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 사이를 달리다

시민기자 김종성

Visit72 Date2014.09.26 18:11


[서울톡톡] 한강 남단에서 자전거 타고 여행하듯 달릴 수 있는 코스가 여의도~암사동이라면, 한강 북단엔 망원한강공원-절두산 성지-서울숲-뚝섬 유원지-광나루(광진정보도서관) 코스가 있다. 둘 다 주행거리 약 25km의 거리로 누구나 즐겁게 자전거로 달려볼 수 있어 좋다. 초가을의 한결 선선해진 바람과 부드러운 햇살, 중간 중간에 가끔 나타나는 완만한 언덕길은 힘들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강변 자전거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한강 북단의 자전거도로 코스에도 유구한 한강 역사에 어울리는 명소와 풍경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 계절마다 여러 번 달려가도 식상하거나 지겹지가 않다.


6호선 전철 마포구청역 7번 출구로 나오면 한강의 지류 홍제천이 나오고, 홍제천 자전거길을 따라 5분여를 달리면 망원 한강공원이 시원하게 나타난다. 편의점과 텐트를 칠 수 있는 너른 잔디밭, 쉼터가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성산대교 밑을 출발점 삼아 남쪽으로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이맘때면 코스모스가 주류를 이루던 강변에 알록달록 예쁜 백일홍을 심어놓아 꽃구경하느라 천천히 달리게 된다.


원래 잠두봉이란 이름에서 역사의 비극이 담기어 바뀐 `절두산`, 신부, 수녀님이 퇴직을 하고 나온다는 절두산 아래의 철문


옛날엔 양화진이라 불렀던 합정동 강변을 지나면서 누구나 고개를 들어 쳐다보게 되는 ‘절두산’. 원래 이름 ‘잠두봉’에서 비극적인 역사의 사연을 품고 ‘절두산’으로 바뀌었다. 절두산 절벽 아래에 덩굴 잎사귀가 가득한 철문이 보이는데, 절두산 천주교 성당의 신부, 수녀가 퇴직을 하고 나오는 상징적인 문이라고 한다.


빨간 아치가 이국적인 서강대교를 지나다 다리를 품고 있는 듯 보이는 ‘밤섬’은 도시 서울의 현대사를 담고 있는 한강의 큰 하중도(河中島)다. 1968년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여의도를 개발하기 위한 골재, 모래, 흙 등을 조달하기 위해 밤섬은 폭파, 해체를 당하게 된다. 그전까지 고기잡이와 조선, 뽕나무·약초(감초) 재배나 염소 방목 등을 하며 살던 60여 세대의 주민들은 결국 마포구 창전동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고향섬이 그리워 2년에 한 번씩 서울시에 허가를 받고 밤섬에 와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40년 전 여의도 개발을 위해 폭파되었다가 부활하고 있는 놀라운 밤섬


당시만 해도 밤섬은 한강의 해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백사장과 기암괴석의 절경이 아름다운 섬이었고, 한강에 물이 적을 때는 여의도와 백사장으로 연결돼 걸어서 건널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설레는 풍경이다. 40여 년 전, 그렇게 여의도가 생겨났고 밤섬은 사라지고 말았다. 자연이란 정말 놀랍고 신비로운 것이, 파괴되었던 이 섬이 해가 갈수록 원래의 섬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강의 두 번째 기적은 밤섬의 부활이 아닌가 싶다.


견우, 직녀라는 이름을 가진 전망좋은 한강대교 위 카페


첫 번째 쉼터로 정한 곳은 한강대교 북단 바로 위의 전망 좋은 카페다. 다리 양쪽으로 2개가 있는 카페의 이름은 ‘직녀’와 ‘견우’다. 한강자전거도로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카페 내부와 바로 연결되어 있어 편하다. 한강다리위에 붙어있는 카페이니만큼 한강 조망이 참 좋다.


반포대교를 머리에 이고 있는 잠수교는 한강 남단과 북단을 손쉽게 이어주는 자전거족의 가교 역할을 하는 다리다. 1976년 군사적인 목적으로 생겨났지만, 이젠 차량보다 보행자와 자전거족을 더 우대하는 친인간적인 다리가 되었다. 반포대교 또한 기네스북에 등재된 ‘달빛무지개분수’로 중국, 일본 여행객들까지 찾아오는 명물 한강다리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오는 귀여운 사슴들을 구경하며 쉬어갈 수 있는 데가 바로 서울숲이다. 넓은 공원이라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한 바퀴 돌다가, 이채롭게도 이동식 수레 도서관을 마주쳐 책도 잠깐 읽게 되었다. 서울숲 내 편의점에서 간식, 음료수를 먹으며 재충전을 하고 야외 풀장과 우주선 같은 독특한 건물 자벌레가 있는 뚝섬유원지로 향했다. 한강가의 명물이 된 자벌레는 전망대, 공연장, 갤러리, 작은 도서관 등이 있는 문화콤플렉스 역할을 하고 있어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고 있는 명소다. 뚝섬 유원지는 한강 북단에서 오리배가 가장 많이 띄워지고 있는 곳이기도 해, 자벌레 전망대에서 보이는 한강 풍경이 더욱 풍성하다.


서울숲에서 만난 이채로운 수레 도서관, 한강 뚝섬공원의 명물 자벌레


넓은 보행로가 있어 한강을 건너기 좋은 광진교와 광나루 지구를 지나면 마지막 지점인 광진정보 도서관이 나온다. 강변에 있는데다 수려한 벚꽃나무들이 무성해 어느 곳 보다 책 읽으며 사색에 빠지기 좋은 도서관이다. 1층 마당에 한강이 보이는 야외 카페가 있어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자전거 여행을 마치기 좋다.


도서관에서 나와 조금 더 남쪽으로 달리면 경기도 구리시 이정표가 나온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까지 닿았다는 생각에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돌아올 때 대중교통편을 이용한다면 5호선 광나루역이 한강가에서 가깝다.






■ 주요 자전거 여행 코스
망원한강공원 → 절두산 성지 → 서강대교, 밤섬 → 한강대교 위 카페 → 반포대교, 잠수교 → 서울숲
→ 뚝섬유원지, 자벌레 → 광진교 보행길 → 광진정보도서관







김종성 시민기자 김종성 시민기자는 스스로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라 자처하며,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과 사진에서는 매일 보는 낯익은 풍경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진다. 서울을 꽤나 알고 있는 사람들, 서울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이 칼럼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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