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잠두봉이 ‘절두산’이 된 사연?

절두산 순교기념광장에는 한국인 최초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한강아, 너는 물이 아니라 피로 흐른다 / 물빛 푸른 고요가 아니라 / 순교의 터, 거룩한 혈관을 흐른다 / 핏물 삼키고 가는 어둠이 아니라 / 물결 가득 영혼의 빛살로 흐른다”- 이인평 ‘영혼의 강’ 시의 일부 강북 한강공원을 따라 라이딩을 하다 합정동 강변에 이르면 30m나 되는 가파른 절벽을 만난다. 절벽 위 원형지붕과 종탑이 숲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그 아래 옛 양화나루터에서는 개화기에 천주교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시, ‘영혼의 강’을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시간의 흐름이 겹겹이 층을 이룬 곳, 이곳은 1997년 사적 제399호로 지정된 ‘서울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이다. 합정동 한강변에서 바라본 잠두봉(절두산) 모습, 가파른 절벽과 건물이 어울려 비경을 연출한다. 이곳은 무악산 지맥이 와우산을 거쳐 한강변에서 솟아오른 봉우리이다. 불룩하게 솟은 모양이 마치 ‘머리를 쳐 든 누에’를 닮아 ‘잠두봉(蠶頭峯)’이라 불렀다. 잠두봉은 양화진(楊花津)과 선유봉(仙遊峰, 지금의 선유도 공원), 그리고 한강으로 떨어지는 낙조가 어울려 마포팔경 중 으뜸인 ‘양진낙조(楊津落照)’를 만들어낸다. 조선시대에 이곳은 한양도성과 가까워 사대부와 문인들이 즐겨 찾던 명승지였다. 9대 왕 성종이 형, 월산대군을 위로하기 위해 자주 찾은 곳이었다. 중국 사신들 또한 배를 띄워 시회(詩會)를 즐기고 비경을 감상하기 위해 조선 조정에 요구하던 장소 중 하나였다. 당대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양화진’의 배경인 이곳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순교자를 기리는 순교자기념관 건물 모습 양화진이 언제부터 나루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공식적으로는 '고려사'에 처음 이름이 나타난다. 위쪽 잠두봉과 남쪽의 선유봉을 중심으로 비스듬한 모래톱이 형성되어 뱃나루의 조건을 잘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양화나루는...

“광화문광장 당신에겐 어떤 곳인가요?”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가 `광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광화문은 어떤 곳일까. 광화문 광장은 과거 조선시대 육조거리였으며 현재 여러 행사와 문화가 펼쳐지는 곳이다. 지난해 광화문은 시민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선사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도시계획, 역사, 건축, 교통, 시민소통 등 7개 분야 전문가 49인과 100명의 시민위원으로 구성된 ‘광화문포럼’을 운영, 논의 중이다. 1차 포럼은 5월 13일 시민참여단 80여 명이 모여 발대식을 갖고 시작했다.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1차 포럼 주제는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미래비전’이었다. 시민들이 광화문에 가진 기억과 생각을 담아 토의를 하였다. 2차 포럼은 5월 20일 시청 8층 홀에서 열렸다. 발대식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였다. 고등학생부터 70대의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 시민들은 인사를 나눈 후 짝을 지어 광화문 모습을 담은 사진과 설계도를 살폈다. “원래 계획은 이곳까지 잔디를 심으려고 했다고 해요.” “광화문이 역사적인 의미가 매우 깊은 곳이었네.” 원탁토론으로 진행된 광화문워크숍 시민들이 사진을 보며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눈 후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예상대로 광화문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곧 감상과 아이디어가 적힌 종이들이 벽면을 가득 메웠다. 종이에 적은 광화문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을 선별한 후 역사, 대표, 시민, 쾌적성 등으로 분류했다. 분류해 놓으니 다른 조에서 나온 내용과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었다. 토론은 계속됐다. 사회자와 테이블 진행 촉진자(퍼실리테이터)는 토론을 원만하게 이끌었다. 다양한 세대가 모였기 때문에 원만한 토론을 위해 금기어와 추천어를 정했다. “제 생각은…, 그것도 좋은데요”라는 말로 양해를 구하고 “그건 아니고, 안돼요”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들을 수 있게 했다. 이런 토론 매너를 숙지한 덕분에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건강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그래서였을...

