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 1년 뒤 편지로 다시 받아본다면?

시민기자 최용수

Visit599 Date2017.01.19 17:32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앞에 있는 `느린 우체통` 모습 ⓒ최용수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앞에 있는 `느린 우체통` 모습

결혼기념일을 맞이한 루다(Luda)네 가족들은 북악스카이웨이를 찾았다. 벌써 네 번째 연례행사이다.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수려한 풍경과 조망이 일품이어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북쪽으로는 평창동과 북한산 봉우리들이, 남으로는 N서울타워와 63빌딩, 굽이치는 한강 등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코스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예쁜 사진을 찍고 조각품도 감상하고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밥을 먹으니 루다네 결혼기념일 나들이는 마냥 즐겁다.

그런데 루다네가 북악스카이웨이를 찾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매년 돌아오는 결혼기념일, 의미 있는 이벤트를 찾다가 특별한 편지를 쓸 수 있는 ‘느린 우체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1년 후에 받아볼 편지를 써서 느린 우체통 속에 넣고 있는 루다네 가족 ⓒ최용수

1년 후에 받아볼 편지를 써서 느린 우체통 속에 넣고 있는 루다네 가족

세 살 예쁜 딸 루다와 함께 쓴 편지를 파란 우체통에 넣는다. 하루 이틀 일주일… 시간이 흘러도 오지 않자 서서히 루다는 편지를 잊어간다. 신록이 우거지고 울긋불긋 단풍이 들더니 어느새 마지막 남은 잎이 떨어지면 흰 눈이 소복이 쌓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어느 봄 날, 예쁜 편지 한 통이 루다에게로 배달된다. 1년 전 결혼기념일 날,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느린 우체통’에 넣었던 바로 그 편지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세요. 1년의 시간을 담아 전해드립니다” 빠른 것을 중요시 여기는 21세기, ‘기다림의 미학’을 전하려는 느린 우체통의 메시지이다.

서울에는 북악스카이웨이 외에도 시민청과 우표박물관, 종로우정총국 등 네 곳에 ‘느린 우체통’이 있다. 그 중 단연 인기를 끄는 곳이 북악스카이웨이 우체통이다. 조망과 야경이 빼어난 곳으로 널리 입소문이 나있기 때문이다. 서울 외에도 ‘느린 우체통’은 전국에 28곳이나 설치되어 있다. 물론 우정사업본부가 설치한 정식 우체통은 아니고 대부분 지자체에서 설치한 것이란다.

전시된 2종류의 엽서 중 하나를 골라 뒷면에 사연을 적는다.(좌) 느린 우체통 이용 안내 및 발송봉투 작성용 샘플이 비치되어 있다.(우)ⓒ최용수

전시된 두 종류의 엽서 중 하나를 골라 뒷면에 사연을 적는다.(좌) 느린 우체통 이용 안내 및 발송봉투 작성용 샘플이 비치되어 있다.(우)

북악스카이웨이의 느린 우체통을 이용하려면 북악팔각정 2층에 있는 하늘레스토랑(Sky Restaurant)으로 가야 한다. ① 먼저 좋아하는 엽서를 고르고 ② 3,000원으로 결재를 하면 엽서와 봉투를 준다 ③ 카운터 앞 테이블에서 편지를 쓰고 봉인한 다음 ④ 발·수신인, 전화번호를 수거대장에 기록하고 ⑤ 레스토랑 안에 있는 하늘색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 ⑥ 그리고 1년이란 기다림을 맛본다. 물론 직원에게 “느린 우체통 이용하려고 하는데요”라고 말하면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느린 우체통 이용이 처음이라면 기자의 경험이 팁이 될 것 같다. 우선 쓰고 싶은 사연이 많다면 편지지를 준비해 가면 엽서추가 비용 2,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다 쓴 편지는 레스토랑 안에 설치된 파란우체통에 넣어야 한다. 팔각정 밖의 커다란 우체통 2개는 투입구가 막혀있다.

혹시 주소가 바뀌거나 애인이 변심한다면 사무실로 전화하여 배달을 변경할 수 있다. 편지를 쓴 후 200일이 넘으면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북악스카이웨이는 인기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보니 커플 이용객이 많은데요, 가끔 헤어지기 전에 쓴 편지를 돌려달라는 요구가 있을 때는 고충이 크다”는 관리자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게 들렸다. 5,000원을 내면 해외 발송도 가능하다.

전국에는 28곳의 `느린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다. ⓒ한국관광공사

전국에는 28곳의 `느린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다.

정유년 새해도 벌써 보름이 흘렀다. 미국 UCLA 의대 로버트 마우어 교수는 연구를 통해 “새해 다짐을 성공할 확률은 8% 남짓이다. 나머지 92% 중에서 25%는 자신과의 약속을 일주일도 지키지 못한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적응해가는 스몰스텝(Small Step)이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며 야심차게 세웠던 새해 결심, 꼭 실천하게 하는 나만의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 좋은 방법을 찾고 있다면 ‘느린 우체통’을 강추하고 싶다. 왜냐하면 1년 동안 편지를 기다리며 생활하다보면 새해 계획도 잊지 않을 테니 말이다. 곧 설날이 다가오니 새해 결심을 한 번 더 해도 좋을 것 같다.

■ 북악스카이웨이 느린 우체통 이용 안내
○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북악스카이웨이
○ 문의 : 하늘레스토랑(02-725-6681), 사무실(02-725-6602)
○ 비용 : 국내 3,000원, 해외 5,000원, 엽서 추가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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