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영롱해"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뮤지엄 속 놀이공간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34) 알록알록(Alok-alok)한 놀이풍경 박물관, 미술관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그 공간들을 가장 많이 찾는 관람객은 어린이들이다. 성장하여 스스로 어디를 갈 수 있는 선택권과 시간과 경제력이 생겼을 때 이용자들은 꼭 박물관,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입소문을 탄 맛집이나 소셜 미디어에 자주 보이는 카페나 골목, 자신이 좋아하는 산이나 취미 공간 등을 찾아갈 수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여유가 없어서 박물관, 미술관을 찾아가기 어려운 경우는 더욱 많다.그 다음 많이 찾는 관람객은 아이를 가진 보호자들이다. 박물관, 미술관과 다소 동떨어진 생활을 해 오다가도 아이를 위해서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그 공간들을 찾는다. 그러면서 이들은 어릴 땐 몰랐던 사실들과 내용들을 전시에서 보고, 같이 체험한다. 아이를 위해서 오게 됐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보다 더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다. 사실은 아이가 보호자을 위해 그런 기회를 줬을지도 모른다.또한 박물관, 미술관은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시의 내용, 방식, 디자인, 공간도 달라졌을 것이다. ‘분명 내가 어렸을 때와 같은 장소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다르네?’라고 느낄 곳도, 새롭게 만들어진 곳들도 많아졌다. 그만큼 콘텐츠도 풍성해졌고, 관람객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해 이 분야의 학예연구진, 디자이너 등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건축가가 만드는 뮤지엄 놀이풍경 그런 박물관, 미술관의 공간 발전에 건축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뮤지엄 건축 자체뿐 아니라 전시나 행사를 위한 공간, 작품으로서의 설치물, 임시적 구조물인 파빌리온 등에서 박물관, 미술관은 건축가와의 협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거기에 더해 뮤지엄 내 놀이터나 도서관, 휴게공간을 설계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주 관람객인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간 교육을 건축가에게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주변의 맥락을 읽고 공간을 설계하며 사람들의 공간적 경험을 잇는데 훈련이 돼 있는 건축가들은 박물관, 미술관의 풍부해진 콘텐츠만큼이나 공간을 새롭게 다가가게 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뮤지엄의 놀이풍경은 동네와 학교의 일반적인 놀이터와는 다른 점이 있다. 놀이풍경이 놓이는 해당 박물관 혹은 미술관의 환경과 어울려야 하는 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시에서의 관람객 경험이 이어지면서 또 다른 전시 체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내부에서의 전시에 흥미를 유도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매일 같이 만나는 장소가 아닌 특별한 날의 특별한 기억 장소가 박물관, 미술관일 텐데 어린이들에게 그 기억의 시퀀스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문득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알록알록 놀이풍경’ 국립민속박물관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경복궁 경내에 있기에 많은 관람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이곳의 전시는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특별하기도 해서 계속 찾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한쪽에 있는 어린이박물관 또한 알찬 전시가 이어져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는 다양한 어린이 활동 공간이 있는데, 본관과 교육관 사이에 위치한 외부 놀이터는 내부 전시의 발전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예연구진의 노력으로 이 장소에 새로운 놀이풍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자문회의가 지난봄에 있었고, 결국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놀이풍경이자 전시 체험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됐다. 이 놀이풍경을 위해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뮤지엄 건축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의 서민우 건축가와 다양한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의 공간 시공을 해온 주성디자인랩, 그리고 국립민속박물관의 학예연구사들이 매주 머리를 맞대고 발전시켰다. 마침 개편을 맞는 내부 전시와 연계해 ‘빛’, ‘그림자’, ‘컬러’를 주된 놀이공간의 요소로 정하고 그와 함께 특별한 경험이 놀이가 되도록 계획했다. 처음 이 외부 공간을 계획하면서 기존의 놀이터와는 다르게 심플하면서도 우아하게 주변과 관계를 맺게 하고자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고건축 지붕형상과 그 뒤에 있는 북악산을 비롯한 서울의 산세도 영감의 요소가 됐다. 또한 다소 숨어있는 장소의 특성상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발견했을 때 놀라움에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 있는 경험도 고려했다. 그래서 주로 사용한 요소는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색을 반사하면서도 투과되는 오로라 필름을 부착한 유리와 그물, 그리고 탄성 코르크칩 바닥이다.
놀이풍경에 하늘과 햇빛을 담다 알록알록 놀이풍경에서는 빛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지붕과 바닥에 쓰인 오로라 필름은 하늘을 다른 색으로 담고 그것을 다시 바닥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으로 투영시킨다. 옆면에 쓰인 필름은 안쪽이 잘 보일 수 있게 투과돼 보이면서도 시선의 각도에 따라서 주변을 다양한 색으로 반사시키는 효과가 있어 신비함을 자아낼 뿐 아니라 놀이의 요소가 되고 있다. 바닥의 탄성 코르크칩은 일반적인 탄성고무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안정감을 주고, 구조체의 기둥을 감싸며 언덕이 조성돼 아이들의 놀이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 바닥 위의 그물은 안전 로프로 지지가 되며, 입체적인 각도를 가지고 있어 어린이들의 활발한 신체반응을 일으킨다. 바닥과 그물은 원형계단과 주변의 경사로, 계단 등으로 다양하게 연결돼 크지 않은 공간에 다채로운 놀이 동선을 확보하게 됐다. 그물은 그 위에서 노는 것도 떠 있는 것 같이 느껴져 재미있지만, 그 아래 공간이 투과돼 보이고,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서 어린이들에게 하늘이 보이게 함으로써 시선의 다름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이 놀이풍경의 중요한 점은 같은 장소를 다양한 시점에서 경험하며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래야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조금이라도 더 다양해질 수 있으니까.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함께 찾는 보호자들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놀고 어른들은 단지 앉아서 휴대폰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빛과 컬러의 체험을 통해 특별한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이 알록알록 놀이풍경의 역할이기도 하다.
반사와 투영을 이용한 전시
이러한 오로라 필름을 타 전시에서 사용한 적이 있다. 약 3년 전 코로나가 한창일 때 파주 헤이리의 블루메미술관에서는 ‘집에서 집으로’라는 감염병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집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전시를 기획했고,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은 작가이자 전시장 전체를 디자인하는 역할로 초대가 돼 이 필름을 이용한 벽을 선보였다. 대조적 재료인 목재와 함께 어울리며 물리적 구분과 시각적 연결이 함께 이뤄지면서도 빛과 컬러를 전달하는 이 재료에 대한 경험이 이번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알록알록 놀이풍경에 더욱 발전돼 적용됐다. 이 놀이풍경에서 어린이들의 새로운 경험이 알록알록 빛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