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으로 범벅돼도 묵묵히 땀 흘리는 수해복구 현장의 영웅들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2.08.16. 15:00

수정일 2022.08.16. 14:44

조회 2,524

수해복구가 한창인 동작구 상도3동 성대시장
수해복구가 한창인 동작구 상도3동 성대시장 ©조수연

지난 8월 8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100mm 넘는 역대 최악의 폭우로 인해 서초구와 동작구, 관악구 일대가 물에 잠겼고, 도림천이 범람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남겼다.

비가 그친 뒤, 마주한 참혹하게 변한 삶의 터전. 서울시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수해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인근 수도방위사령부에서도 수해복구를 위한 대민지원에 나서고 있고, 행정안전부도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는 등 수해복구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탓에,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족한 일손은 고맙게도 자원봉사가 돕고 있다. 특히,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다양해지는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난 7월 조직한 ‘바로봉사단’이 그 중심에 있다. 바로봉사단은 재난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현장에 달려가 환경 복구, 피해 주민 일상 회복 지원, 전문 건설 지원, 현장 활동 지원 등 복구 관련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다.
골목 한쪽에는 수해로 인한 생활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골목 한쪽에는 수해로 인한 생활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조수연

대학생부터 한의사, 기술인, 지역활동가, 수상인명구조사, 주부 등 서울시 각 동 자원봉사캠프장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로 구성된 바로봉사단이 있다. 바로봉사단은 수해 직후부터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는데, 8월 12일, 시장 전체가 수해를 입은 상도3동 성대시장 일대의 자원봉사 현장에 함께 동행했다.
포크레인이 생활폐기물을 걷어내고 있다.
포크레인이 생활폐기물을 걷어내고 있다. ©조수연

상도3동 성대시장 일대는 수해복구가 한창이었는데, 현장은 참혹했다. 곳곳에는 쓰레기와 폐기물이 가득했고, 중장비로 폐기물을 옮기고 있었다. 지하 1층에 있는 만화카페는 만화책이 모두 잠겼는데, 군부대가 투입돼 책을 꺼내고 있었다.
인근 52사단에서 대민지원을 나왔다.
인근 52사단에서 대민지원을 나왔다. ©조수연

피해상황이 심각해 현장은 경찰에 의해 통제됐고, 날이 밝자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상도3동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자원봉사자는 다양했다. 1365 자원봉사포털를 통해 모집된 자원봉사자, 인근 동에서 지원한 자원봉사자,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바로봉사단, 상도3동 주민센터에서 모집한 자원봉사자 등이 있었다. 서로 모집한 곳은 다르지만, ‘수해복구’를 위한 간절한 마음은 같았다.

폭우로 침수된 도로와 건물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하자 복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의 손발이 바빠졌다. 이날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맡았던 서울시자원봉사센터 한도헌 팀장은 “깨진 유리와 감전 등 2차 사고의 위험성이 있으니 반드시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해복구 현장으로 향하는 자원봉사자들
수해복구 현장으로 향하는 자원봉사자들 ©조수연

자원봉사자는 4~5명으로 조를 나누어, 성대시장 상인회와 인근 주민이 수해복구를 요청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장화를 신기도 했고, 목장갑과 빗자루를 들고 지하에 있는 흙먼지를 털어냈다.

폐기물이 된 옷가지와 기기 등을 옮기기도 했다. 지하에 있는 경우에는 가파른 계단이 많아 상인 혼자 쓰레기를 옮기기가 쉽지 않은데,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조금씩 정상으로 되돌려 놓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빠른 복구를 바라는 마음에, 자원봉사자 옷에 흙탕물이 튀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땀방울을 흘리면서, 생활폐기물을 1층으로 올리는 자원봉사자
땀방울을 흘리면서, 생활폐기물을 1층으로 올리는 자원봉사자 ©조수연

자원봉사자들은 연휴를 포기하거나, 연차까지 사용하면서 토요일 아침에 모였다. 주말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을 텐데, 이들은 ‘휴가’보다 ‘이웃’이 먼저였고, 뉴스에서 본 수해 소식에 나 혼자만 휴가를 즐길 수 없었다며, 예정된 여행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바로 이웃한 동네인 상도4동에 거주하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는 지역주민이라 누구보다 수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복구에 힘을 보태고 싶어 신청했다고 했다. 주말에 쉬지 않는 회사라 자원봉사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연차를 사용했다고 했다.
연휴를 포기하고, 연차까지 사용하면서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에 나선 시민들
연휴를 포기하고, 연차까지 사용하면서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에 나선 시민들 ©조수연

그는 “현장이 생각보다 참담해서 숙연해진다”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음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직 너무 많다”고 전했다. 덧붙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으니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묵묵히 노래방에 쌓인 폐기물을 들고 날랐던 자원봉사자는 노래방의 수해복구가 끝나자,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다른 수해복구 현장으로 떠났다.
자원봉사자들이 빗자루로 흙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빗자루로 흙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조수연

성대시장은 특히 지하에 있는 가게 대부분이 침수돼 피해가 심각했다. 이에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바로봉사단도 지하에 있는 가게에서 수해복구를 도왔다. 쓰레기를 줍고, 진흙을 포대에 담았다. 물 묻은 진흙은 꽤 무거웠는데, 물과 함께 1층으로 나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여성 자원봉사자들도 힘을 보탰다. 빗자루를 들고 쉴 새 없이 쓸었다. 벽에 붙어있는 흙먼지를 털어내고, 쓰레받기로 진흙을 담았다. 봉사활동에는 남녀노소가 없었다. 모두들 ‘빨리 복구해야겠다’는 마음만 있었다.
아직 빼내지 못한 물을 가득 들고 나온다.
아직 빼내지 못한 물을 가득 들고 나온다. ©조수연
자원봉사자들이 집 안팎을 쉴 새 없이 드나들며 폐기물을 치우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집 안팎을 쉴 새 없이 드나들며 폐기물을 치우고 있다. ©조수연

서대문구에서 온 김정숙 자원봉사자는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조금이라도 힘이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휴가를 반납하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또한, “제 식구들 같은 분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서 슬프다”며 “시간을 조금씩 내셔서 도움의 손길에 조금씩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쓰레받기로 진흙을 담고 있는 모습
쓰레받기로 진흙을 담고 있는 모습 ©조수연
진흙을 포대에 담아 버리고 있는 모습
진흙을 포대에 담아 버리고 있는 모습 ©조수연

서울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인 '나눔과 봉사단'의 장광섭 회장도 수해복구 현장에서 땀방울을 흘렸다. 장광섭 회장은 평일은 서울시 실·국별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는데, 연휴라 지원 인력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동작구 자원봉사센터, 상도3동 주민센터와 협의해 지난 11일부터 수해복구 현장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광섭 회장도 역시 수많은 시민이 자원봉사에 동참했으면 좋겠고, 빨리 수해로부터 복구해 일상생활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나눔과 봉사단의 장광섭 회장과 자원봉사자들
나눔과 봉사단의 장광섭 회장과 자원봉사자들 ©조수연

수해복구와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해 공무원, 군인, 경찰,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한 명 한 명의 일손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수해복구 현장에서 묵묵히 봉사하고 있는 시민 영웅들. 아직 우리에겐 더 많은 시민 영웅이 필요하다.
수인성 질병 예방을 위해 소독을 시행하고 있다.
수인성 질병 예방을 위해 소독을 시행하고 있다. ©조수연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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