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 아저씨의 특별한 장애인 사랑

시민기자 박동현

Visit802 Date2014.04.16 00:00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가지라며 `화이팅`을 외친 김수복 씨

[서울톡톡] 주말 동작구 소재 보라매공원에 나들이를 갔다가 장애인의 날 현수막이 내걸린 것을 봤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더불어 행복한 사회-우리의 편견으로부터 장애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공원 내에 위치한 서울시립남부장애인복지관과 바로 옆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에서 내건 현수막이다. 그런데 이들 복지관 정문 안에서 포장마차에 물건을 진열해 놓고 공원나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장애인들과 무슨 연유라도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김수복 씨와 얘기를 나누며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정문에 붙은 현수막 문구를 계속 곱씹었다

예감은 들어맞았다. 주말마다 이곳에서 물건을 판다는 김수복 씨(49). 처음엔 서로 낯선 터라 말문을 잘 안 열더니 금세 구수한 입담이 시작됐다.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지 20여 년이 훌쩍 지났단다.

김 씨는 시립 모 소년의 집 출신이다. 부모 없이 자란 그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모두 지나간 추억이다. 어릴 때부터 고아원에서 생활을 했다. “어릴 때부터 초·중·고등학교를 기관의 도움으로 공부하여 졸업했고 취직도 했다. 성인이 돼 기관을 나왔지만 지금까지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받은 사랑이 너무나 컸다. 늘 가슴 속 뭉클한 그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 중에도 도움을 주신 분들께 서슴없이 ‘내 어머니, 내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리하여 시작한 일이 장애인 후원과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손발이 되는 일이었다. 장사를 하면서부터 시작한 일인데, 이 역시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포장마차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건은 번데기, 소라, 커피, 컵라면, 컵우동, 감자튀김, 쥐포, 차, 음료, 생수 등 야외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들로 종일 팔아봐야 큰 돈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생활비 외는 거의 장애인을 돕는데 기부한다.

손님이 물건을 살 때 그냥 집어 먹어보라 말하는 김수복 씨

김 씨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부한다. 장애인을 도우고, 복지시설에서는 더 좋은 휠체어나 시설을 보강하고, 교사 월급도 줄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육신이 멀쩡하니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다. 눈이 성하니 무엇이든지 볼 수 있다. 장애인은 가고 싶어도 남이 발이 돼주지 않으면 못 간다. 볼 수 없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말한다.

또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교통사고 등으로 후천적으로 장애를 겪는 이들도 많다. 그분들을 볼 때면 안쓰럽다. 나 역시 어느 세월에 저들처럼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뭐든지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이곳은 장애인 재활교육을 하고 있는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지적장애인의 치료 및 사회재활교육을 하고 있는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이 함께 있어 장애인들이 많이 드나든다. 이들 중 김 씨를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푸짐한 사랑과 항상 웃음으로 대하는 김 씨는 이들 모두의 말동무 상대다.

언제나 포근한 말동무가 되어주는 김수복 씨 곁에는 장애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김 씨는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휠체어 체험, 용변 받는 법,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는 방법까지 교육으로 체험으로 모두 배우고 익혔다. “장애인을 엎어서 5층까지 오르내리고 나면 온몸에서 땀이 나고 힘이 빠진다. 그래도 즐겁다. 대소변받기, 기저귀 갈기 이런 일은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못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걷지 못하고 보지 못한다. 나는 손발이 성하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않은가”고 반문한다. 꽃동네로 매년 2회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한단다.

그는 길을 가다가 휠체어를 타고 가는 장애인을 만나면 달려가 짝꿍이 되어준다. 그의 가슴 속 뭉클한 사랑이 장애인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용기로 승화되는 것 같다.

김수복 씨 리어카에 붙은 노란 바람개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봄바람에 실려 날려보자,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전경, 봄꽃처럼 항상 희망이 가득했으면 한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마지막으로 김 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깔아놓은 보도블럭이 오래되어 훼손되거나 요철이 사라지고, 잘못 설치한 경우도 볼 수 있는데, 관리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일반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잘못된 편견이 가장 어렵게 한다. 장애인의 날 일회성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었으면 한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내가 받은 사랑을 장애인들에게 다 돌려줄 것이다”라고 힘줘 말하는 김 씨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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