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정장이 필요하다면 '열린옷장'을 열어요!

시민기자 고륜형

발행일 2016.10.07. 15:17

수정일 2016.10.25. 16:55

조회 4,986

청년들에게 정장을 빌려주는 비영리단체 `열린옷장`ⓒ고륜형

청년들에게 정장을 빌려주는 비영리단체 `열린옷장`

“거지도 손 볼 날 있다”고 하지 않던가. 취업준비생이라면 정장을 빼입고 증명사진을 찍는 날을 맞는다. 설렘과 흥분 속에 약간의 불안감이 더해진다. 화려한 조명 아래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에 멋쩍은 웃음이 새어나온다. ‘아차, 화장을 고쳐야 하는데…’ 하는 순간 플래시가 팡 터진다. 첫 번째 취업 면접용 사진은 그렇게 어색한 표정으로 세상에 나온다.

옷장 속 정장과 이야기를 기증받아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회적 기업 열린옷장 ⓒ고륜형

옷장 속 정장과 이야기를 기증받아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회적 기업 열린옷장

청년을 응원하는 열린옷장

청년을 응원하는 기업이 있다.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이다. 2011년부터 서울에 거주한 청년들에게 정장을 빌려주고 있다. 대여 품목은 재킷, 블라우스, 치마 정장, 바지 정장, 구두 등 없는 게 없다. 남성의 경우 타이와 벨트, 플레인 토부터 모카신까지 다양한 구두도 기다린다.

빌리는 방법은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홈페이지에 가입한 후 온라인 예약하면 끝이다. 방문 대여도 가능하다. 오프라인 대여점은 건대 1번 출구 쪽에 자리한다.

정장 대여기간은 3박4일. 대여 기간을 연장하거나 연체하는 경우 20%의 부담금이 나온다. 이용은 연 2회까지이다.

열린옷장 정장별 대여 금액 ⓒ열린옷장

열린옷장 정장별 대여 금액

열린옷장은 옷과 함께 옷에 담긴 이야기까지 공유해 사람과 사람이 더 가까워지고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특히 요즘 취업 때문에 고통 받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면접 복장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열린옷장의 ‘옷장지기’ 이성일 씨는 “옷으로 소외받거나 기회를 박탈당하는 분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그 중 하나로 정장 대여를 하는 것이고요”라며 정성스럽게 대여품을 매만진다.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라는 모토 아래 매니저와 자원봉사자가 의기투합해서 단체를 꾸려가는 모습에 청년의 희망이 깃든다.

열린옷장 정장 대여 방법 ⓒ열린옷장

열린옷장 정장 대여 방법

옷깃편지로 따듯한 유대감 형성

옷장지기 이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들려준다. 2년 전 국립재활원을 찾아 거동이 불편한 휠체어 환자들에게 ‘리마인드 웨딩’을 선물했을 때다. 정장뿐 아니라 부케, 연회복까지 마련해 ‘리마인드 웨딩’의 꿈을 이뤄줬다. 이 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 분이 거울에 비친 양복 차림의 자기 모습에 뿌듯해 하며 다시 걸어보고 싶다고 했을 때 가슴 뭉클했다”며 보람을 느꼈던 당시 순간을 떠올린다.

"형님 옷을 입고 좋은 일이 많이 생겼어요” 등 옷깃편지를 통한 미담 사례도 많다. 열린옷장은 ‘옷깃편지’라는 기증자와 대여자 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쓰기를 운영해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오간 옷깃편지는 1만 7000여 통에 달한다. 열린옷장이 단순히 옷을 대여하는 것을 넘어 따듯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증자와 대여자 간의 소통을 잇는 옷깃편지(좌)ⓒ고륜형와 열린옷장 홈페이지에 올라온 감사편지들(우)ⓒ열린옷장

기증자와 대여자 간의 소통을 잇는 옷깃편지(좌)와 열린옷장 홈페이지에 올라온 감사편지들(우)

‘열린옷장’ 이용객 하루 70~80명… 사이즈별 맞춤대여

‘열린옷장’을 이용하는 이용객은 하루 70~80명으로 한 달에 약 2,500명 가량이다. 이용자의 절반 가량은 취업 및 면접용이고, 나머지 50%는 결혼식이나 사진 촬영용이다. 호텔 조리사 면접을 앞두고 열린옷장을 찾은 정소영(21·대학생) 씨는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며 “치수를 재 옷을 대여해 주기 때문에 몸에 꼭 맞는다”고 만족감을 나타낸다. 실제 기자가 입어본 면접용 복장도 시중에서 구입하는 제품 못지않게 잘 맞았다. 탈의실 옆에 신체 치수, 옷 번호, 구두 사이즈가 정확하게 기록돼 있어 맞춤형 대여가 가능하다.

열린옷장에서 정장을 입어보고 있는 이용자(좌)와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탈의실(우) ⓒ고륜형

열린옷장에서 정장을 입어보고 있는 이용자(좌)와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탈의실(우)

예약 확인을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면 모니터에 자신의 이름과 탈의실 번호가 뜬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탈의실에 들어가면 자신의 치수에 맞는 옷이 나온다. 옷을 입고 타이나 벨트, 각종 악세서리를 붙인다. 이어 대기실 모니터에 결제화면이 뜨면 2만원에서 3만원 정도의 비용을 낸다. 이렇게 옷을 대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여 분. 빌린 정장을 입고 단돈 5천원에 취업 증명사진을 찍는 ‘열린 사진관’도 함께 운영 중이어서 금상첨화다.

열린옷장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일요일을 포함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온라인 예약은 필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2%다. 10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 하는 현실에 열린옷장이 단비 같은 디딤돌이 돼주길 기대해 본다.

※ 이 기사는 청년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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