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나 전설 속에 나오는 뇌물 이야기

최순욱

발행일 2016.09.28. 13:55

수정일 2016.09.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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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를 저승으로 건네주며 정확히 뱃삯을 받는 카론ⓒWikipedia

망자를 저승으로 건네주며 정확히 뱃삯을 받는 카론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46) 뇌물

오늘(28일) 부정청탁을 금지한 소위 '김영란법'이 드디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을 통해 그간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과도한 접대문화와 부정·부패가 척결될지 두고 볼 일이다. 일부에서는 이 법을 두고 벌써부터 부작용을 걱정하지만 어쨌든 이런 법이 나오게 만든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이 법을 통해 일어날 변화가 무엇이건 간에 종국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신화나 전설에도 뇌물이나 선물과 관련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 이런 것들은 대개 인간이나 신이 어떤 어려운 일이나 원래는 불가능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한 열쇠를 가진 자에게 무엇인가를 바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다는 형식을 갖는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경우 주는 쪽의 정성이나 진심이 많이 들어간 경우는 종국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그저 환심을 사기 위한 정성이나 마음이 없는 것, 말하자면 뇌물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중 하나가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던 북유럽 신화 프레이르의 결혼 사건이다. 풍요의 신 프레이르는 어느 날 거인의 나라에 있는 미녀 게르드에게 홀딱 반했다. 결국 그는 종자인 스키르니르에게 온갖 보물을 들려 게르드에게 청혼의 뜻을 밝히도록 시켰는데, 게르드는 콧방귀만 뀔 뿐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스키르니르는 그녀를 온갖 저주의 말로 겁박해 결혼 승낙을 받아내고 말았다. 좋게 말해 결혼이지 신부 약탈, 겁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사건이다.

그리스 신화 속 미인대회는 어땠던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써넣은 황금사과를 누가 가질 것인지 올림포스의 가장 훌륭한 세 여신인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다투다가 결국 신들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사과의 주인을 가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신들의 미인대회를 연 것은 괜찮으나 문제는 참가자들이 뇌물로 우승하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신들의 여왕인 헤라는 최고의 권력과 부를, 지혜와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는 위대한 지혜와 무용을,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각각 파리스에게 선물로 약속했다. 파리스는 이 말을 듣고 아프로디테를 승자로 선언했는데 결국 어떻게 되었나. 아프로디테가 선물한 여자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부인인 헬레네였고 이 때문에 메넬라오스는 형인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함께 트로이를 침략했다. 이 끝이 트로이의 처참한 멸망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카론이라는 저승의 뱃사공이 나온다. 그는 저승을 감고 흐르는 강인 아케론에서 배를 저으며, 아케론에 도달한 망자를 저승으로 실어 날라준다, 카론의 특징은 절대 공짜로는 배를 태워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뱃삯으로는 동전 한 닢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리스 사람들은 죽은 자를 장사지낼 때 반드시 동전 한 잎은 뱃삯으로 함께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카론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는데, 아무리 뱃삯을 많이 내려 하더라고 그는 절대로 동전 한 잎 이상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동전 두 잎을 주더라도 두 번째 동전만을 받고 처음 받은 돈은 강에 던져버렸다고 한다. 정당하게 받아야 할 것만, 한 일에 해당하는 것만 확실히 받고 나머지는 거부하는 셈이다. 이처럼 정당하지 않은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고 부정한 금품을 수수하지 않는다는 강한 다짐을 실천한다면 우리 각자가 ‘김영란법’에 거부감을 느낄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이 46번째 여행을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지금까지 최순욱 칼럼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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