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쇄소 거리에 들어선 ‘열정도 야시장’

시민기자 이현정

Visit1,545 Date2016.08.03 15:42

열정도 야시장

함께 서울 착한 경제 (53) 열정도 야시장을 찾아서

어느새 “요즘 젊은것들…” 하며 혀부터 끌끌 차고 있다면, 꼰대가 되기 전에 열정 청년들을 만나보자. 유쾌한 활력과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기분까지 좋아질 것이다. 내친김에 좀 더 다가가 오늘을 사는 청춘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보자. 멈추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꿈틀대는 그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참 대견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짠한 마음도 들 것이다. 청년장사꾼들이 일군 골목 ‘열정도’에서 열리는 야시장을 찾아, 돈이 최고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찾는 청년들을 만나보았다.

열정 청년들이 되살린 상권, 열정도

40~50년을 거슬러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 낡은 콘크리트와 벽돌 건물이 빛바랜 모습처럼 남겨져 있다. 1호선 남영역과 4호선 삼각지역, 6호선 효창공원역 사이 삼각주처럼 자리한 용산구 원효로 옛 인쇄 골목,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반짝이는 가게들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인쇄소들이 하나둘 떠나고 인적마저 끊긴 골목에 청년들이 둥지를 튼 것이다. 열정도 감자집, 열정도 고깃집, 열정도 쭈꾸미, 열정도 치킨 혁명, 철인 28호를 열고 장사를 시작한 것은 ‘청년장사꾼’. 누구 하나 찾을 것 같지 않은 을씨년스런 골목에서 시작된 모험과도 같은 열정도 프로젝트였다.

‘성실이 답이다’, ‘열정을 만나면 정열이 솟는다’,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쭈꾸미 팔아 장가가자’ 등 가게 안팎에 쓰인 문구가 빈티지한 골목 풍경과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크게 될 놈 뭘 해도 될 놈’, ‘감자 살래 나랑 살래’ 등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정신 사납게(?) 환영해준다. 건네는 유쾌한 말 한마디, 메뉴판의 익살스런 문구들, 청년장사꾼 특유의 가게 분위기에 반해 머물다 보면, 이내 그네들의 열정에 취하게 된다.

열정도 야시장

청년장사꾼은 2012년 창업해 ‘경복궁 감자집’ 등으로 유명한 재미있게 장사하는 청년 단체다. 현재 이태원, 경복궁, 공덕, 마포와 이곳 열정도 등에서 이미 여러 매체에도 소개된 이색맛집 10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장사꾼은 그저 음식만 파는 회사가 아니다. 서로를 직원이 아닌 사업파트너로 생각하며, 청년 창업가를 키우고 지역을 살리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2014년 말 선보인 이곳 열정도는 바로 이러한 꿈을 실현해내고 있는 공간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지역에서 최소한의 자본으로 창업해, 자신을 알리며, 찾아온 손님을 단골로 만들고,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며, 상권을 되살리는 청년장사꾼다운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였다. 화려한 주상복합 고층빌딩에 둘러싸인 버려진 섬과 같은 곳을 열정의 섬으로 바꿔낸 것이다.

“다른 식당은 서비스가 좋아봤자 이모 이런 느낌이잖아요. 여기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유쾌하고 친근하게 해주셔서 기분까지 좋아져요. 여기가 원래 허허벌판 같은 곳이었거든요. 음식점도 생기고, 이렇게 야시장도 하면서 밝아졌어요. 사람들도 많이 찾고 지역도 살아난 것 같아요.”

지역 주민인 노지은 씨는 친구들과 함께 이곳 열정도를 자주 찾는다는데, 특히 야시장이 열리는 날은 꼭 챙겨 들른다고 한다.

열정도 야시장

한 달에 한 번, 열정의 섬에서 열리는 야시장

열정 청년들이 일군 열정의 섬엔 한 달에 한번, 야시장이 열린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열정도 야시장 ‘공장’은 여느 프리마켓처럼 수공예품도 만날 수 있지만, 화덕피자, 스테이크, 핫도그, 돈까스, 샐러드, 와플, 라멘 등 다양한 푸드트럭이 선보여 인기다.

