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둘러 걸어도 좋은 길

시민기자 이승철

Visit67 Date2014.09.26 18:09

둘레길


[서울톡톡] “저 바위봉우리가 호랑이 머리에 해당하는 건가? 그럼 여긴 호랑이 목이겠네.”


“그렇겠지, 호랑이 목을 눌러 궁궐을 보호했다는 건데, 옛날 그 시절에는 풍수지리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던가 봐.”


“이 절도 역시 조선왕조 창업에 한 몫을 담당했던 무학대사가 세웠구먼.”


서울둘레길 제5코스인 관악산 구간의 삼성산 아래 자락에 있는 호압사 안내판을 보며 일행들이 나눈 대화다. 9월 중순, 아침엔 서늘했지만 한낮의 햇볕은 쨍쨍하고 뜨거웠다. 서울대 입구에서 전철 1호선 석수역 입구까지가 이날의 목표였다.


서울대 입구에서 등산로를 향해 잠깐 걷다가 오른편 샛길로 들어섰다. 입구에 관악산둘레길 이정표가 서있다. 숲이 짙고 그늘이 드리운 입구 골짜기는 선선했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관악산의 줄기에 이어진 이 산의 다른 이름은 삼성산이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느긋한 마음으로 걸었다. 나이든 일행들이라 서두름이 없다.


장승들이 세워져 있는 길, 솟대들이 서있는 풍경


30분쯤 걷자 좌우 길가에 우스꽝스런 표정의 목장승들이 줄지어 서있다. 옛날엔 마을과 마을의 경계표지나 이정표, 또는 수호신으로 세워졌다는 장승들이다. 이곳에 세운 장승들은 둘레길의 운치를 더해주기 위해 세웠을 것이다. 조금 더 걷자 이번에 솟대들이 나타난다. 솟대 역시 옛날엔 마을을 지켜달라는 뜻에서 장대 꼭대기에 나무로 만든 새를 달아 세워놓았다는데, 이곳 솟대들도 모양은 같지만 역시 멋으로 세워놓았으리라.


골짜기에 놓인 징검다리, 곱게 핀 들국화 무더기


물이 흐르는 골짜기엔 예스런 모습의 징검다리가 정답다. 잣나무 숲속에는 삼림욕을 즐기는 인근마을 노인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울창하게 우거져 하늘을 가린 숲 사이로 따사롭게 내려앉은 햇살에 들국화가 무더기로 피어난 모습이 참으로 화사하다. 참으로 무덥던 여름이 가을에 떠밀려 서서히 물러가는 풍경이었다.


조금 더 걷자 ‘삼성산 성지’라는 안내판이 나타난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처형당한 천주교 1명의 주교와 2명의 신부 유해가 안장된 천주교 성지였다. 이곳을 지나면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시흥동으로 이어지는 호암산 고갯마루를 넘는 길이다. 호암산은 삼성산의 북쪽 끝자락에 해당되는 바위봉우리다. 고갯마루에 있는 사찰이 바로 조선태조 2년에 무학대사가 창건한 호압사다.


삼성산 성지 안내판, 호압사


안내판에는 경북궁을 세울 때 태조의 꿈에 호랑이 머리를 한 이상한 모양의 괴수가 나타나 자꾸만 건물을 무너뜨렸다고 한다. 그런데 경복궁에서 마주 바라보이는 호암산 바위봉우리가 호랑이 머리 모양이어서 바로 그 괴수 호랑이를 누르기 위해 이 절을 세웠다는 것이었다. 전통사찰 15-1호인 호압사를 지나 완만한 내리막 산길로 들어섰다.


때죽나무 연리지


시흥동 지역 산자락은 다른 지역보다도 숲이 더 울창하여 자연생태형 계곡으로 보호하고 있었다. 길가에 서 있는 때죽나무 연리지 한 그루가 정겹다. 시흥동 지역 아파트촌을 내려다보며 걷노라니 산 아래 밭 가운데로 뚫린 길이 나타난다. 전철 1호선 석수역으로 나가는 길이다.


초가을 정취도 좋지만 곳곳 종교 냄새도 물씬 풍기는 것이 일상의 찌든 때가 절로 벗겨지는 듯하다. 서울둘레길, 호젓하게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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