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에 백남준 기념관 생긴다

시민기자 박기완

발행일 2016.07.29. 15:08

수정일 2016.10.25. 16:38

조회 627

백남준 기념관 발대식에는 서울시장, 고 백남준의 유가족 등 문화계 인사 80명이 참석했다

백남준 기념관 발대식에는 서울시장, 고 백남준의 유가족 등 문화계 인사 80명이 참석했다

2013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국제예술페스티벌. 새로운 문화세상을 연 두 명의 혁신적인 예술가를 집중 조명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한명은 누구일까… 20세기를 대표한 미디어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었다.

백남준은 1932년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일본을 거쳐 독일, 미국 등 세계 각지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피아노 부수기, 머리로 붓글씨 쓰기 등 충격적인 행위 예술은 놀라움에서 찬사로 이어졌다. ‘TV 부처’, ‘TV 물고기’,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비디오 아트의 새장을 열었다.

인류 문화예술의 지평을 확대하며 세계를 주유한 백남준이 가장 그리워했던 곳이 어디일까. 서울 종로구 창신동이다. 바로 그곳에서 그의 생일인 7월 20일에 맞춰 백남준 기념관 사업 발대식이 열렸다. 28평 크기의 백남준 기념관 부지는 음식점으로 쓰이던 한옥이다. 리모델링을 거쳐 11월에 백남준의 예술혼이 깃든 새 공간으로 태어날 예정이다.

기념관 문 앞에는 소 머리가 내걸렸다. 2,500년 전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궁전 장식을 떠올려 주는 검은 색 소머리는 백남준이란 탁월한 예술가의 탄생을 알렸던 상징이다. 백남준이 첫 전시회를 열었던 1963년 독일 파르나스화랑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 머리를 갤러리 입구에 내건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당시 백남준은 자신의 첫 갤러리인 만큼 한국의 전통에 따라 돼지머리로 고사를 지내고 싶었다고 한다. 돼지 머리를 구하지 못해 소 머리를 걸었고 그 충격적인 퍼포먼스에 독일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을 수 있었다.

백남준 기념관 입구에 소 머리가 걸려있다.ⓒ박기완

백남준 기념관 입구에 소 머리가 걸려있다.

백남준의 예술혼 잇는 부조화속 조화 비디오 아트 개막 연주

시각예술가 백현진을 비롯한 7명의 예술인이 펼친 발대식 기념연주는 백남준의 예술혼을 잇는 비디오 아트였다. 스크린에 페이스북 생방송으로 창신동에서 트롬본, 클라리넷, 피리를 불며 기념관으로 걸어오는 악사들이 보였다. 그 때 실내에서도 색소폰 소리가 새 나왔다. 불협화음이다. 스크린 속 악사들이 기념관으로 들어왔고 10종의 동서양 악기가 부조화의 조화 속에 귓전을 울렸다.

백남준과 막역한 사이였던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축사에서 “평생 바람처럼 온 세계를 돌아다녔던 그는 무엇을 남기는 것을 싫어했지만, 멀리 나는 새는 반드시 둥지가 있는 법이기에 그의 둥지는 자신의 조국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창신동에 자신의 둥지를 틀어준 것에 대해 백남준이 고마워할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피아노 부수기, 영상으로 대체한 돼지머리 고사 등의 공연 이어져

축하 공연으로 백남준의 피아노 부수기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백남준은 1958년 독일 뮌헨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5분 동안 아무것도 치지 않는 음악을 만들었던 존 케이지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듬해 1959년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경의’라는 제목으로 피아노 부수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격식이 필요하다고 인식되던 피아노를 부숨으로써 피아노의 한계를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대식 퍼포먼스는 액운을 없애고 행운을 비는 고사 퍼포먼스로 갈무리 됐다. 피아노를 치우자 뒤쪽 상자가 펼쳐지며 고사상으로 바뀌었다. 고사상 돼지머리는 영상으로 대체해 비디오 아트 정신을 살렸다.

액운을 없애고 행운을 비는 고사 퍼포먼스. 고사상 돼지머리는 영상으로 대체했다. ⓒ박기완

액운을 없애고 행운을 비는 고사 퍼포먼스. 고사상 돼지머리는 영상으로 대체했다.

기념관은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고, 30~40년대 종로와 동대문 일대의 문화 기억을 되살리는 상설전을 11월부터 연다. 기념관은 주민 활동 공간도 마련해 단순히 구경하는 기념관이 아닌 시민이 좀 더 가까이서 백남준과 소통하는 사랑방으로 꾸며진다.

※ 이 기사는 청년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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