“돼지 뼈를 고아 국물을 만드는데, 어제 밤새 오늘 아침까지 8시간 이상 삶았습니다. 면을 제외한 모든 것은 직접 만들고, 청양고추나 파 같은 재료도 저희 밭에서 난 것을 사용하죠. 부모님께서 농사짓고 계시거든요. 돈코츠라멘을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는 일단 담백하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라면이라 것, 그리고 제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너무 행복해하는데 그에 맞는 음식이라 선택했습니다.”

달주씨의 라멘트럭

마음까지 달래주는 진짜 심야식당을 여는 게 꿈이라는 나정훈 씨는 인천 계양구에서 꽤 유명한 푸드트럭인 ‘달주씨의 라멘트럭’ 운영자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트럭 내부 인테리어 소품 중엔 단골손님들이 제주도,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사와 선물한 것도 있다. 소탈하고 붙임성 좋은 청년이다 싶었는데, 손님과의 관계도 남다른 듯싶다.

젊은 쉐프들

“저희는 청년장사꾼처럼 젊은 쉐프들이 모인 단체예요. 현재 이대와 고대 대학가를 거점으로, 천연발효종 빵 전문점과 식빵 전문점, 조그만 스시집을 열었고, 케이터링사업과 쿠킹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직적 구조가 아닌 저희 여섯 명이 의기투합해 서로의 끼를 살려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쉐프 집단이다 보니 전문 외식 경영인들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배운다는 자세로 이곳 야시장에 참가했습니다.”

‘쉐프스 유나이티드’ 이윤성 공동대표는 몸은 좀 힘들더라도 계량제나 보존료 같은 첨가물을 넣지 않고 좋은 재료로 정성을 기울여 작업한다고 한다. 이날 야시장에서는 빵과 밀크티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완판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마하키친_다채로운 스페인 요리

“제가 스페인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왔거든요. 그래서 스페인 요리를 주로 하지만, 국내산 제철재료로 만들고 있어요. 환경적으로도,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서도, 요리사로서도 그게 바른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팝업 레스토랑이나 케이터링도 하지만, 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 드리려 해요. 집에서 해 드시는 게 가장 건강하고, 인간으로서 요리하는 행위가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하키친’ 신소영 씨는 다채로운 스페인 요리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해왔는데,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아 야시장 메뉴로 그만인 듯싶었다. 무엇보다 식문화에 도움을 주는 단체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생각엔,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을 보내게 된다.

열정도 야시장_각종 수공예품

“여기 이 목걸이케이스는 강아지가 자는 모습을 보고 만든 거예요. 제가 웰시코기를 키우고 있는데, 가죽공예를 하다 보니 그 모양으로 만들면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수도, 살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거든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하고 있지만, 이런 야시장에 와서 여러분들이 예쁘다고 사주시면 기운이 나고 좋아요.”

요미코기 작가 한수민 씨는 최상의 소재를 사용해 모양을 낸다는데,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열정도 야시장에는 이처럼 각종 수공예품이나 디자인 소품도 만날 수 있다.

“마스킹 테이프로 찢어서 디자인한 것인데요. 이렇게 일러스트나 캘리그래피 작업에 곁들여 잘 어우러지게 엽서나 책갈피, 배지 등 여러 가지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합니다.”

몽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조명지는 지난 6월 홍콩에 있는 자키클럽 아트센터에서 열린 핸디크래프트 페어에도 참가했다. 홍콩 여행을 몇 차례 다니다 색다른 여행을 즐기고픈 마음에 셀러로 신청했다고 한다. 이름이나 원하는 문구를 발음 나는 대로 한글 감성 글씨로 써줬다는데, 나름 한글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한 듯싶다.

“너무 맛있는 먹거리들을 싸게 팔고, 예쁜 소품들도 보이고 기회만 된다면 매달 오고 싶어요.”

동네 주민이자 열정도 단골인 김인혜 씨는 근처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가하러 가는 길에 들렀다는데, 야시장도 꽤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열정도 야시장은 이제 매회 평균 4~50여 팀의 셀러가 참가하고, 5천여 명의 사람들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있다. 무엇보다 이곳 열정도 야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청년장사꾼과 같은 열정 청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다른 자기 철학을 가지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13회 열정도 야시장 공장은 오는 8월 13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열린다. 우천 시 취소될 수 있으니, 열정도 페이스북이나 청년장사꾼 블로그에서 정확한 일정과 내용을 확인 후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90길 6(1호선 남영역에서 도보로 5분)
운영일시 :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5시~오후 10시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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