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선택도 원전이 아니라 안전이어야"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6.11.01. 16:17

수정일 2016.11.01. 17:17

조회 1,747

박원순 서울시장 특별연설

2016 서울국제에너지컨퍼런스 서울시장 환영사 전문

네 번째 열린 서울국제에너지컨퍼런스에 참여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함께 해주신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 여러분, 환영합니다. 매년 서울에 오셔서 ‘원전하나줄이기’에 힘을 더해주시는 국제에너지자문단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전 세계 기온이 0.85℃ 오를 때, 한반도 기온은 1.7℃ 상승했습니다. 한국은 올해 찜통 같은 폭염과 지진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을 경험했습니다. 폭염으로 수천 명의 시민께서 해를 입었고, 경주 일원과 울산지역에서는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강력한 태풍 피해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폭염, 지진, 태풍 모두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에너지 프로슈머의 시대 : 에너지 민주주의와 시민성’을 논하는 이번 컨퍼런스는 대한민국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세계 석학들이 한 목소리로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기후변화 시대에 폭염, 한파, 태풍, 홍수는 ‘예외’가 아니라,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입니다. 3일 후에 발효될 파리협정은 세계가 화석에너지 시대에서 재생에너지 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인류가 선택한 화석에너지의 편리가,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로 돌아왔습니다. 인류가 훼손한 자연의 주기가 인류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아직도 화석에너지와 원전 중심 사고에 갇혀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종착역은 결국 문명의 파국입니다. 전 세계 인류가 만들어놓은 기후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전 세계 인류의 연대와 협력뿐입니다. 우리의 선택도 원전이 아니라 안전이어야 합니다.

저는 안전한 탈핵사회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지진지역 원전은 가동을 중단하고, 안전을 점검해야 합니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 일원에 12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이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여진이 400여 차례 지속됐고, 경주시민들은 극도의 불안을 토로하십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습니다. 지금이라도 원전 가동을 한시적으로 멈추고 활성단층 분포와 원전의 안전성을 정밀조사 해야 합니다.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진 발생지대에 원전건설은 자폭입니다. 반드시 중단해야 합니다. 세계의 흐름을 살펴보십시오. 독일에 이어 대만도 ‘2025년 원자력 발전 제로(0)’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둘째, 신규원전은 건설을 멈춰야 하며, 노후원전 또한 수명연장을 멈춰야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원전을 짓지 않는 일이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지난해 독일은 원전이 14.1%의 전기를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는 두 배가 넘는 30%를 생산했습니다. 얼마 전, 독일 상원은 디젤과 가솔린으로 달리는 자동차 판매를 2030년에 금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BMW,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는 전기자동차에 공급할 전기를 태양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해 솔라시티를 인수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세계는 에너지기술과 IT 기술의 융합으로 에너지서비스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의 이용을 확대하는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은 2012년 4월, 원전하나줄이기를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원전 1기 분량의 200만 TOE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이 서울의 전력자립율을 2011년 2.9%에서 2015년 5.5%로 올렸습니다. 2015년부터는 원전하나줄이기 2단계 ‘에너지살림 도시 서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2020년까지 원전 2기에 해당하는 400만 TOE를 줄이고, 온실가스도 1000만톤을 줄이는데 도전합니다.

그러나 원전하나줄이기의 성과는 단순히 수치가 아닙니다. 원전하나줄이기는 ‘지역 상생’의 가치를 이루는 연대와 협력의 힘을 증명해냈습니다. 서울시민들은 송전탑 건설로 고통 받는 밀양과 청도의 주민들, 체내에서 검출된 삼중수소로 이주를 요구하는 경주 나아리 주민들, 갑상선암으로 한수원과 소송중인 고리원전 주변지역 주민들,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당진 주민들을 기억합니다. 서울은 에너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훨씬 많은 대도시로, 이웃 지역 시민들의 고통에 뒷짐 지고 있을 수 없습니다. 서울은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야 할 책임감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다른 지역의 고통과 희생에 연대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의 전력자립률을 높이는 것은 발전소와 송전탑으로 고통 받는 이웃들의 희생을 덜고, 서울시민의 안전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경주, 울산, 부산 시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은 그 분들만의 몫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함께 걱정하고, 연대하며 안전을 찾아야 합니다.

서울이 도시와 도시의 연대를 잇고, 시민과 시민의 협력을 연결하는 허브가 되겠습니다. 특정 지역의 희생을 지역 간 상생으로 전환시키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은 경기도, 충남, 제주와 화석에너지와 원전을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고, 에너지 분권을 위해 지자체에 정책수립 권한과 예산을 부여해야한다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서울시를 포함한 4개 광역지자체들이 목표를 달성하고, 지역에너지정책이 확산되면 정부가 2029년까지 원전 13기를 짓기로 한 계획은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은 오늘 오후에도 원전 건설 반대라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천한 삼척시와 신재생에너지 협력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합니다. 나아가 연내 출범하는 서울에너지공사의 공공투자나 지역상생기금 설립으로 지역 간 신재생에너지 협력사업을 본격화할 것입니다. 기후변화대응의 ‘뉴 노멀’은 연대와 협력입니다.

셋째, 전국 모든 가구에 햇빛나무를 가꾸는 ‘1가구 1태양광 정책’을 제안합니다.

함께 가면 길이 되고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직접 설치가 어려운 가구는 태양광국민펀드에 투자하면 ‘1가구 1태양광’은 10년 내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작년에 큰 성공을 거두었던 서울시의 ‘태양광시민펀드’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됩니다.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위기에 처한 때일수록, 인류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 때 문명이 지속가능합니다. 서울시민들께서 지난 4년 동안 그 힘을 보여주셨습니다. 서울시민들께서는 에너지 프로슈머를 넘어 에너지절약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에너지 쉐어러’로 진화하고 계십니다. 서울에는 아파트 경비실에 태양광을 설치해 냉방을 하고, 에너지 슈퍼마켓을 만들어 운영하는 시민들이 계십니다. 공용전기요금을 아껴 경비원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스스로 적립한 에코마일리지를 에너지시민복지기금에 기부하는 시민들이 계십니다. 서울의 새로운 에너지는 시민입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은 국내에서 소비하는 전력량의 2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훌륭한 기술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단지 선택하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위험한 에너지에서 안전한 에너지로, 해로운 에너지에서 건강한 에너지로, 중앙집중형에서 지역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연결합시다.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이 길을 만들고, 꿈을 현실로 만듭니다. 오늘 컨퍼런스 역시, 그 중 하나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에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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