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문체를 가지려면

강원국

발행일 2016.12.19. 14:51

수정일 2016.12.19. 14:51

조회 3,393

서점ⓒ뉴시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60) 문체가 곧 그 사람이다

왜 아내는 내차를 타면 불안해할까

나는 1986년부터 운전을 했다.

아내는 운전한 지 갓 3년차다.

술 마신 날,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면 왠지 불안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내도 그렇다는 것이다.

자신이 운전을 할 줄 알기 전까지는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면 편안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아내에게 자신만의 운전 패턴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차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브레이크를 밟고, 좌회전, 우회전 할 때는 어느 각도로 돌며, 주행속도는 얼마를 유지하는지.

내 감으론 이 정도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그대로 가니 발에 힘이 들어간다.

차선에 바짝 붙여 회전을 하니 중앙선을 넘을까 불안하다.

속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뭔가 안 맞는 것이다.

그래서 불편하다.

글도 그렇다.

자기만의 패턴이 있다.

자기 패턴과 비슷한 사람의 글은 술술 읽힌다.

그렇지 않으면 삐걱대고 턱턱 걸린다. 각자의 패턴과 취향이 있으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지만, 그래도 보다 많은 사람에게 편안하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아내가 내 차를 탔을 때 불안해한다면 내 운전습관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구어체와 문어체, 어느 것이 답인가요?

술자리에서 논쟁이 붙었다.

구어체인가, 문어체인가.

난 구어체 편이다.

왜? 그것이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쉬우니까.

알아먹어야 하는 게 글이니까.

나는 ‘하였습니다’ 보다는 ‘했습니다’가 낫다.

제목을 붙일 때도 ‘한국 경제 전망’ 보다는 ‘ 한국 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좋다.

문어체를 선호하는 측은 이렇게 말한다.

구어체는 부박하다.

경솔하고 천박하다.

글이 아니라 말에 가깝다.

함축이 없고 심오함이 없다.

배설에 불과하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서 뭐?

여섯 가지 문체를 기억하나요?

조선 정조 때,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정조는 연암의 새로운 문체를 불순한 잡문으로 규정하고 전통적인 고문으로 바로잡고자 했다.

이른바 문체반정(文體反正)이다.

도도한 흐름에 역행하는, 바람직하지도 실익도 없는 시도였다.

초등학교 이후 줄곧 국어시간에 문체라는 걸 배웠다.

단원마다 무슨 체의 글인지 부터 외웠다.

덕분에 지금도 잊지 않았다.

강건체와 우유체, 만연체와 간결체, 화려체와 건조체.

이태준 선생이 <문장강화>란 책에서 여섯 가지 문체를 소개한 이후 습관적으로 분류해왔다.

과연 어느 글이 한 문체로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 그렇게 분류해서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글을 쓰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쓰다 보면 화려체도 되고 건조체도 되며, 만연체와 간결체가 섞이기 마련이다.

차라리 구어체와 문어체로 나누는 것이 실익이 있다.

또한 무겁고 진중하게 쓰는 문체와 가볍고 발랄하게 쓰는 문체로 나누는 것이 실질적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초중고에서 문체를 배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문체반정과는 다른 의미의 '문체재고(文體再考)'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문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문체를 결정짓는 요인은 많다.

▲조사와 어미 사용 ▲자주 쓰는 단어 ▲문장 길이 ▲존대의 정도 ▲수사법 사용 빈도 ▲문단 안에서 문장 배열 ▲장문과 단문 혼합 비율 ▲어투(Tone & Manner) 등 다양하다.

문체를 만들고자 하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가급적 여러 선택지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많은 시간 투자와 시행착오 과정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많이 써보고, 다른 사람의 반응과 평가를 경험해야 한다.

선택한 것을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문체가 생긴다.

문체가 있다는 것은 글이 개성 있다는 말이다.

글을 잘 쓴다는 소리다.

문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많이 쓰다 보면 만들어진다.

대신에 진솔하게 써야 한다.

자기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드러내는 글을 쓸 때 문체가 만들어진다.

문체는 자신의 성격이고 기질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과거 붓이나 펜으로 글을 쓸 때에는 글씨체가 그것을 드러냈다.

속성으로 문체 만드는 방법

문체는 글을 고칠 때 만들어진다.

누구나 글을 고치면서 중점을 두는 게 있다.

단어를 바꾸거나 문장을 손보는 기준이 있다.

그것이 문체를 만든다.

물론, 쓰면서 고치는 사람은 그때 만들어진다.

빠른 시간에 문체를 만들고 싶으면 방법이 있다.

닮고 싶은 작가의 글을 베껴 쓰기를 하거나 여러 번 읽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의 글을 놓고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해당 작가 글의 특징을 잡아낸다.

그 특징으로 30여 개 정도의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글을 쓴 후 이에 부합하게 썼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작업을 지속하면 본받고 싶은 작가의 문체를 닮게 된다.

독자에게 먹히는 문체

단어, 문장, 문단의 어떠해야 독자를 끌어당기는 문체가 되는가.

▲단어는 쉬워야 한다. ▲문장은 간결해야 한다. ▲문단은 주요 문장이 앞에 있는 두괄식 구성이 좋다. 그것이면 된다. 여기에 추가해서 ▲다양한 조사, 어미 활용. ▲운율이 있는 문장 구성. ▲담백한 수사 구사.

문장은 뼈이고 문체는 살이다.

문장이 옷이라면 문체는 옷의 색깔과 디자인이다.

한마디로 글 쓰는 사람의 스타일이 문체다.

그래서 뷔퐁은 이렇게 말했다.

“문체는 곧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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