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맞춤복지'가 찾아왔습니다!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6.08.26. 17:22

수정일 2016.08.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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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동주민센터가 변했습니다.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민원·행정 처리를 해 주던 동주민센터가 2015년 7월부터 주민을 직접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로 자리잡아가고 있는데요. 서울시는 ‘찾아가는 복지’라는 콘셉트로 방문복지를 강화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1단계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인데요. 오늘은 김영옥 시민기자가 발로 뛰어 취재한 ‘찾동’ 3곳을 소개합니다. 찾동의 변화, 당신도 느끼고 있나요?

※ 파란색 글자를 클릭하시면 관련 정보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방학1동주민센터] 업무공유, 스터디로 준비 끝! 찾동 문제 없어요

30여 년간 복지업무를 맡아왔던 김미혜 방학1동장은 민간조직에 있던 사회복지사가 공공조직에 안착한 첫 사례다. 그래서 그는 ‘복지직 동장님 혹은 복지통’으로 통한다. 그에게서 듣는 찾동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2014년 11월 초, 서울시로부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모사업이 있었습니다. 도봉구청 복지정책팀장을 맡고 있던 때라 이미 그해 8월에 우리는 어르신복지플래너, 빈곤위기가정복지플래너, 우리아이복지플래너 등 복지플랜 전반을 다 만들어 놓은 상태였어요. 미리미리 준비를 해서일까요. 2014년 12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시범구로 도봉구 전체 동이 선정됐습니다.”

찾동 사업은 자치구마다 모형이 다 틀렸다. 기존 동주민센터에 있던 행정팀과 복지팀은 자치마을팀과 행정민원팀, 방문복지팀으로 행정이 개편됐다. 도봉구의 경우는 위기 사례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방문복지팀이 만들어졌다. 방문복지팀은 복지팀장과 3년 이상의 복지 업무 경력이 있는 경력직과 신규직, 방문간호사 등 4명이 한 팀을 이뤄 현장 방문이 진행됐다.

방학1동 주민센터 앞에 소개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배너

방학1동주민센터 앞에 소개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배너

“30년 가까이 복지 업무를 하다 보니 저절로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공공복지 업무 담당자와 방문복지 담당자들끼리 업무를 공유하는 것이 우선 필요했죠. 또한 현장에 나갔을 때 주민들이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솔루션을 제대로 제시해야 했어요. 복지 담당자들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스터디를 하도록 했어요. 방학1동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서 타동의 신규직 플래너들도 와서 스터디에 동참했어요.”

초기의 시행착오들은 복지 경력 많은 김미혜 동장과 같은 이들이 슈퍼바이저 역할을 맡아 제대로 방향을 설정해 줌으로서 반년쯤 지나자 자리를 잡게 됐다.

복지관 같은 민간기관에서 하던 위기사례관리가 6년 전부터 구청에 희망복지가 생기면서 공공기관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에서의 사례관리는 초창기엔 구분도 없고 중복도 많았다. 도봉구에서는 2008년부터 분과도 만들고 빈번하게 회의도 진행하면서 민·관 영역을 구분해서 사례관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타구보다 갈등이 적었다.

방학1동의 찾아가는 방문복지팀의 위기가정플래너들은 위기가정을 발굴해 내고 꾸준히 사례관리를 해 나갔다. 방학1동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마을 사정을 가장 많이 아는 통장 37명이 적극적인 제보에 앞장섰다. 주민들이나 통장들의 신고뿐만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위기 가정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면 가정 방문을 통해 밀착 상담 후,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했다.

한번은 알코올중독자 김민구(가명)씨가 머리를 부딪쳐 피가 심하게 나는 줄도 모르고 잠들었다가 방문복지사가 발견해 위험한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또 65세가 된 어르신 조보연(가명)씨는 어르신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가 방문하여 건강 체크와 기초연금 신청, 노인복지관의 프로그램 안내, 교통카드 발급 등 보편적 복지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자 ‘이렇게 친절하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었냐’며 다가오는 겨울에 후원 물품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도봉구 창2동 방문복지팀 유정화 팀장과 그가 찾아간 이웃들의 이름과 상황이 체크된 노트

도봉구 창2동 방문복지팀 유정화 팀장과 그가 찾아간 이웃들의 이름과 상황이 체크된 노트

[창2동주민센터]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도와야 할 이웃들을...

창2동 유정화 복지팀장의 노트엔 깨알 같은 메모가 가득했다. 찾동 1년 동안 방문복지팀이 신설되면서 그가 찾아간 이웃들의 이름과 그들의 상황, 그 상황에 맞게 매번 체크하고 제시된 솔루션들에 대한 메모들이었다.

그동안 창2동의 찾동 방문복지팀은 늘어난 인력만큼 직접 현장에 나가는 횟수가 많아졌다. 사례별로 최적의 솔루션을 위해 방문복지팀 내부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됐다. 복합사례가 발생했을 때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치매지원센터·정신건강센터·구청의 담당 직원들과 함께 어떤 자원서비스를 연결해 해결할 수 있는지 사례회의를 진행했다.

찾동 시작과 더불어 복지도우미 통장과 동복지위원회, 생명지킴이활동가 등 지역의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주거취약세대, 생활요금체납세대, 정보부족세대, 동절기 홀몸세대 등 생활환경과 긴급 연락처에 대한 꼼꼼한 전수조사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총 501세대를 발굴하고 총 1,503건의 서비스 연계가 이뤄져 해법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있는 다양한 주민모임 네트워크를 통해 위기 사례를 공유하고 그들에게서 지원 가능한 재화와 서비스를 연계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지난 1년 동안 창2동에서는 총 98세대, 총 386건의 자원 서비스가 연계됐다.

