :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 미술작가 영상 작품 무료 상영전 : 문화 창작소 3호 원앤제이갤러리, 3월 17일~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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