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극복한 국내 1호 호텔리어

시민기자 김영옥

Visit872 Date2013.11.28 00:00

호텥리어 이상혁 씨


[서울톡톡] “안녕하세요.”


밝게 인사하는 이상혁 씨를 만난 건 소공동 플라자호텔 세탁실에서였다. 작업대 앞에서 세탁·건조된 수건을 개고 있던 그는 동료들과 더불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적장애 3급인 이상혁 씨(24세)는 특1급 호텔인 플라자호텔 객실팀에서 11월부터 정규직 호텔리어로 당당하게 일하고 있다.


“제가 하는 일은 세탁된 수건을 대형 건조기에 넣고 버튼을 눌러서 다 건조되면 꺼내서 5개, 30개, 50개씩 묶어서 카트에 담아 밖에 내 놓는 일입니다. 앞치마도 같은 과정을 거쳐 20개씩 묶어서 큰 통에 담아서 내놓습니다. 처음 일을 배울 때는 어렵게 생각했는데 막상 해 보니 어렵지 않았어요. 모르는 부분은 선배들에게 물어서 기억해 두었다가 일하곤 합니다.”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수습기간을 거치며 일을 익혔던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정확하게 또박또박 설명하고 있었다. ‘중증장애 극복하고 서울 유명 호텔 호텔리어로 취업에 성공’이라는 그의 특수한 이력에 세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장애인이 취업을 한다는 건 일반인들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어요


발달장애가 무색하게도 그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일반학교에서 일반 학생들과 공부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엔 경복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고 싶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복지관을 통해 대형 햄버거업체 매장에 취업을 할 수 있었지만 형광등 교체, 주차장과 화장실 청소 등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허드렛일이었다. 쓰레기를 치우다 유리조각에 베인 적도 있고, 추운 겨울 주차장 청소를 할 때는 너무 추워 점퍼와 손 장갑을 몇 겹씩이나 껴입어야만 했다. 2년 반 동안 근무한 그는 주사기 만드는 중소기업에 다시 취업을 하게 됐지만 몇 개월 만에 회사가 안산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그만 두었다. 잦은 이직과 취업난의 고충 속에 선망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취업박랍회에 찾아다니며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구직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일자리 주선 사업을 통해 지난 8월 플라자호텔에 호텔리어로 근무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를 극복하고 호텔리어가 된 첫 사례가 됐다.


“성실하게 잘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에 비해 수건 개는 속도가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70%이상 좁혀졌어요. 처음보다 20%이상 향상 됐고, 3개월간 지켜본 결과 이 일을 수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성격도 워낙 밝고 사람들에게 모두 깍듯합니다.”(김치영 주임)


간혹 실수도 있었지만 워낙 성실해 동료들의 믿음을 사다


그의 출근 시간은 8시 30분. 하지만 하계동 집을 출발해 플라자호텔까지 늘 출근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8시에서 8시 5분쯤이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중한 직장에 대한 고마움은 미리미리 일을 시작하려는 그의 마음 씀씀이에서 엿보였다.


“일을 배우는 것도 운동을 배우는 것과 같았습니다. 제 스스로 분발하고 단련하는 것이 운동 배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 종일 서서 일하기 때문에 다리가 많이 아플 때도 있지만 그는 등산과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기도 한다.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과 수락산에 오르기도 하고 배드민턴, 태권도, 인라인스케이트, 우슈(중궁전통무술) 등 운동도 열심히 한다.


또한 그는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단다. 특히 역사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고.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는 그가 즐겨 읽는 책이다. 한옥과 초가집, 사찰의 잘 만들어진 법당 내부를 살펴보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그는 유교수가 문화재청장시절 많은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남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잘 하기 위해 연습한 적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호텔리어로 근무를 하면서 언론사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연습을 꾸준히 하니 자연스럽게 잘하게 돼서 스스로 대견했다고 한다. 플라자호텔 입사 면접에서는 ‘화가 났을 때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가’라는 질문에 등산과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해 후한 점수를 따기도 했다.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일을 하려는 의지가 남다른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발달장애의 어떤 모습도 전혀 보이질 않았다. ‘제 자신을 위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그의 말처럼, ‘선배 지배인처럼 훌륭한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그의 각오처럼 그의 오늘과 그의 내일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 서울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장애인 희망 프로젝트, 장애인 호텔리어 되다’를 시범시행했다. 공단은 장애인 고용 관련 전문 컨설팅을 통해 장애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직무를 발굴하고, 서울시는 한국장애인공단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함께 ‘장애인 호텔리어 고용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상혁 씨를 포함한 7명의 장애인들이 플라자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채용됐다. 플라자호텔의 결단도 이번 결실을 맺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회의 편견과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하는 특급호텔 특성상 장애인을 고용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플라자호텔은 서울시가 접촉했던 50개 호텔 중 가장 먼저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특히 플라자호텔은 기존에 발굴한 직무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 8명을 추가로 채용해 내년까지 장애인 호텔리어를 총 15명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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