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서울숲…“아직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16.11.23. 15:45

수정일 2016.11.23. 15:46

조회 2,401

노란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서울숲 길 풍경 ⓒ김종성

노란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서울숲 길 풍경

해가 갈수록 가을이라는 아름다운 계절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 흔히들 말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그런 건지, 아니면 가을을 깊이 있게 느끼지 못하는 메마른 감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몇 번의 비가 내리더니 아침, 저녁 부쩍 쌀쌀해진 날씨. 벌써 겨울의 문턱에 서있음을 느낀다. 우물쭈물하다 가을이 속절없이 떠날까봐, 떠나버린 가을을 아쉬워하며 후회할까봐 애마 자전거에 올라타 한강가로 나섰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서울숲(성동구 뚝섬 일대)을 찾았다.

서울숲의 가을은 자전거를 타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에도 그만이다. ⓒ김종성

서울숲의 가을은 자전거를 타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에도 그만이다.

이 너른 서울숲 공원의 최대 장점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접근성이다. 대중교통은 물론, 한강과 통하는 길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좋고, 거기에서 다시 다른 곳으로 편하게 이동하기도 좋다.

작고 가벼운 카메라도 챙겼다. 1년 중 가장 깊은 감성이 담긴 사진을 담기 위해 굳이 무거운 DSLR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 이맘때의 서울숲 풍경은 어떤 카메라로 찍어도 가을느낌이 한껏 묻어난다. 여름엔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이맘땐 가을빛을 한껏 머금고 있어 도시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감성을 일깨워주기도 하는 고마운 도심 숲이다.

예쁜 꽃사슴에게 직접 모이를 줄 수도 있다. ⓒ김종성

예쁜 꽃사슴에게 직접 모이를 줄 수도 있다.

서울숲은 늦가을 정취에 흠뻑 젖어 있었다. 숲은 붉고 노랗게 물들었고 길에는 두툼한 낙엽이 융단처럼 깔렸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의 풍경이 겨울의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자박자박’ 낙엽 밟는 소리를 즐기고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건 11월 이맘때에만 할 수 있는 낭만적인 일이다.

직접 모이를 먹일 수 있는 순하고 예쁜 꽃사슴, 호수에서 노니는 단풍색의 잉어들이 추색이 완연한 숲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겨울의 문턱에서 이제 떠나려는 가을과 작별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낙엽이 푹신한 이불을 만든 서울숲의 가을 풍경 ⓒ김종성

낙엽이 푹신한 이불을 만든 서울숲의 가을 풍경

서울숲은 어느 계절이나 좋지만 특히 늦가을에 좋은 공원이지 싶다. 넓은 공원인 만큼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구석진 곳들에 만추의 느낌이 가득해서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초겨울 날씨지만 다행히 한낮에는 가을 햇살 덕에 따스하고 눈부시다. 한적한 곳에 멈춰 서서 나무가 광합성 하듯 길고 부드러운 햇살을 맘껏 쬐었다. 땅에 떨어진 낙엽이 하도 수북하게 쌓여 있어서 푹신한 이불 위를 지나는 것 같았다. 아름답고 화려하게 피었던 단풍들이 어느 새 저렇게 땅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니 사람의 삶과 별다를 게 없구나 싶었다.

달리는 말들의 모습을 표현한 군마상. 예전 이곳은 서울경마장으로 개장하기도 했다. ⓒ김종성

달리는 말들의 모습을 표현한 군마상. 예전 이곳은 서울경마장으로 개장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의 큰 숲 '센트럴파크'에 견주어 서울의 센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숲'은 생겨난 지 10년째를 맞이한 도심 숲이다. 숲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을 정도로 큰 도심 속 녹지공간이기도 하다.

서울숲이 자리한 뚝섬은 다양하고 이채로운 변천을 겪어왔다. 예부터 말 목장, 임금의 매 사냥터 및 군대사열장 등이 있던 곳으로 1908년엔 우리나라 최초의 정수장이 조성되었다. 1954년 서울경마장이 개장되었고 이후 골프장, 체육공원 등으로 활용되어 왔다. 당시 뚝섬일대를 주거업무 지역으로 개발할 경우 약 4조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이 예상되었으나, 서울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이자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생명의 숲을 제공한다는 뜻으로 2005년 서울숲공원을 조성했다.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체험 공간도 조성돼 있다. ⓒ김종성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체험 공간도 조성돼 있다.

서울숲은 올림픽공원 다음 가는 큰 규모의 공원으로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도보로는 하루에 다 둘러보지 못할 정도로 큰 곳이지만, 보행로와 구분된 자전거길이 마련되어 있어 자전거 타고 산책하기 좋다. 공원 내 5번 출입구 앞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2인용 자전거에서 어린이용 자전거까지 다양하다.

갤러리정원의 담쟁이덩굴 ⓒ김종성

갤러리정원의 담쟁이덩굴

추색으로 물든 담쟁이덩굴이 휘감고 있는 갤러리정원도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기존 정수장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활용하여 만든 공간으로, 일부를 흙으로 메워 녹지대와 경사로를 내고 정원을 조성했다. 공중에 떠 있는 U형 수로에는 흙을 채우고 덩굴식물을 심어 그늘 시렁으로 활용했다. 오픈갤러리인 열린 아뜰리에도 이곳에 있다.

해 저무는 저녁, 마지막 잎새와 가로등이 만들어낸 고즈넉한 풍경 ⓒ김종성

해 저무는 저녁, 마지막 잎새와 가로등이 만들어낸 고즈넉한 풍경

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공원 가로수 조명이 비추는 서울숲의 늦가을 야경도 특별했다. 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껴보기 힘든 폭풍 같은 시국. 도심 속에서나마 떠나는 가을을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게 장식하는 잎새들이 고마웠다.

작가 오 헨리의 유명한 단편소설에 나오는 '마지막 잎새'는 비바람이 거세게 치던 날, 어느 무명화가가 그려 넣었다. 화가는 결국 죽지만 아팠던 소녀는 살아난다. 마지막 잎새들을 바라보며 집으로 가는 길, 11월을 일컬어 '아직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불렀던 아메리카 인디언 어느 부족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서울숲 공원은 분당선 서울숲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 지하철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다. 분당선 서울숲역 4번 출구 앞에서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대여해 숲을 방문해도 좋다. 보다 자세한 안내는 서울숲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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