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그러는 건지, 뭐하는 사람인지…

최경

Visit339 Date2016.11.11 14:05

남산ⓒnews1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46) 오물테러범을 잡아라!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한 사람, 아니 두 사람 때문에, 아니 아니 그들을 둘러싼 세력이 온 나라에 오물을 끼얹었다. 0에서부터 100까지 손이 안 뻗친 곳이 없고, 눈먼 돈이 생기는 곳엔 틀림없이 그들이 개입돼 있다고 한다. 대기업에선 그들에게 줄 대기 바빴고 수십억, 수백억이 쉽게 넘어갔다고도 한다. 심지어 지극히 사사로운 관계의 인물도 그들을 통하면 수직사다리를 올라탔고, 누가 딴지라고 걸면 국가권력을 동원해 철퇴를 가했다. 설마 설마 했던 일이, 불통 먹통의 결과가 이렇게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터지고 말았다. 이건 차라리 허탈과 분노를 넘어서 망연자실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 건가? 21세기에 봉건시대보다도 못한 원시시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걸까? 해외에 사는 동포들은 부끄러워서 밖을 다닐 수 없다고도 한다. 국격이 제대로 오물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모든 뉴스가 ‘순실’로 통하고 전에는 그렇게 모르는 척 외면하던 언론들이 앞 다퉈 ‘순실’과 관련된 작은 것이라도 찾아내려고 혈안이 돼 있는 요즘, 모든 사건 사고가 ‘순실’ 때문에 떠오르자마자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있지만 그래도 방송프로그램은 계속돼야 하므로 취재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시청률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무엇을 봐도 뉴스만큼 재밌지 않거나 심각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심지어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 혹은 사기를 친 범인이 잡혀도 말도 안 되는 동정심마저 드는 건 모두 지금의 시대 탓이고, 우리 모두가 아닌 밤중에 오물테러를 당한 처지라서 일 것이다.

몇 년 전, 실제로 자신의 집이 오물테러를 당하고 있다며 괴로움을 호소하며 제보를 해온 이가 있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신원이 노출되지 않으려고 마스크까지 쓴 남자가 제보자의 집 앞과 창문과 현관문 손잡이에 똥물을 끼얹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여러 번 포착됐다. 제작진이 취재를 시작한 뒤에도 오물투척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제보자 가족은 더는 견딜 수 없어 집을 떠나 친척집과 친구 집을 전전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제보자는 이 오물테러범이 대체 누구인지, 왜 자신들의 집만 노리는 것인지, 어떤 원한이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아파트의 CCTV와 제보자가 따로 설치해놓은 집 앞 CCTV를 분석해 대략의 체격과 주로 나타나는 시간을 추렸다. 다소 우람한 체격에 보통 키, 주로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나타나 일을 저지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이틀간의 잠복… 결국 이틀째 새벽 2시, 그가 나타났다. 즉시 경찰에 신고를 하는 한편, 제작진과 함께 잠복을 하던 제보자가 직접 나서 그를 제압했다. 그리고는 정말 오랫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당신 대체 누구야?”

1년 넘게 남의 집 앞에 오물테러를 벌인 남자… 그런데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몰라서 물어? 내가 누군지 몰라? 나 아랫집 살잖아.”

아랫집? 아랫집 남자가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제보자는 아랫집과 단 한 번도 안면을 터본 적도 부딪힐만한 일도 없었다고 했다. 경찰조사에서 아랫집 남자는 새벽마다 윗집에서 쿵쿵쿵쿵 울리는 소리가 심해 견디다 못해 오물을 모아 뿌리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잡히던 날도 윗집에서 목공 소리가 들렸다는 아랫집 남자… 그러나 몇 주 전부터 윗집 가족들은 아예 집을 비운 상태였다. 그러니까 환청을 듣고 보복을 하겠다며 매일 오물을 모아놓고 윗집에 올라가 뿌려댔던 것이다. 제보자는 범인이 잡혀 후련하면서도 허탈하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전날 뿌려졌던 오물이 말끔하게 청소돼 있었던 것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CCTV를 확인해보니, 어떤 나이든 여인이 새벽에 나타나 집 앞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랫집 남자의 어머니였다. 아들이 취업에 실패한 뒤 집안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면서 정신적인 문제가 심해졌는데 제때 치료해주지 못했다며 용서를 구했다. 결국 아랫집 남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고, 윗집에 살던 제보자 역시 그 아파트를 떠났다.

오물테러는 멈췄고 범인이 잡혔지만, 안쓰러움이 남는 사건… 요즘에 와서 똥물이 뿌려졌던 아파트 복도와 집 앞 모습이 불현 듯 떠오르는 건, 영문도 모른 채 난데없이 테러를 당하고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실체를 알고 싶어 했던 제보자의 간절한 마음이 너무나 와 닿는 그런 시절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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