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제는 집" 사지(buying) 않고 사는(living) 곳으로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7.03.08. 17:07

수정일 2017.03.09. 11:14

조회 3,315

더함플러스협동조합 김수동 이사장이 입주한 공동체 주택 ⓒ이현정

더함플러스협동조합 김수동 이사장이 입주한 공동체 주택

함께 서울 착한 경제 (68) - 더함플러스협동조합과 함께 생각해보는 공동체 주택

‘학자금푸어, 워킹푸어, 렌트푸어, 하우스푸어, 웨딩푸어, 베이비푸어, 에듀푸어, 실버 푸어….’ 마치 생애주기별 공식처럼 빈곤의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푸어전성시대다. 이렇듯 삶의 결정적인 순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그 직접적 원인은 다양할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높은 부동산 가격과 주거비 즉, 주택 문제로 모아진다.

청년세대에게도, 중노년세대에게도, 집이 없어도, 집이 있어도 불안으로 내모는 주택 문제.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그 해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살펴보았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 속 감춰진 진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2008년에 이미 100%를 넘어섰다. 즉, 모든 가구가 집을 한 채씩 갖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서울의 주택보급률도 96% 선(2015년)이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할 경우 실질 주택보급률은 102%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세입자로 전세 보증금과 월세 압박에 시달리고, 청년들은 집이 아닌 방을 찾아 헤매고 있다.

한편에선 과잉공급으로 미분양 주택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주택 부족으로 전월세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국의 도시 중심가 아파트 매매가는 ㎡당 6,659.57달러로 세계 119개국 중 9위, 소득대비 집값과 아파트 임대료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선 11년 동안 월급 한 푼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 한다(서울 평균 집값 5억685만 원 기준). 이는 연 소득 4,712만 원인 3분위 가계인 경우이고, 연 소득 1,662만 원인 1분위 가정에선 30.5년이 걸린다. 즉, 가정소비생활을 유지하며 서울 상류층 평균 집값이라는 12억대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100년을 모아도 불가능하단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주택의 절반 이상(51.7%)을 주택자산이 많은 상위 20% 가구가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 서울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부담가능 임대주택 공급정책과 모델’, 월간 KB주택가격동향, 2015년 주택 소유 통계 등 참고)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부추긴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70년대 이래 정부의 부동산 개발 정책과 이후 경기 침체를 부동산 활성화로 타개하려는 정책들이 최근까지 이어지며 아파트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어마어마한 부동산 불로소득이 생겨나며, 돈 놓고 돈 먹기 판이 되었다. 결국 주택 공급이 늘어나도, 재산의 증식 수단으로 주택을 여러 채씩 갖게 되는 부유층만 배불릴 뿐, 정작 서민주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화장실만 우리 집이고 나머지는 은행 거라느니, 은행에 월세 내며 살고 있다라는 얘기들을 한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결국 은행 빚을 내서라도 너도나도 집을 사는 풍토를 양산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344조 원 중 60% 이상이 부동산 관련 담보 대출이라고 한다.

하지만 향후 부동산 전망을 그리 밝지 않다. 과거 한국의 집값은 오르면 올랐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던 전문가들도 이젠 슬며시 보합이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속된 경기 불황, 높아지는 금리 인상 가능성, 대출 규제 강화,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이에 깡통 주택과 하우스 푸어가 사회문제가 되며, 결국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16년 12월 기준 73%, 실제 전세금이 매매가의 90%를 넘는 곳도 있다. 즉, 전세가에서 몇 천만 원만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입자들의 선택은 ‘탈 서울’이었다. 실제 지난해 5월, 서울의 인구가 28년 만에 처음으로 천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로 이사한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14만 명 더 많았다는데, 서울을 떠난 가장 큰 이유로 ‘주택’ 문제라는 답변이 42.9%로 가장 많았다. 결국, 집에 대한 투자가치도, 빚 내서 집 사기 열풍도 사그라들고 있단 얘기가 아닐까?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집에 대한 다른 생각

많은 전문가들은 저성장 시대,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주택 정책도 정책이지만, 주택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테크 수단으로 사고 파는 것이 아닌, 사는 곳 즉 생활하는 집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주거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 더함플러스협동조합 김수동 이사장을 만나 보았다.

