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말고 나눠 쓰세요~ 성수 아나바다 장터

시민기자 이상국

발행일 2016.10.28. 15:00

수정일 2016.10.28. 17:12

조회 1,945

버려진 현수막 천을 재활용해 주민들이 직접 만든 아나바다 장터 현수막 ⓒ이상국

버려진 현수막 천을 재활용해 주민들이 직접 만든 아나바다 장터 현수막

“집에 쌓여있는 것들을 들고 나왔는데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사가니까 신기하고 기뻐요. 저도 다른 사람이 파는 걸 샀는데 환경이나 경제적으로 순환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최은아 씨는 안 입는 아이들의 옷과 남편의 겨울재킷 등을 여행가방에 한 보따리 챙겨 성수동을 찾았다. 그가 아나바다 장터의 판매자로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성수 아나바다 장터’가 열렸던 지난 9월 3일, 성수동 성동구민체육센터 옆 골목길은 잠시 장터로 변했다. 한적하던 거리에 주민들이 직접 엮어 만든 넓은 현수막이 걸리고, 수명이 다된 현수막을 모아 연결한 만국기가 하늘 아래 펄럭이니 장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성수동 성동구민체육센터 옆 골목길에 열린 성수 아나바다 장터 ⓒ이상국

성수동 성동구민체육센터 옆 골목길에 열린 성수 아나바다 장터

아나바다 장터가 열리자 골목길은 자연스럽게 사람들로 붐볐다. 미리 사전에 신청한 판매자들은 여행가방, 장바구니, 종이가방 등에 안 쓰는 물건을 양손 가득 들고 거리로 모여 들었다. 이들이 바닥에 물건을 진열하자 지나가던 시민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중고물건에 관심을 가진다.

“어머 너무 싸고 좋다. 얼마에요?”

“7만 4,000원에 산 아이들 놀이방 매트인데 만원에 팔려고요.”

만원에 팔린 아이들 놀이방 매트는 아나바다 장터에서 고가품에 속했다. 싼 물건은 500원부터 대부분이 만원 안팎이다. 기자도 2,000원 주고 꽤 괜찮은 사진 액자를 구입했다. 젊은 부부가 가지고 온 여행 책자도 2,000원이면 충분했다. 많은 물건 중에서 망가진 500원짜리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그 외에도 구두, 가방, 옷, 생활 도자기 등 아나바다 장터에 판매되는 품목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서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아이들과 시민들 ⓒ이상국

서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아이들과 시민들

하나 둘 물건이 팔리자 장터 판매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지나가던 시민들은 유년시절의 아나바다 장터를 생각하며 추억에 잠겼다. 거리를 지나던 아이들도 아나바다 장터의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의미를 되새겼다.

성수 아나바다 장터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팔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원 순환이 이뤄졌다.

“환경오염 문제가 과잉 생산과 생산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중고제품을 필요한 사람한테 주고, 내가 필요한 것도 사서 자원 순환이 이뤄지면 적당한 수준에서 생산이 나타나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장터가 조금 더 확산이 돼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시민 최은아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나바다 장터에 참여하여 자원 순환이 확산되길 바랐다.

이번 성수 아나바다장터는 쓰레기 문제에 관심 있는 성수1가2동 마을계획단 환경안전분과 주민들이 벼룩시장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버려지는 현수막 천을 다시 재활용하여 직접 현수막과 만국기를 만들고,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한복 자투리 천으로 봉투를 제작했다.

특히 성수동의 주민 공유 공간으로 이용되는 ‘오고가게’에서 주민들은 오고 가면서 시간 날 때마다 버려진 폐 현수막을 오려 글씨를 만들고,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며 현수막을 완성해 갔다. 그 시간만 1주일이 걸렸다.

주민들이 먼저 나서 솔선수범하니, 아나바다 장터 판매자들도 취지에 맞게 재활용 종이가방을 사용하며 쓰레기 문제 해결에 동참했다.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활용하는 4R운동을 안내하는 게시물 ⓒ이상국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활용하는 4R운동을 안내하는 게시물

이번 아나바다장터를 주최한 성수1가2동 마을계획단 환경안전분과 단원 김호정 씨는 “쓰레기는 생기고 난 다음에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기보다, 먼저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며 “환경 문제는 작게 나부터 우리 집 물건 가지고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아나바다장터가 환경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 시키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성수아나바다장터에서는 그린코프 4R(refuse-불필요한 물건을 거절하자, reduce-쓰레기를 줄이자, reuse-반복해서 사용하자, recycle-재활용을 활성화하자)운동을 소개하고, 주민들 각자의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아울러 아나바다장터 판매자 참가비는 마을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꽁투기(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제작비용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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