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정취, 조선왕릉에서 느껴보세요

시민기자 권영임

Visit211 Date2016.11.11 06:59

조선왕릉은 도심 속 역사적 공간이자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이다. ⓒ권영임

조선왕릉은 도심 속 역사적 공간이자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이다.

푸르던 산이 울긋불긋 고운 자태를 뽐내는 가을이 절정에 이르렀다. 한걸음 내딛는 발 아래로 노랗게 물든 은행잎, 붉게 타오른 단풍잎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가까운 산책길에서도, 공원에서도 산에서도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가을을 좀 더 여유롭고 한적하게 느끼고 싶다면, 서울 근교에 자리한 조선왕릉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을 추천한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무덤인 조선왕릉은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이다. 519년의 역사를 지닌 조선은 유교를 통치이념을 삼아서 조상에 대한 예의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능을 엄격히 관리했다. 조선왕릉은 122기(능 42기, 원 14기, 묘 66기)가 있는데, 왕과 왕비의 무덤은 ‘능(陵)’, 왕세자와 왕세자빈, 왕의 친척은 ‘원(園)’, 그 외 왕족의 무덤은 ‘묘(墓)’라고 부른다. 42기의 능 가운데 북한 개성에 있는 ‘제릉’과 ‘후릉’을 제외하고는 남한에 남아 있는데, 5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닌 왕조의 무덤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동네 이름으로 알고 무심히 지나가는 ‘선릉’, ‘태릉’, 정릉’ 등의 명칭이 사실은 조선시대 왕릉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알면 역사가 새삼스레 느껴진다. 높은 빌딩 숲과 자동차로 꽉 막힌 서울에도 조선왕릉이 많이 남아있다. 오롯이 왕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교 예법에 따라 여러가지 부속시설도 갖추고 넓은 녹지공간도 함께 조성되어 있다. 요즘 시대, 왕릉은 도심 속 역사적 공간이자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가을로 물든 `태릉`과 `강릉`의 산책길 ⓒ권영임

가을로 물든 `태릉`과 `강릉`의 산책길

태릉선수촌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태릉’도 조선 11대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의 능이다. 인근에는 13대 명종과 인순왕후의 능인 ‘강릉’이 있고, 두 능을 합쳐서 ‘태·강릉’이라고 부른다. 태·강릉은 불암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어서 인근 산책길과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유치원, 학교의 체험학습의 장으로 많이 찾고, 시민들도 운동과 휴식을 위해서 많이 찾는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왕릉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조선왕릉전시관 ⓒ권영임

유네스코에 등재된 왕릉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조선왕릉전시관

왕릉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조선왕릉전시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로비에 조선왕릉의 모습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체험하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 키가 130cm이상 이용 가능)

조선왕릉전시관으로 들어가면 조선시대 왕이 승하하신 후 국장(國葬)이 치뤄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정조의 국장 모습을 미니어처 인형으로 재현하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왕릉의 구성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형과 능을 구성하는 단계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땅을 파고 관을 묻고 둥그렇게 봉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녹로와 같은 기계까지 동원되고 복잡한 단계를 거쳐서 왕릉이 조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왕릉은 문인석, 무인석 등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데, 전시장에는 대표적인 문익석, 무인석 등이 전시되어 있다.

조선왕릉전시관에 전시된 문인석, 무인석. 왕릉 입구에서 왕을 호위하는 역할을 한다. ⓒ권영임

조선왕릉전시관에 전시된 문인석, 무인석. 왕릉 입구에서 왕을 호위하는 역할을 한다.

조선왕릉전시장을 나오면 태릉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왕릉이 나오기 전에 산책길, 잔디밭을 둘러보면 가을로 물들어가는 현장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오랜만에 체험학습 나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들은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청설모가 길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태릉에 도착하면 홍살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왕릉은 ‘진입공간’, ‘제향공간’, ‘능침공간’으로 크게 3구역으로 구분한다. 진입공간은 왕릉의 관리와 제례 준비를 위한 공간이며, 제향공간은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하는 영역으로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다. 능침공간은 왕과 왕비의 봉분이 있는 공간이다.

왼쪽 길이 신이 다니는 `신도`, 오른쪽 길이 임금이 다니는 `어도`이다. ⓒ권영임<

왼쪽 길이 신이 다니는 `신도`, 오른쪽 길이 임금이 다니는 `어도`이다.

제향공간의 가운데에는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이어진 돌길이 있는데 ‘참도(參道)’라고 한다. 왼쪽의 약간 높은 길은 신이 다니는 길이라 하여 ‘신도(神道)’라고 하고, 오른쪽 약간 낮은 길은 임금이 다니는 길이라 하여 ‘어도(御道)’라도 한다. 보통 경복궁이나 창덕궁의 궁궐에서는 길이 세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삼도’라고 하고, 가운데 높은 부분이 임금이 다니는 어도이지만, 왕릉은 돌아가신 선왕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임금의 길이 왼쪽에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제향공간에는 음식을 준비하는 ‘수라간’과 제향을 올릴 때 왕의 신주를 모시는 ‘정자각’이 있다.

능침공간의 왕과 왕비의 봉분을 보호하는 담장은 ‘곡장’이라고 하는데 울타리 역할을 하고, 무인석과 문인석이 봉분을 지키고 있다. 조선왕릉은 모두 비슷한 구조로 조성되어 있다.

태릉을 둘러보고 나면 위쪽으로 강릉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 나온다. 강릉은 삼육대학교 쪽에서 입구가 따로 있지만 지금은 봄·가을철에 불암산 산자락을 따라서 갈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넉넉하게 왕복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고, 쉬엄쉬엄 가벼운 산행의 기분으로 다녀오면 좋다. 중간 중간에는 혹시나 화재나 비상상황을 대비하여 관리사무소, 소방소의 전화번호와 위치를 알리는 번호판이 있어서 신속하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명종과 인순왕후 두 분을 모셔 봉분이 두 개인 `강릉`ⓒ권영임

명종과 인순왕후 두 분을 모셔 봉분이 두 개인 `강릉`

가을이 깊어가는 산속을 쉬엄쉬엄 걷다 보면 강릉의 능침이 보인다. 산길을 따라 갔기 때문에 강릉의 앞부분인 홍살문부터 보이는 것이 아니라 뒷부분인 능침이 먼저 맞이한다. 태릉은 문정왕후만을 모신 곳이기 때문에 봉분이 하나이지만 강릉은 명종과 인순왕후 두 분이 계신 곳이라서 봉분이 두 개이다. 강릉은 지금 문화재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가을을 맞아 멀리 나가지 못한다면, 조선시대 왕릉을 찾아서 우리 역사의 현장도 둘러보고 더불어 자연도 가까이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 같다.

■ 서울 태릉과 강릉 안내
○ 주소 : 서울 노원구 화랑로 681
○ 문의 : 02-972-0370
○ 관람시간(매표 마감은 관람 마감 한 시간 전에 종료)

2월~5월 9~10월 6월~8월 11월~1월
오전 9시 ~ 오후 6시 오전 9시 ~ 오후 6시 30분 오전 9시 ~ 오후 5시 30분

○ 해설사 동행 태릉능침 개방 : 3~6월, 9월~11월 토·일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
○ 관람요금 : 1,000원 (무료관람 :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 / 지역주민 50% 할인)
○ 태릉~강릉 숲길 제한 개방 :
– 4,5,10월 오전 9시~오후 5시
– 11월 오전 9시~오후4시30분
○ 문화재청 조선왕릉 홈페이지 : royaltombs.ch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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