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장 해봄직한 글쓰기 방법 다섯 가지

강원국

Visit906 Date2016.12.05 13:52

야경ⓒ이종원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8) 글재주 없는 사람이 찾아낸 궁여지책

글쓰기가 힘들어 이것저것 시도해봤다.
그렇게 찾아낸 다섯 가지 방법이다.

하브루타 글쓰기
하브루타는 유대인 교육방법으로 유명하다.
학생 둘이 짝을 지어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으로, 공부하는 방식이다.

글을 쓰기가 막막하거나, 쓰다가 막히면 친구나 상사를 찾아가 대화를 나눠보자.
내가 말을 하면서 답을 찾는다.
친구나 상사의 말을 들으며 답이 떠오른다.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생각이 난다.

말을 하고 말을 들으면 글쓰기가 수월해진다.

단계적 글쓰기
글쓰기는 복합노동이다.
쓸거리를 찾으면서 거기에 맞는 단어를 고르고, 논리적인 구성을 염두에 두는 동시에 독자들의 지적질까지 염려하면서 쓴다.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한 가지만 하기도 힘든데 여러 일을 동시에 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뇌는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렵다.

분리해야 한다.
쓸거리를 찾을 때에는 쓸거리만 찾고, 찾아놓은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 때에는 또 그것만 생각해야 한다.
일단 생각나는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놓고 더 좋은 단어가 있는지는 그 다음에 따로 생각해야 한다.
모든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구성하는 일 역시 별도로 해야 한다.

생각하기, 쓰기, 구성하기, 고치기를 분리해서 순차적으로 작업하면 그나마 수월하다.
생각하면서 독자까지 의식하면, 생각과 독자가 충돌한다.
독자는 생각이 나오는 것을 방해한다.

생각 쏟아내기 – 문장 만들기 – 더 적절한 단어로 바꾸기 – 문장 순서를 배열하기 – 독자 입장에서 읽어보기 등 단계별로 써야 한다.

나는 그렇게 쓰려고 노력한다.

밀당 글쓰기
글쓰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쓸거리가 생기는 만큼 쓰는 밀어내기 방식과, 필요한 글의 수요에 맞춰 쓰는 당기기 방식이다.

전자는 쓰고 싶은 때 쓸 수 있는 만큼 쓰는 식이다.
후자는 써야 할 때 써야 하는 만큼 쓰는 방식이다.
전자는 즐겁고 후자는 괴롭다.

나는 전자를 선호한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럴 것이다.

방법이 있다.
밀어내기 방식으로 평소 써놓고, 당겨야 할 때 내놓으면 된다.
나는 평소에 블로그에 밀어서 내놓는다.
기고 요청이 오면 블로그 내용 중에 골라서 당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하지 않을까.

미니멀리즘 글쓰기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회자된다.
전현무 아나운서를 비롯해 많은 연예인이 ‘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고 한다.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도 단순 반복의 미니얼리즘으로 성공했다고 한다.
단순과 간결을 추구하는 흐름이다.

글쓰기도 미니멀리즘을 지향할 수 있다.
1. 단문으로 쓴다. 복문, 포유문, 중문을 지양한다.
2. 수사적인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수사법 사용을 절제한다.
3. 최대한 짧게 쓴다. 군더더기 없이 해야 할 말만 한다.
4. 본질(핵심메시지)로 직행한다. 전제나 부연이 없다.
5.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겠다는 생각도 없다. 그런 생각도 소유욕이고 미니멀리즘에 역행하는 것이다.

말처럼 쉽지 않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
이 두 가지 때문에 그렇다.

질문으로 글쓰기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유가 그랬다.
“진정한 철학자는 문제의 답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내는 사람이다.”

어렸을 적에는 질문이 많았다.
모든 게 궁금했다.
크면서 질문이 사라졌다.
이와 함께 호기심도, 상상력도 사라졌다.

생각은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다.
글쓰기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다.
자기와의 대화다.
왜 그랬지? 그래서 어떻게 됐지? 어떻게 하면 되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어야 잘 쓸 수 있다.

질문은 엉뚱할수록, 통렬할수록 좋다.
질문이 생각을 자극한다.
질문을 파고들면 생각의 실타래가 풀린다.
질문이 답을 불러온다.
질문이 바꾸면 생각의 물꼬가 바뀐다.

질문은 내 안의 글감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이다.
‘글쓰기의 의미는 무엇인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뭔가’, ‘글을 잘 쓰는 법은?’,‘만약 글 쓰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면?’
의미(what), 이유(why), 방법(how), 가정(if)에 관한 답이 모두 글이 된다.
사람, 장소, 시간, 사건에 관해 물으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연설문’은 청중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며, 묻고 답하기 식으로 쓰면 현장감이 더 있다.
상사가 궁금해할만한 것에 관해 답변하는 게 ‘보고서’다.

논리적인 글은 핵심질문과 보조질문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글을 왜 쓰나?’가 핵심질문이라면, 보조질문으로 ‘글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나?’, ‘글쓰기는 치유의 힘이 있나?’, ‘글은 독자와 자신 중 누구를 위해 쓰는가?’를 설정한다.
서론에서 핵심질문을 던지고, 본문에서 보조질문에 답한 후, 결론에서 핵심질문에 대답한다.

대답 보다 어려운 게 질문이다.
문제를 내는 게 어렵지, 답을 찾기는 쉽다.
자료를 찾아보면 된다.
오픈북 테스트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질문을 갖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인생은 무엇인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게 거창한 물음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일상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그것이 언제였던가.
모든 게 심드렁해진 건 아닌가.
마음속에 호기심 많던 아이는 어디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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