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디자인, 정말 효과 있을까?

서울사랑

발행일 2016.09.28. 14:15

수정일 2016.09.28. 14:32

조회 3,555

강북구 삼양동은 위험하고 쓰레기로 넘치던 폐가에 집 모양 디자인 가림막을 설치했다

강북구 삼양동은 위험하고 쓰레기로 넘치던 폐가에 집 모양 디자인 가림막을 설치했다

어둡고 으슥하던 동네가 아주 밝게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잔잔한 음악까지 흘러나온다. 쓰레기 더미로 지저분하던 마을은 깨끗하게 단장하고, 친근한 동물 캐릭터가 반갑게 맞이한다. 서울에 범죄예방디자인을 도입한 안전한 마을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 잘하면 범죄 막고 동네 활기차게

밤길 귀가 시 어두운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긴장감이 흐른다. 흉물로 변한 폐가를 지날 때마다 쓰레기 더미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로 숨쉬기가 힘들다. 오래되어 위험한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넘어질까 조심스럽다. 등산하다 길을 헤매 남의 주거 지역으로 들어가 민폐를 끼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지정 구역도 아닌데 너도나도 흡연을 하고 여기저기 담배꽁초가 널려 있다. 공원은 취객의 고성방가로 잠깐 쉬는 것조차 불편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민 갈등이나 범죄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랬던 동네가 디자인을 입어 주민이 한층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일명 범죄예방디자인(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줄여 범죄가 발생할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디자인도 잘 적용하면 범죄를 막고 동네를 활기차게 만든다.

강북구 상암동

범죄예방디자인은 어떻게 적용했는가

범죄예방디자인은 지역 주민의 참여와 의견을 반영해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주민의 결속력을 높였다. 언제 어디서든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을 공통적으로 사용했으며, 범죄예방디자인 전체 안내판과 동네 알림 게시판을 설치했다. 위험하거나 경고가 필요한 곳엔 눈에 띄는 문구나 친근한 그림, 조명과 음악, SOS 비상벨과 CCTV 등을 활용했다. 또 디자인에 한정하지 않고, 방치된 공간을 수리해 주민의 쉼터이자 소통 공간인 ‘지킴마루’도 만들었다.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곳은 일단 쓰레기부터 치운 후 노란색 경고 문구나 그림을 그려 그곳이 더 이상 쓰레기 버리는 장소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며,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CCTV나 자동 경고음이 울리는 장치를 설치했다.

집 모양 캐릭터 그림과 울타리로 새단장 했다

집 모양 캐릭터 그림과 울타리로 새단장 했다

폐가를 손질하고 도색해 앞쪽에는 텃밭을 만들었다

폐가를 손질하고 도색해 앞쪽에는 텃밭을 만들었다

개선하기 전 모습

개선하기 전 모습

가로등

“폐가와 공가에 쓰레기가 계속 쌓이고 청소년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등 심각한 상태였죠. 3주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쉬는 청소차 두 대를 동원해 쓰레기를 치웠어요. 주변이 깨끗해지고, 밤늦은 시간에 자동으로 불이 들어와 밝고 안전해져 주민이 좋아합니다.” - 삼양동 주민 최종원 씨

“삼양동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폐가와 공가였어요. 여기에 착안해 ‘집’ 모양으로 디자인을 했어요. 모든 결정은 주민과 함께 했습니다. 텃밭도 주민의 아이디어였죠. 지킴마루는 저녁때 순찰하는 분들이 계시고, 텃밭 가꾸는 기구들도 보관하며, 필요할 때마다 주민이 이용하는 거점 공간입니다.” - 참여디자이너 국선영 씨

금천구 가산동

밤이 되면 경고 조명이 비치고 음악이 흘러

어두운 밤에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들어서면 바닥에 “여기에 들어오면 안 돼요”라는 경고 문구 조명이 비치는가 하면, 골목 안쪽까지 벽면이나 바닥에 조명을 선으로 연결해 길이 잘 보이도록 만들었다. 골목 안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음악을 들려주어 보행자에겐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범죄자에겐 심리 위축 효과를 기대했다. 음향 크기는 주변 소음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된다. 막다른 골목엔 역시 CCTV와 SOS 비상벨을 눈에 띄게 해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중국인이 많이 사는 금천구 가산동의 경우 경고음이나 경고 문구를 한국어와 중국어를 병행해 사용했다.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주차장에는 대기 반사판을 부착해 안쪽에 사람이 있으면 실루엣이 보이고, 주택과 주택 사이 좁은 공간에는 펜스를 쳐 외부인이 침입하지 못하게 했다. 경사가 급해 넘어지기 일쑤였던 계단은 걷기 편안한 나무 덱으로 바꾸고 천천히 걸어갈 수 있게 재밌는 캐릭터를 그렸으며, 친절한 안내 문구를 적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계단 쉼터를 마련했다. 소음으로 시끄러웠던 소공장 구역엔 소음 저감 장치를 설치해 안정감을 주었다.

가산동 지킴마루

가파른 경사로에 나무덱으로 계단을 만들었다.

가파른 경사로에 나무덱으로 계단을 만들었다.

