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보도를 걷다가 잠시, 멈추다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6.07.22. 14:50

수정일 2016.07.22. 15:29

조회 790

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

지하로 내려온 예술 G:HA Culture - 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

서울의 지하보도에 예술의 향기가 짙어졌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사이의 지하보도 벽면에 조성된 전시공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박한 모습을 한 이곳은 을지로 아뜨리愛 갤러리이다.

예술작품은 근사한 갤러리에서만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주는 공간이다.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연중 수준 높은 작품들을 전시하여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 작가나 단체를 대상으로 무료 대관을 통해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곳에 전시된 것도 예술품이야?”

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 앞으로 지나가던 한 시민이 무심코 던진 말이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빠르게 갤러리를 지나쳐가고 만다. 예술이 너무 가까이 다가온 데 대한 낯설음의 표현일 것이다. 그 와중에도 작품을 유심히 쳐다보는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새 작품들이 바뀌었네.”라며 혼잣말을 하는 시민 옆에 조용히 다가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 작가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잖아요. 자폐 장애인들이 그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그림들을 보며 내가 그동안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매달 작품들이 바뀌나봐요?”

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에서 만난 시민 윤정림(홍은동, 51세) 씨의 말을 들으며 문득 ‘이런 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조용히 걷고 싶을 때 종종 이 길을 따라 걸어요. 바깥은 차소리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 전화벨 소리도 못 들을 때가 많거든요. 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인지 지상에서 길을 걸으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져 주변을 둘러 볼 여유를 못 느끼잖아요.”

지하보도를 따라 걷다보면 심리적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요즘은 갤러리 작품 구경하는 재미에 지상으로 걸을 일도 일부러 이곳을 따라 걷게 된다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전시해 달라고 당부를 한다. “예술이 별건가요.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면 그게 예술 아닌가요.”라는 뒷말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가 시민들 사이에도 조금씩 입소문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인근 지하상가 내 상인들에 따르면, 갤러리 작품들에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작품을 감상하는 시민들이 꽤 있다고 한다. 갤러리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분위기도 한층 밝아진 듯하다.

이곳이 ‘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라는 이름을 갖고 본격적으로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이다. 그동안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시회를 마련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도 매달 새로운 전시회가 개최되어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벽면을 활용해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작품을 의식한 듯 벽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걷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러 벽쪽으로 붙어서 걸으며 작품에 눈을 주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

이곳에 전시되는 작품들의 수준도 그냥 지나치기 아까울 정도로 높다.

지난 2월에는 ‘서울역 고가, 만화로 산책하다’ 전시회를 개최해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박재동, 박인호 화백 등 23명의 만화가들이 서울역 일대의 역사, 풍경, 삶을 50여 점의 만화작품으로 살려내었는데 이를 통해 서울역 일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로 호평받았다.

3월에는 청년 신진작가들이 참여한 ‘새봄맞이 특별기획 전시회’를 개최했다. 류재훈, 이도원, 지형섭 등 3명의 신진작가가 참여해 캘리그라피와 그래피티 아트기법으로 ‘청년들의 봄 이야기’를 다양하게 표현해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상당히 신선한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4월에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서 자폐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수준 높은 작품들을 통해 장애인들의 예술적 재능,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자 한 전시였다. 5~6월에는 시민작가 또는 단체에 전시 기회를 제공했다.

청년들의 이야기 스케치

현재는 8월 7일까지 ‘청년들의 이야기 스케치’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김은수, 노은지, 박옥희, 신정원, 안병수, 이보람, 차해영, 페트라 푸찰리코바 등 8명의 신진작가가 참여해 ‘서로 이야기’, ‘상상의 나래’, ‘또 다른 생각’, ‘세상 바라봄’ 이라는 네가지 주제와 관련된 사진 및 일러스트레이션, 회화 작품 총 89점을 선보인다.

하반기에도 여성 만화작가들이 참여한 민화전을 비롯하여 신진작가들이 선보이는 기획전시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글_이슬비

출처_G:HA[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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