김수동 이사장이 입주한 공동체 주택 ⓒ이현정

김수동 이사장이 입주한 공동체 주택

“우리가 20~30년 후면 맞이할 노후를 생각하니 재앙적인 거예요. 그나마 저희 부모세대는 자식들이 보살피는데, 재산이라곤 집 하나밖에 없는 지금의 베이비붐 세대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과정을 부모세대보다 더 처절하게 맞이하겠죠. 실제 60세 이상이 가구주인 고령층 가구 5곳 중 1곳은 3년 사이 빈곤층으로 추락한다는데, 이젠 집에 대한 생각도 좀 바꿔야 한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 김수동 이사장의 얘기처럼, 이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집에 대한 생각도 바꾸고, 좀 다른 상상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품위를 유지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삶을 퍽퍽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현재의 아파트 구조가 노인 고독사에 최적화된 시스템은 아닌지, 청년주거 문제와 하우스푸어 위기에 놓인 중노년층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은 없는지,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 공간 외 공동 공간을 만들어 어울리며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건 어떨지…. 지금껏 우리가 가졌던 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생각을 해봐도 좋겠다.

강의중인 김수동 이사장(좌), 지난해 가을 특강 때 모습(우),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50플러스 공동체 주거 시작하기` 강좌가 열린다.  ⓒ이현정

강의중인 김수동 이사장(좌), 지난해 가을 특강 때 모습(우),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50플러스 공동체 주거 시작하기` 강좌가 열린다.

오는 3월 10일부터 6월 2일까지 매주 금요일, 서울시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는 이와 같은 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나누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강좌가 열린다.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50플러스 공동체 주거 시작하기’이다.

다양한 공동체 주거 모델을 살펴보고, 집과 가족, 공동체, 돌봄 등 집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주거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 공동체 주택을 짓고 입주해 생활하는 이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는 현장탐방도 실시한다고 하니,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수동 이사장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공동체 주택을 짓고 지난해 입주했다. ⓒ이현정

김수동 이사장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공동체 주택을 짓고 지난해 입주했다.

“저희가 생각하는 공동체 주택은 관계가 있는 주거, 목적이 있는 주거, 이야기가 있는 주거입니다. 제각각 달리 생각하던 관계란 개념을 잘 맞춰가는 것이 중요한데요. 공동체 주택이라고 하면, 엄청 끈끈하게 매일매일 알콩달콩 살 거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다들 일상이 바쁘고, 사생활이 침해받길 바라진 않죠. 사생활은 독립적으로 보호받으면서도 느슨한 연결 개념으로써의 소속감, 서로 이웃으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관계 맺길 바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주택은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좋습니다. 입주 전부터 1년 이상 매주 모임을 하며 입주자로서 해야 할 일도 많고, 갈등지점도 거쳐야 하고, 여러모로 피곤한 일인데…, 그러함에도 이곳에 살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공동체 주택은 집을 짓는 과정부터 소소한 이야기 거리가 생긴다는 겁니다. 아파트가 대표적 주거공간이 되면서 집과 사람에 대한 추억, 이야기가 사라졌지만, 공동체 주택은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안전망 역할을 하며, 일상의 나눔도 나눌 수 있는데요. 그게 사람 사는 맛이 아닌가 싶어요.”

공동체 주택의 공용 공간 ⓒ이현정

공동체 주택의 공용 공간

김수동 이사장는 지난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공동체 주택을 짓고 입주했다고 한다. 실제 적당한 땅을 알아봐 고르고, 건축비나 공동 공간과 세대별 맞춤 공간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며 설계를 확정하고, 입주해 더불어 어울려 살아가는 그 모든 과정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도 이번 강좌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강좌에 대한 문의는 전화(02-372-5050) 또는 홈페이지(50plus.or.kr/swc)로 하면 된다.

셰어하우스나 공동체 주택들은 참여하는 주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시작 단계란 점을 생각하면 향후 더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상상으로 미래 주택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갈 것이라 생각된다. 누군가 공급하는 상품화된 아파트·주택이 아닌, 함께 살아갈 이웃과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어가는 살맛나는 집을 그려보면 어떨까?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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