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걸으면 100세까지 무병장수한다고?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6.11.09. 12:34

수정일 2016.11.09. 16:49

조회 3,285

불암산ⓒ최용수

‘큰 바위가 마치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불암산(佛岩山, 509.7m)’, 그 기슭에는 ‘태릉백세길’이 숨어있다. 백세길은 ‘공릉산백세문’에서 시작한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3출구를 나와 도보 15분 거리, 원자력 병원 후문 길 건너편에 있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흙길과 나무계단이 어우러지니 남녀노소 누구와도 함께 걸을 수 있는 곳으로 서울시가 선정한 테마산책길이다.

공릉산백세문ⓒ최용수

홍살문 모양의 ‘공릉산백세문(孔陵山百歲門)’을 통과하면 경사가 낮은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탐방로 왼쪽 벽면에 누군가가 그려놓은 소담한 벽화가 탐방객을 반긴다. 동심을 자극하는 벽화를 하나하나 감상하며 발걸음을 옮겨가면 과거 태릉선수촌의 클레이 사격장 뒤편의 숲길로 이어진다. 당시의 사격장과 부속건물이 모두 이전하고, 왕릉 배후지역 복원사업이 마무리되어 자연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다. 늦가을 단풍과 부드러운 흙길은 도심생활에서 지친 탐방객에게 명상과 치유의 공간을 선물한다.

제명호ⓒ최용수

숲길을 즐기다보니 거리감이 없다. 3km쯤은 걸었을까, 중간쯤에서 만나는 2.9km의 ‘맨발산책길’, 맨살 발바닥이 땅 위에 닿은 순간 시원한 흙의 감촉과 살짝 살짝 눌러지는 지압의 느낌은 기분을 좋게해준다. 맨발산책길은 ‘제명호’ 입구까지 이어진다. 불암산 갈림길에서 ‘삼육대’ 방향으로 두터운 숲길을 내려가니 산 속의 인공호수 ‘제명호’가 얼굴을 내민다. 삼육신학원 원장을 역임한 이제명 목사의 한국어 이름에서 따온 호수 이름이란다.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 내 호수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서울의 둘레길 중에서 유일하게 호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을빛이 반사된 숲 속의 잔잔한 호수, 호숫가 산책로를 걷는 사람,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탐방객들의 모습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기자도 느림보 걸음으로 호숫가 산책로를 한 바퀴 거닐었다. 제명호에서 삼육대학으로 내려가는 주변에는 울창한 ‘서어나무군락지’가 펼쳐진다. 생태계가 잘 보존된 숲에서나 볼 수 있다는 서어나무숲, 제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대학 숲’으로 선정되어 우수상을 받은 바 있고, 서울시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화랑호ⓒ최용수

삼육대 정문을 나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화랑로’가 이어진다. 수령 50~6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플라타너스 거목의 가로수길이 장관이다. 두텁게 쌓인 낙엽을 밟고 걸으면 ‘바스락’ 소리가 화음을 만든다. 화랑대역으로 향하는 화랑로의 오른편에는 태릉선수촌과 조선 왕릉이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땀 냄새와 거친 숨소리가 ‘태릉선수촌’에서 새어나온다. 선수촌을 지나면 사적 제201호 ‘태릉(泰陵)’이 있다. 중종대왕의 제2계비인 문정왕후의 무덤, ‘자신이 죽으면 중종과 함께 묻히겠다’는 욕심에서, 1562년 고양시 원당리에 있던 ‘정릉’을 지금의 강남 ‘선정릉’으로 옮긴다. 그러나 홍수가 나면 한강물에 ‘정릉’의 홍살문이 잠기곤 하자 아들 ‘명종’은 어머니(문정왕후)를 이곳 ‘태릉’에 안장하게 된다. 왕비가 홀로 묻힌 ‘태릉’이자만 규모의 웅장함이 당시의 세력을 짐작케 한다. 과욕의 업보인가, 문정왕후 본인은 물론 중종까지도 단릉(單陵)이 되어 지금까지 쓸쓸히 남아있음이 안타깝다. (☞ 어떻게 살아야지? 선정릉에서 배운다). 태릉에는 ‘조선왕릉전시관’이 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태릉백세길ⓒ최용수

“한 번만 걸어도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태릉백세길’은 숲이 좋고 불암산의 기상과 왕릉의 기운이 솟구치는 특별한 테마산책길이다. 맨발걷기 체험도 할 수 있고, 역사문화 탐방을 겸한 한 나절 트레킹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벌써 날씨가 차갑다. 그리운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며 도란도란 걸을 수 있는 ‘태릉백세길’, 더 추위지기 전에 탐방을 강추하고 싶다.

■ 태릉백세길

○지하철 :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원자력병원 방향으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공릉산백세문에서 시작한다.

○탐방코스 : 화랑대역 3번출구~공릉 백세문~백세정~운무전망대~불암산 갈림길~맨발산책길~제명호~서어나무군락~삼육대~강릉~태릉선수촌~태릉~화랑대역
  * 이용시간 제한 없음, 식수대·화장실·매점 없음, 휠체어·유모차·애견출입 불가능

○문의 : 노원구청 녹지과 02-2116-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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