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토리 호호] 경춘선 숲길 따라 겨울 속으로 걷다
여행스토리 호호
발행일 2016.12.08. 16:30
호호의 유쾌한 여행 (22) 서울 공릉동 경춘선 숲길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가 귓가에 맴돕니다. 지난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됨에 따라 경춘선 철길에는 더 이상 기적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대학시절 경춘선 열차를 타고 대성리, 강촌으로 엠티를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낭만 싣고 달리던 경춘선 열차의 추억을 꺼내봅니다.
경춘선 철길이 경춘선 숲길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열차가 달리던 철길 주변에 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아 공원이 조성됐습니다. 이제는 철길을 따라 기차대신 사람이 걸어 다닙니다. 엠티를 떠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경춘선 숲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경춘선 숲길은 광운대역부터 공릉동을 지나 육사까지 6.3km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5월 1단계 구간(공덕 제2철도건널목 ~ 육사삼거리) 1.9km가 개방됐고, 지난 11월 2단계 구간(월계동 경춘철교~서울과학기술대입구) 1.1km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전 구간이 공원으로 개방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 북동부 주민의 쉼터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춘천으로 가는 길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었던 구 화랑대역부터 산책을 시작해 봅니다. 세월이 느껴지는 역 간판이 쓸쓸히 반겨줍니다. 역무실과 대합실로 구성된 단출한 역사가 시간 속에 멈춰있습니다. 책을 펴서 엎어 놓은 듯한 八자형 박공지붕이 특징적입니다. 철길 너머로 기적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성북, 청량리 방면, 춘천방면을 표시하는 표지판은 녹이 슬어 글자가 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구 화랑대역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제 제 300호로 지정 되었습니다. 2010년 12월 수도권전철 경춘선의 개통으로 폐역이 된 이후 지금은 출사객들의 발걸음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랑대역 앞쪽에 있는 목공예 체험장에서 연필꽂이, 책꽂이 등 간단한 목공예를 체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공릉동 방면으로 철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녹슨 철길과 신호등, 차단기 등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지만 다양하게 심어놓은 식물도 볼거리입니다. 억새와 야생초는 물론이고 옛 철도변에 있던 잣나무 숲을 보존해 옛 모습을 살렸습니다. 살구나무, 감나무, 모과나무 등의 키가 큰 나무 아래에는 뜰보리수, 앵두나무 등이 심어졌습니다. 나무 사이사이 주민 참여정원을 조성해 둥글레, 꽈리, 홍화, 작약, 박하 등을 가꾸고 있습니다. 사계절 내내 꽃들이 피고 지며 다양한 풍경을 그려냅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 삼삼오오 길을 걷는 학생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철길을 따라 걷습니다.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어 쉬어가기에도 좋습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이곳은 철길 방음벽에 가려졌던 어두운 다세대 주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경춘선 숲길이 조성되고 작은 상점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동네 표정도 한결 밝아졌습니다. 타르트, 마카롱 등 수제 디저트를 파는 카페, 정성껏 차린 가정식 백반을 파는 식당 등 젊은 감각으로 꾸며진 가게들이 모여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여 봅니다.
경춘선 숲길공원을 걷다보면 카페거리 맞은편에 공릉동 도깨비시장 후문이 나옵니다. 길을 걷다 만난 전통시장은 산책의 재미를 더합니다. 돔형 아케이드 시설을 갖추어 한결 깔끔해진 모습입니다. 시장 안에는 과일가게, 채소가게, 정육점, 빵집, 떡집 등이 있습니다. 김장철을 맞아 속이 꽉찬 배추와 무가 탐스럽게 쌓여있습니다. 갓 튀겨낸 통닭과 도너츠는 식욕을 자극합니다. 식사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칼국수집은 문전성시입니다. 홍두깨로 밀어 만든 손칼국수는 단돈 2,900원. 서울에서 2,900원짜리 칼국수가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지난 11월 19일 개방한 경춘선 숲길 2단계 구간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경춘선 숲길 2단계 구간은 경춘철교부터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 입구(한천중학교)까지 이르는 총 1.1㎞구간입니다. 경춘선을 달렸던 무궁화호 객차 2량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경춘선 철길에서 무궁화호를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내부 정비가 끝나면 객차 내부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무궁화호 열차는 경춘선 숲길의 인기 포토존입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서 기념사진을 남겨봅니다.
경춘선 숲길 2단계 구간에는 경춘철교가 포함됩니다. 1939년 설치돼 71년 동안 중랑천을 건넜던 경춘철교가 보행교로 새단장을 마쳤습니다. 철교 양 끝에는 있는 계단과 승강기를 이용해 중랑천까지 갈 수 있습니다. 기차가 지나던 철교 위를 두발로 걷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철교 위에서 바라보는 중랑천과 서울시내 풍경도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경춘선숲길의 나머지 구간(태릉 일대)은 내년 5월쯤 완성될 예정입니다. 경춘선숲길이 모두 공원으로 이어지면 자전거를 타고 남양주를 거쳐 춘천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날씨가 추워 움츠려 들기만 하는 겨울, 어깨를 활짝 펴고 겨울산책을 즐겨보는 것은 어떠세요? 경춘선숲길을 따라 걸으며 추억에 잠겨봅니다.
■ 여행정보 ○ 경춘선숲길 - 1단계 구간 (공덕 제2철도건널목~육사삼거리) 1.9km - 2단계 구간 (월계동 경춘철교~서울과학기술대입구) 1.1km ○ 추천코스 : 구 화랑대역→경춘선 숲길 1단계 구간(공릉동 도깨비 시장)→경춘선 숲길 2단계 구간 (한천중학교 뒤편 무궁화호 객차)→경춘철교 - 주의사항 : 한밤 중(22시~07시) 이용자제, 애완경 목줄착용 및 배변수거, 노점상 등 상행위금지, 소음발생 자제, 금연, 금주,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 주변 가볼만한 곳 : 구 화랑대역 앞 목공예체험장, 나무상상놀이터, 태강릉, 태릉국제스케이트장 |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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