사례별로 최적의 솔루션을 위해 내부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사례별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내부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창2동은 시골 동네처럼 인정이 살아있는 있는 곳입니다. ‘이 사람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도와주세요’ 라며 주민이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고, 집 주변의 노숙자를 1년 동안 보살핀 동네 어르신 3인방도 계십니다. 창2동의 경우 타 동보다 지역 자원을 연계해 도움을 드린 경우가 30배가 넘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창2동의 복지도우미 8통장이 전수조사차 홀몸어르신 임영미(75세,가명)씨의 집을 방문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울산에 살고 있던 아들과 해당 파출소에 연락해 하루 전 이미 고독사한 임씨를 발견해 장례식장으로 이송한 일도 있다. 통장이 방문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방치됐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전수조사를 시작하면서 지역 사정에 밝은 통장들은 주거취약세대, 홀몸세대 등에 대한 적극적인 제보를 해 왔다.

또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고순미(41세,가명)씨는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상태였다. 자녀 중 한명은 소년원에 입소했고 가계 부채 등의 복합적 문제를 가진 모자가정이었다. 가족상담센터와 드림스타트팀과의 연계를 통해 고순미 씨는 가족상담치료를 받았다. 부채 면책을 위한 파산신청 진행 과정은 마을변호사와 시니어상담가, 사회복지사가 함께 진행 중이다. 더불어 가정 경제 관리를 위한 가계부 작성과 재무 설계도 진행 중이다.

“송파세모녀사건을 보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보가 없어서 자신들의 처한 상황에서 스스로 무엇을 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거예요. 누군가 그들의 상황을 제보만 했더라도 작지만 해결책은 얼마든지 있었을 겁니다. 그와 같은 경우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늘 방문복지 현장엘 나갑니다. 더 많이, 더 세세히 살피기 위해서요.”

전담하는 사회복지사가 이전보다 많아지다 보니 빈곤위기가정 발굴 사례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단순 자원 연결만으로도 위기가 해소되는 경우도 늘었으며, 심층 사례관리 세대 또한 대폭 늘었다. 인터뷰 말미에 “내가 만나는 대상자가 다른 욕구는 없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됐다.”는 유정화팀장의 말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방문복지에 대한 정확한 답이 아닐까 싶다.

방학3동 김민경 주무관(좌),오진석 주무관

방학3동 김민경 주무관(좌),오진석 주무관

[방학3동주민센터] 남의 일도 내 일처럼 꼼꼼하게  

도봉구 방학3동은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단독주택이나 빌라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척 작게 분포된 곳이다. 지역적인 특성이 이렇다 보니 찾동의 활동을 위해 방학3동 방문복지팀이 각 가정을 방문해 대상자를 만나는 것 자체도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2016년 기준으로 390여 명에 이르는 65세가 된 노인들에게 방문 복지의 취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찾아가겠노라는 안내문을 우편으로 보내고 일주일 전엔 대상자 모두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 통화가 불가한 경우엔 해당 통장에게 의뢰해 사전에 직접 방문해 대상자의 사정을 살피고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나갔다.

“사회복지사가 65세에 이른 노인들을 찾아가 그 분들이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을 설명하고, 동행한 방문간호사가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나름 홍보를 한다고 했음에도 모르는 분들도 많았고, 낮선 타인의 방문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들도 계셨어요. 만나주지 않으니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었죠. 하지만 방문복지의 취지를 이해하시고는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환대를 받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방학3동 오진석주임은 아파트라는 주거 특성 때문에 대상자들을 만나기가 초반엔 어려웠지만 일단 대상자를 만나게 되면 다들 반기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때로는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다 뜻밖의 정보를 얻기도 했다.

“65세 된 김한영(가명) 어르신을 찾아뵙고, 보편적 복지에 대한 혜택을 말씀 드리고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여쭙다가 건설회사에서 오랜 기간 일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전에 자원봉사를 한 경험을 내비치면서 마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시는 거예요. 마침 한 빌라세대에 물이 새는 곳이 있었는데 보수를 요청 드리니까 흔쾌히 와서 손 봐 주시더라구요. 이것이 인연이 돼서 현재 친구 한분과 함께 마을에서 집수리 봉사를 12회째 진행하고 계십니다.”

할머니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는 방학3동 정주혜 간호사

할머니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는 방학3동 정주혜 간호사

방문복지팀이 ‘찾아가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김민경주임은 얼마 전 방문한 세대에 거동이 불편한 남자분의 목욕봉사도 이분에게 의뢰했다. ‘비슷한 연배이니 내가 해야지’라며 목욕봉사에도 적극적이셨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방문복지사업을 진행하다보면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사례도 있다. 손민지(68세,가명)씨는 치매를 앓고 있던 노모가 사망하자 패닉상태에 빠졌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터라 수급자가 되면서 김민경주임과 만나게 됐다. 수급비는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돈의 이자로 다 나갔고, 아파트 관리비도 많이 밀린 상태였으며 살고 아파트도 곧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게 됐다. 방문복지팀은 경매로 집이 넘어가기 전에 집을 팔아 부채와 밀린 관리비를 탕감하고 작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을 권유했다. 고민하던 손민지 씨는 방문복지팀의 제안을 받아 들였고, 방문복지팀은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통장과 함께 집이 헐값에 팔리지 않도록 힘썼다.

1년 동안 빈곤위기가정 복지플래너는 1,066명의 방문 대상자를 방문해 빈곤위기가정 25세대의 사례관리 연계 실적을 이뤄냈고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16세대를 발굴하여 맞춤형 생계급여 등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방문복지팀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상황이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해드려야 한다는 의무감과 많은 것을 생각만큼 해드리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오진석주임과 김민경주임, 두 복지콤비 때문에 방학3동에서의 찾동은 그 취지와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글·사진=시민기자 김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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