버려진 공간(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시민들의 휴식공간, 지킴마루.

버려진 공간(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시민들의 휴식공간, 지킴마루.

빛돌이

“막다른 골목길을 비춰주는 조명은 ‘빛돌이’, 강아지 짖는 소리가 나는 곳엔 ‘가산이’, 새소리가 나는 음향 시설엔 ‘새순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그곳에 가면 잘 있나며 안부 인사도 하곤 합니다. 야간에 할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동네 순찰을 한 적이 있는데, 공원에서 술 마시던 청소년들도 잔잔한 음악이 나오니 한결 부드럽게 대하더군요.” - 가산동 주민 최현남 씨

“가산동은 소공장과 벌집 구조의 주택이 많습니다. 그래서 길게 선으로 이은 조명과 소리를 이용한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클래식 음악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범죄를 예방해주는 솔루션으로, 영국에서도 입증되어 이번에 과감히 활용했습니다.” - 참여디자이너 김가람 씨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탁구대, 도서관 등을 마련한 지킴마루.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탁구대, 도서관 등을 마련한 지킴마루.

밤이 되면 음악이 나오도록 스피커를 설치했다.

밤이 되면 음악이 나오도록 스피커를 설치했다.

노원구 상계동&동작구 노량진1동

헷갈리는 등산로는 명확하게, 고시촌엔 고시생 캐릭터를

개발이 지연되면서 노후화·슬럼화되고, 둘레길을 찾는 등산객의 통행이 잦은 노원구 상계 3·4동. 외부인이 길을 헤매다 지역 주민의 주거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막다른 골목’, ‘외부인 출입 금지’ 등 출입 금지 표시판과 명확한 등산로 방향 표시판을 설치했고, 등산 시 에티켓 안내판도 부착해 안전한 산행을 유도했다. 노상 흡연 문제로 주민 갈등이 심하던 고시원 밀집 지역인 동작구 노량진1동의 경우 흡연 구역을 설정하고, 바닥 도색과 표지판 안내, 재떨이를 별도 설치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동시에 배려했다.이곳은 고시생 캐릭터와 ‘고시촌 합격 수칙’이나 ‘공부 중 쉿!’, ‘흡연은 스트레스와 함께 기억력도 날려보냅니다’ 같은 문구를 활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금지 표시뿐 아니라 학생들이 이용하는 계단엔 힘내라는 격려 문구도 적었으며, 계단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탁자도 설치했다. 또 보도 가림막에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따라 할 수 있게 그림을 그려놓은 것도 특징이다.

노원구 상계 3·4동 둘레길 등산로 표시판으로 안전한 산행유도

노원구 상계 3·4동 둘레길 등산로 표시판으로 안전한 산행유도

노원구 상계 3·4동의 개선하기 전 모습

노원구 상계 3·4동의 개선하기 전 모습

올해까지 총 15곳 조성

어둡고 후미지며 지저분하고 시끄럽던 장소를 밝고 친근한 환경으로 개선하는 서울시 범죄예방디자인은 2012년 부터 마포구 염리동을 시작으로 관악구 행운동, 중랑구 면목동, 용산구 용산2가동 등 네 곳에 적용한 데 이어 최근 금천구 가산동, 강북구 삼양동, 노원구 상계 3·4동, 동작구 노량진1동, 성북구 동선동, 양천구 신월3동 등 여섯 곳에 추가 조성했다. 먼저 시행한 기존 네 곳에 대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13년과 ’15년 비교)에 따르면, 이를 적용한 후 중랑구 면목동을 제외한 세 곳에서는 112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면목동도 서울시 전체 평균에 비하면 신고 건수가 낮았고,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 범죄가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난 용산구 용산2가동의 경우 강도나 성폭행 같은 범죄는 22.1% 감소, 폭력 등 기타 범죄는 12.9% 감소했다.

서울시 범죄예방디자인 1호인 마포구 염리동은 유엔해비타트, 미국 블룸버그 재단 등 외국에서도 주목한 사례다. 서울시는 올해 서초구 반포1동, 성동구 용답동, 송파구 마천2동, 구로구 가리봉동, 중구 신당동도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또 범죄 예방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령화, 학교 폭력, 인지 건강 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디자인을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놀이터

취객이 몰려 주민 갈등이 잦았던 양천구 신월3동 경인어린이공원에 안전 트랙을 조성하고, 운동기구와 놀이 기구 등을 설치해 아이들과 주민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여성안심길

여성 1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은 성북구 동선동은 옹벽과 바닥에 조명을 연속적으로 설치해 어두운 골목길을 밝혔다. 또 곳곳에 안전 확성기를 설치해 위급 상황 시 버튼을 누르면 경찰 출동 전이어도 이웃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흡연 구역 지정

노상 흡연 문제로 주민 갈등이 심하던 동작구 노량진1동은 고시촌 특색을 살려 에티켓 안내 표시판을 곳곳에 부착했다. 또 별도 흡연 구역을 지정하고 계단 탁자 등 휴게 시설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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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서울사랑

#범죄예방 #범죄예방디자인 #CP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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