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숲길 따라 책 여행 떠나요~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6.11.28. 13:59

수정일 2016.12.01. 12:39

조회 1,090

경의선 책거리를 알리는 조형물 ⓒ박분

경의선 책거리를 알리는 조형물

대학이 인접한 전철역에 닿으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젊은 청춘들의 재잘댐과 웃음이 그렇고, 발자국소리조차 경쾌하기만 하다. 지난 토요일 오후 홍대입구역에 내려 모처럼 젊음의 물결에 휩싸여 걷다 다다른 곳은 산책로가 이어진 도심 속 공원이다.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마주한 곳에 길게 굽은 기차 모양을 본뜬 건물들이 반겨준다. 열을 지은 칸칸마다 책들이 가득히 실렸다. 멀리서 보면 기차처럼 보이는 작은 서점들이 즐비한 이곳의 이름은 ‘경의선 책거리’이다.

기차 모형의 책 부스가 테마별로 나눠져 있는 경의선 책거리 모습ⓒ박분

기차 모형의 책 부스가 테마별로 나눠져 있는 경의선 책거리 모습

경의선 책거리에 즐비한 기차 모형의 부스는 총 14개동으로 구성됐다. 문학산책과 인문산책, 문화산책, 아동산책, 여행산책 등 테마별로 특색 있게 꾸민 각각의 부스는 자연스레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집필을 할 수 있는 창작공간과 세미나실도 있다. 도서 홍보와 전시는 물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고 책 구입도 가능하다. 부스마다 소규모의 좌석이 마련돼 있어 독서하기에도 좋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문화산책 갤러리 ⓒ박분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문화산책 갤러리

‘창작산책’ 부스에서는 마침 ‘작가와 함께하는 만화그리기’라는 어린이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도서를 전시 홍보하는 ‘여행산책’ 코너엔 “스페인에 가서 탱고를 배우고 싶다”, “핀란드 자작나무 보고싶다” 등등 방문자들의 꿈이 담긴 쪽지 행렬이 시선을 끈다.

야생동물의 둥지와 배설물 등의 표본이 전시된 ‘아동산책’ 부스에선 아이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 새둥지다”, “청설모 똥이 저렇게 작아요?”

기획전시관인 문화산책 갤러리에서는 풍성한 사진전이 열렸다. 자녀와 함께 경의선 책거리에 나온 주부 서은미(35세) 씨는 “열차 안 같은 서점에서 딸애와 책구경을 하니 동화마을에 온 것 같다”며 “책이 있어 산책길이 더욱 즐겁다”고 말했다.

`창작산책` 어린이 프로그램(좌), `아동산책` 전시(우)  ⓒ박분

`창작산책` 어린이 프로그램(좌), `아동산책` 전시(우)

마포구 홍대 앞은 젊은 예술가들의 둥지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소비성 짙은 상업문화에 밀려 문화예술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컸던 차라 ‘경의선 책거리’ 탄생 소식은 더욱 반갑다.

2009년 서울역에서 문산역까지 광역 전철이 개통되면서 경의선 일부 구간을 지하화함에 따라 폐선이 된 철길은 시민 휴식 공간인 경의선숲길로 바뀌게 됐다. 경의선 책거리도 경의선 공원화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말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와우교까지 250m 구간이 개장했다. 책거리에 기차 모양의 부스가 놓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곳에 책거리를 조성한 이유 또한 홍익대 주변에 출판사와 인쇄사가 밀집해 있는 지역적 환경에서 비롯됐다.

나무계단이 있는 야외 광장, 뒤편으로 `시민이 사랑하는 책 100선`을 소개하는 조형물이 보인다. ⓒ박분

나무계단이 있는 야외 광장, 뒤편으로 `시민이 사랑하는 책 100선`을 소개하는 조형물이 보인다.

경의선 책거리에는 다채로운 조형물과 설치작품이 있어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걸터앉기 편해 보이는 야외 널찍한 나무계단에선 열띤 독서토론을 상상해 본다.

‘시민이 사랑하는 책 100선’을 새긴 조형물에는 <징비록>, <무소유>, <정의란 무엇인가> 등 시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책 이름들이 나열돼 있다. 그 중에 읽은 책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겠다.

한글 문자들이 숲을 이룬 설치작품 `텍스트의 숲` ⓒ박분

한글 문자들이 숲을 이룬 설치작품 `텍스트의 숲`

한글 문자들이 뒤섞여 이룬 ‘텍스트의 숲’도 인상적이다. 마포구 추천도서 100권의 본문에서 뽑은 문장으로 만든 숲 지붕과 이를 지지하는 기둥엔 ‘신의주’ ‘백마’ 등 같은 경의선 역이름을 새겨 놓았다.

와우교 아래에는 시골 간이역을 떠올리게 하는 역사를 꾸며놓았다. 경의선이 달리던 철길도 짧게나마 재현해 놓아 이곳이 기차가 달리던 철길임을 상기 시킨다. 깜찍하게도 역명은 ‘책거리역’이다. 간이역 벤치에 앉아 있으려니 기적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기차가 들어올 것만 같다. 플랫폼 외벽에는 다양한 책 소개와 함께 누군가에게 넌지시 묻고 있다.

“오늘 당신과 함께 할 책은 무엇입니까?”

경의선이 달리던 옛 역사의 추억을 재현한 역사 ⓒ박분

경의선이 달리던 옛 역사의 추억을 재현한 역사

오는 11월 29일부터 야외광장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며 캐릭터를 빛으로 표현한 그림동화도 12월 4일부터 책거리 전체에서 볼 수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그림책스쿨, 동화책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문화산책과 창작산책 공간산책 곳곳에서 열린다. 프로그램 신청은 경의선 책거리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의선 책거리는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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