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지도 데이터 반출 결정을 앞두고...

최순욱

발행일 2016.08.24. 14:53

수정일 2016.08.24. 16:54

조회 1,050

힘겹게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Wikipedia

힘겹게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42) 지도와 아틀라스

오늘(24일)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가능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과 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지도 국외반출협의체가 지난 6월에 있었던 구글의 지도데이터 반출 요청을 받아들일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실제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여러 보도나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구글의 반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구글의 여러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긴 하나, 지도 반출과 관련해서는 구글 측의 주장에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이야 지도가 반출되면 이 데이터로 국내 구글맵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하는 IT분야의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IT 혁신이 꼭 구글을 통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싶다. 더불어 고작 구글맵 서비스 하나 강화로 소위 혁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일어날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국내 IT업계도 지도데이터 반출은 외국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구글의 시장지배력만 강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나.

게다가 구글은 이런저런 비즈니스로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겨가면서도 ‘글로벌 서비스’를 빌미로 단 한 대의 서버조차 한국에 두지 않아 법인세조차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 좋게 보이지 않는 태도다.

서구에서 지도를 의미하는 말 중에 아틀라스(Atlas)라는 것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티탄신족 중 하나의 이름에서 온 말인데, 올림푸스 신들의 왕인 제우스에게 대항했다가 패해 영원히 하늘을 짊어지고 있는 형벌을 받게 된 것으로 유명하다. 티탄 중에서 가장 힘이 셌기 때문에 올림푸스 신들과의 전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제우스에게 저항했다는 말도 있다.

헌데 이 아틀라스는 힘은 세지만 머리는 그렇게 좋았던 것 같지 않다. 헤라클레스가 자신에게 주어진 열 두 개의 과업 중 하나인 헤스페리데스의 황금 사과를 구하러 갈 때, 잠시 떠받들던 하늘을 헤라클레스에게 떠넘겼지만 곧바로 헤라클레스의 “자세를 바로잡을 동안만 잠시 하늘을 받치고 있어 달라”는 말에 까무룩 넘어가 도로 하늘을 짊어지게 됐다고 한다. 종국에는 하늘을 받치고 있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들어 페르세우스에게 부탁해 메두사의 머리를 보고 돌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아틀라스의 돌로 변한 몸이 바로 아프리카에 있는 아틀라스 산맥이라고 한다.

“지도는 필요하니 가져가겠지만, 주어야 할 것은 주지 않겠다”라고 속보이는 술수를 펴고 있는 구글이 어설프게 잔꾀를 쓰다가 본전도 못 찾은 아틀라스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기업은 해당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태가 세금이건 사회봉사이건 간에 말이다. 이대로 하다간 구글이 한국에서 한번 된통 당하게 될 거다. 그러기 전에 정신을 좀 차리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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