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살아있는 글이란?

강원국

발행일 2016.10.10. 13:30

수정일 2016.10.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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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태양의 후예] 방송 장면 ⓒ뉴시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방송 장면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0) 캐릭터 만드는 글쓰기

글 쓴 사람이 보이는 글
“문체가 그 사람이다.”
이런 말 안 믿었다.
이제는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자기 성격을 글에서 숨기려 하는 사람과, 당당하게 내보이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후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신의 글에 캐릭터가 생긴다.
캐릭터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분명하고 희미한 것만 있을 뿐이다.
당연히 분명한 게 좋다.
글을 읽으면서 독자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겠구나.’ 확연히 알수록 좋다.
캐릭터는 숨기지 않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독자를 속일 자신이 있으면 전혀 다른 인물을 창조해도 된다.
그러기는 쉽지 않지만, 소설가는 그런 걸 한다.
그게 고수다.
하지만 그럴 자신 없으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내뱉어라.
그게 홈그라운드이고,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독자가 호감과 매력을 느끼는 지점도 바로 그곳이다.
메시지는 메신저가 투명할 때 잘 드러난다.

[태양의 후예] 유시진 캐릭터
한때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당시 강의를 위해 중국에 갔는데, 호텔 TV를 켜면 연일 재방송 중이었고, 서점에도 ‘송송’ 커플 사진이 곳곳에 걸렸다.
특히 중국 여성들의 송중기 구애 열기는 불에 댈 듯이 뜨거웠다.
<태양의 후예>와 송중기 인기 비결을 우리 교민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 여성은 유시진 대위가 하는 ‘달달한 대사’를 평생 듣지 못한다.
그것이 ‘태후’에 열광하는 첫 번째 이유다.
다른 하나는 유시진 대위의 애국심이다.
중국 정부는 TV 드라마의 30% 이상을 항일 투쟁을 소재로 만들 것을 강제하고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애국적인 남성상에 자신도 모르게 매료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한다.
결국 유시진이라는 캐릭터의 성공이다.
달달함과 투철함, 농담과 진담이라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유시진에 빠져든 것이다.

캐릭터의 요건
글에서 캐릭터는 알파이자 오메가다.
소설, 시나리오를 비롯한 모든 글은 캐릭터를 잘 창조해야 한다.
좋은 캐릭터의 첫 번째 요건은 개성이다.
모든 사람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고 있다.
그 가운데 등장인물을 특징짓는 요소를 잘 잡아내야 한다.
두 번째는 현실성이다.
실존 인물이라고 느낄 수 있게 실제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끝으로, 캐릭터는 무엇인가 강렬하게 추구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지와 노력이 강할수록 사람들은 공감한다는 것이다.

캐릭터 만드는 방법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인물의 외모, 성격, 성별, 나이, 직업, 취미, 학벌, 가족관계, 주거 지역 및 형태, 인맥 등등을 서술하는 것이다.
이름 작명도 중요하다.
다른 방식은 인물의 습관, 표정, 손동작, 걸음걸이, 버릇, 말씨, 의복, 헤어스타일, 심리상태, 타인에 대한 태도 등을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독자나 관객이 상상하고 추론하게 만드는 것이다.
‘~했지 말입니다.’ 같은 말투는 그 말을 쓰는 사람의 직업이 군인이란 사실을 추론하게 한다.

캐릭터는 또한 내용과 문체, 두 방향에서 만들어진다.
내용은 글에서 자신의 가치관, 생각, 취향, 취미, 성격, 갖고 있는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다.
문체는 장문과 단문, 경어체와 평어체, 문어체와 구어체, 글의 길이와 호흡을 통해 나타난다. 나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 문체의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은 작가이지만, 일단 만들어놓으면 작가가 임의로 바꾸기 어렵다.
캐릭터 스스로 자신의 갈 길을 가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속성과 특징을 확고하게 잡아 거기에 생명력을 부어넣어 놓으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 창조는 작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캐릭터를 창조하는 글쓰기
모든 글에는 글 쓴 사람의 캐릭터가 묻어난다.
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몫이다.
웃기는 캐릭터, 진중한 캐릭터, 터프한 캐릭터, 자상한 캐릭터 등 독자가 글을 읽고 쓴 사람의 이미지나 기질을 잘 떠올리게 하면 캐릭터 창조에 성공한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의 글을 보면 그것을 쓴 사람이 어떠할 것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책이나 칼럼을 읽어도 필자가 어떤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지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가볍거나 무겁거나, 인간적이거나 권위적이거나 간에 나름의 이미지가 있다.

나는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까.
독자는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바로 이런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글쓰기에서 중요하다.
만약 ‘웃기는 캐릭터’로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 방향으로 해석하게 되며, 그 사람 이름만 봐도 일단 웃을 준비를 한다.
글을 쓸 때 이런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이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캐릭터 창조 프로세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우선해야 할 일은 자신을 파악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진중한가, 재밌는가, 성실한가, 허당인가…
기대하는 반응이 무엇인가.
절로 웃음이 나오게? 애틋한 마음이 들게? 믿음이 가게? 쿨해 보이게? 즉 이미지 목표를 잡아야 한다.
나는 페이스북을 열심히 할 때, ‘웃기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목표였고, 지금 블로그에서 지향하는 것은 ‘성실한 사람’이다.
목표를 잡았으면 콘셉트(내용, 개념)와 스타일(형식, 문체)을 만들고 일관되게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
‘웃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웃기는 사건’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글의 전개도 기-승-전-웃음이 되도록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문체도 가볍고 간결해야 함은 물론이다.

글쓰기는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이라는 무대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올려놓고 연출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개성을 발산하며, 아우라를 만드는 과정이며, 그것이 글쓰기의 매력이다.
글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영웅도 될 수 있고, 신화의 주인공도 가능하다.
연암은 ‘꽃, 풀, 벌레 등 아무리 사소한 것도 저마다 지극한 경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야 두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당장 오늘부터 자신의 콘셉트와 스타일을 만들고 자신이 쓰는 글에 적용해보자.

#캐릭터 #강원국 #글쓰기 필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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