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시장, 중소기업 육성 위해 삼성, 현대에 맞서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박 시장의 이같은 행보는 높은 청년 실업률과 저성장의 시기에, 한국의 침체된 경제 활성화를 둘러싼 폭넓은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박 시장은 현대적인 서울 시청 청사에서 한국의 거대기업 ‘재벌’의 한국 경제 지배에 대한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재벌이 ‘한국 기적의 동력’으로써 활력을 잃었다고 본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같은 시각에 공감하지만, 한편에서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비웃음을 사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세계시장 경쟁에서 중소기업들이 주요 재벌이 갖고 있는 견인력과 모멘텀을 갖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주요 재벌로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같은 기업왕국을 꼽을 수 있다. 이 ‘4대 재벌’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한다. 그러나 올해 중국 경제가 6.7% 성장하는 동안, 한국 경제 성장률이 2.7%에 머물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누구도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에 이의를 제기하진 않지만, 재벌그룹에 속하지 않으면서 세계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은 없는 것인가?

하태경 의원(부산해운대구 甲)은 “중국 경제와 경쟁이 가능한 산업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부산은 국내 2위 도시이며 최대 항구다. “정부 정책을 통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아무리 중소기업을 지원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10%에 육박하는 한국 청년(15∼29세) 실업률에 대처하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제프 존스 변호사는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박 시장은 청년들이 갈수록 뚫기 어려워지고 있는 취업시장에 직면한 가운데,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전국의 청년들이 서울로 몰려든다”면서 이는 “몇 년 안에 4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말했다. 이는 성공적인 빌 클린턴의 1992년 대선 캠페인 당시 유명한 슬로건을 차용한 것이다. “서울시의 경제는 한국 경제의 영향 아래 있다. 한국 경제는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취업난과 저성장의 근저에는 한국인들이 충분히 국내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 현실이 깔려 있다. 존스는 “사람들이 필요한 수준만큼 소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재벌 모두 생존 문제에 직면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고전하는 반면, “재벌은 해외에 거대한 시장이 있다.”

박 시장이 뒤집으려는 것이 바로 이 같은 패턴이다. 그는 서울을 ‘경제민주화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민주화 도시’에서 중소기업은 재벌의 그늘에서도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전이 그를 “한국 사회에서 진보”로 만든다면, 유럽에서는 “중도 보수”로 평가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반독점 정책을 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러한 정책들이 정말로 스타트업에 도움을 준다.”

박 시장은 이달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 이같은 캠페인을 펼쳤다. 그곳에서 투자 유치 및 미국 시장 진출이 무르익은 한국 기업 10곳을 세일즈하는 ‘데모데이’를 갖고 서울을 홍보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최고위 선출직 공무원인 박 시장은 “우리 사회의 격차 해소는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톰 피낸스키 변호사는 삼성제국을 이 같은 문제의 전형으로 간주했다. 또한 삼성그룹이 한국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정도의 방대한 규모의 복잡한 현대 국가 경제에서 한 기업의 비중이 나라 전체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국가의 이익 최대화를 위해, 이러한 특별한 상황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피낸스키 변호사는 “중소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세계로 진출할 수 있으며, 그러한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재벌들에게 밀려나지 않는, 성공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어떻게 창업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 설립자로서, 참여연대 시절부터 가까이에서 재벌들을 관찰해왔다. 참여연대는 시민단체로 한국 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서들을 자주 내놓았다. “한국의 10대 기업들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그는 지적했다. “더 강력하고 실질적인 정책들이 시행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정확히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중소기업들이 한국 경제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해야할 것”이라고 톰 코이너는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을 상대로 활동해온 경제 컨설턴트다. “한국 경제는 비교적 소수의 재벌 기업들한테 위험할 정도로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더 균형 잡힌 경제로 전환을 어떻게 이행해 나가는가”다. 일례로 재벌은 “시장 전체의 상품 분배를 직간접적으로 통제한다. 따라서 대안적 유통 채널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유통업체들이 소매업체들에게 보복을 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이너는 넘기 어려운 걸림돌을 제기했다.

“현 유통업체들에게 중소기업 제품을 공정하게 유통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재벌 공급자들의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지나친 요구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위험회피적인 은행들의 자금에 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 은행들은 재벌에게는 은혜를 입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동시에 “재벌과 중소기업들 간의 상품 및 서비스 구매계약의 경우, 재벌이 대금 지급 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꿔서 중소기업의 단물을 빨아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기업의 갑질 때문에 영세업체들이 파산하게 될 경우, 갑질하는 재벌과 거래 계약을 체결할 절박한 중소기업은 늘 존재할 것”이라고 코이너 컨설턴트는 말했다.

박 시장은 진지한 개혁은 “중앙정부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시장과 한국의 보수적인 박근혜 대통령 간의 차이는 정도의 문제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재벌그룹 계열사들을 서로 묶는 순환출자 해소에 소극적이다. 재벌은 창립자의 후계자에 의해 지배된다.

“일각에서는 나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용적인 접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박 시장은 말했다. “주요한 이슈는 우리가 성장 엔진을 어떻게 다시 가동시킬 것인가이다. 재벌은 짐이다.”

그 모든 재벌기업들, 수많은 은행, 금융사 등의 빛나는 고층의 사옥들이 들어선 빌딩 숲 가운데서, 박 시장은 개혁을 위해서는 협력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한국의 경제 중심지”라고 그는 강조했다. “서울은 중앙정부와 한국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서울은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전통적인 재벌은 물론 스타트업 모두에게, 서울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어 왔음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서울은 “관광도시”이자 “R&D 도시”로, 서울에는 65개 대학들이 몰려있고 “많은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추진 중인 R&D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세워져 있다고 박 시장은 말했다. “지난해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8억 달러를 유치했다. 서울의 경제는 역동적이다. 우리는 서울이라는 정체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