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양복 입은 뱀’은 누구인가?

최경

발행일 2017.03.17. 15:40

수정일 2017.03.17. 15:40

조회 1,609

봄을 맞아 산책을 즐기고 있는 직장인들ⓒ뉴시스

봄을 맞아 산책을 즐기고 있는 직장인들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62) 양복 입은 뱀들에 대해

혹시 주변에서 냉혹하고 양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나? 이런 유형은 전체 인구의 1%, 특히 연쇄살인범의 90%, 연쇄성폭행범의 40% 이상에서 발견되는데 이들을 범죄심리학 용어로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사이코패스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면서 반사회적으로 행동하면서 양심의 가책이 전혀 없는 성격장애를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고통이나 심지어 생명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문제는 이들은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기 전까지 주변에서 눈치 채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환청이나 환각 등의 증세를 보이면서 자신이 한 행동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정상적인 대화가 원활하지 않은 정신장애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사이코패스는 평소엔 보통 사람들처럼 생활하고 심지어 현란한 말솜씨와 친화력을 보이고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이 뛰어나 범죄행각이 알려지기 전까지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의 본성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범죄 심리학자들이 가장 우선으로 꼽는 것은 ‘공감능력의 결여’다.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검사에서 사이코패스는 정답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한다.

“보통사람들은 상대를 응시하면서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표정에서 읽어내지만 사이코패스들은 그걸 읽어낼 수가 없어요. 정서적인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잔인한 범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를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범죄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이 결여’ 되어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타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거나 사회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자기 합리화에는 능하며 자신이 되려 피해자라고 하는 뻔뻔함을 보이는 것이 바로 사이코패스들이다.

이들에게 악마의 본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피상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와 친화적인 태도, 혹은 매력적인 외모로 사람들을 신뢰하게 만든 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철저하게 이용하고 심지어 목숨을 빼앗아 버린다. 그러기 위해 이들은 ‘교활하고 상습적인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

그런데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하나씩 열거하다 보면 연쇄살인범 등의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내 주변, 우리 사회에 이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양복 입은 뱀’으로 표현되는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의 경우 상당수는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저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고, 인간미 없고 남의 고통에 대해 둔감한, 매우 이기적인 사람쯤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범죄에 손대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괴물로 진화해가는 것만은 틀림없다. 불행하게도 괴물이 된 이후엔 어떤 교정교화 프로그램도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는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에 의해 괴물로 변하게 된 것일까.

“기질적으로 타고 났다거나 어린 시절에 당한 충격적인 경험이 사이코패스가 되는 직접적이거나 유일한 원인은 절대로 아닙니다. 원인 중 하나는 될 수 있겠죠. 오히려 그 이후에 일어나는 현상들이 더 중요합니다. 만나는 주변사람들이 어떻게 대해주냐도 중요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결국 본인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겁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어쩐지 지금의 시국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이 겹쳐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불의에 대해 제대로 바로잡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전유물인 듯 농락당하는 걸 허용하는 사이에 사이코패스라는 괴물을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많이, 빠른 속도로 키워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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