3.1운동 100주년, 310인 시민위원 모이다

이화여고기념관에서 3.1운동 100주년 모임이 진행되었다. 지난 5월 20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정동에 위치한 이화여고기념관에서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시민위원 모임이 진행되었다. 이화여고는 역사적 장소인 이화학당 전신으로,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곳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였다. 서울 소재 시민과 중학생 이상 학교 재학생,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총 310인의 시민위원을 모집하였다. 선발된 시민들은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각종 기념사업에 직접 참여한다. 이들은 의견 제시 및 사업 모니터링을 비롯해 신규 기념사업 아이디어 제안과 SNS를 활용한 기념사업의 홍보활동을 하게 된다. 최초의 독립운동 태극기의 모습 이번 모임은 서해성 감독(서울시 3·1운동 100주년 예술감독) 사회로 오프닝 공연과 ‘대한민국 100년의 탄생’을 주제로 미니 다큐가 상영되었다. 3.1운동 100주년의 역사적 가치와 이를 기념하기 위한 서울시의 독립운동 기념시설 조성, 시민참여 행사 및 교육, 독립유공자 예우 강화 등 3개 분야 총 17개 추진 사업이 소개되었다. 이와 함께 310명 시민위원들의 세부 활동 계획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이날 소개된 3.1운동 당시 사용되었던 태극기는 시민위원 배지로 제작된다고 한다. 이날 참석한 시민위원들은 예비위원 자격으로 향후 진행될 3.1운동 관련 강연과 답사, 백범일지 낭독 모임과 토론캠프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식견을 쌓은 뒤 정식으로 위촉되어 시민위원 기록 및 기획 활동과 사업제안을 하게 된다. 한편 이번 모임에 앞서 서울시가 기념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위촉한 33인 기념사업운영위원회 위원 강연과 소개도 있었다. 먼저 공동 위원장인 이종찬 위원장은 “3.1운동은 당시 1,000만 조선인 중 2백만 명 이상 양반에서 기생까지 종교와 신분, 지역과 성별에 구분 없이 참여하여...

걷고 명상하고 …우장산 힐링숲 체험센터 개장

서울 자치구 최초로 운영하는 우장산 `힐링 숲 체험센터` 봄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농사가 주업이던 옛날에는 논에 모를 심는 이맘때쯤 빗물이 절실해 천신께 비를 내려 달라고 비는 기우제(祈雨祭)를 올렸다.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우장산(雨裝山)은 기우제와 관련 있는 산이다. ‘우장산’이란 이름은 조선시대에 기우제를 지낸 날이면 항상 비가 내려서 산에 가려면 우장(雨裝)을 준비해야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우장산은 해발 100m에도 못 미치는 작은 산이지만 우장산 둘레길(9.5km), 유아숲 체험장, 국궁장, 쪽동백나무 군락지 등 다양한 시설과 볼거리가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우장산 둘레길은 강서구민회관이 있는 우장산근린공원에서 시작된다. ‘우장산근린공원’에는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야외무대에서는 다채로운 공연행사가 열리곤 한다. 5월의 연례행사인 ‘우장산 신록축제’가 열리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강서구민회관에서 산책로를 따라 국궁장을 향해 오르는 길에는 느티나무, 벚나무 등 투명하고 싱그러운 신록이 터널을 이룬다. 우장산 둘레길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담한 ‘유아숲 체험장’이 보인다. 8,000여㎡ 부지에 유아쉼터, 숲 도서관, 숲 소파, 나무 위의 집, 흔들다리 등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물을 갖추고 있다. 아이들은 울창한 숲 속에서 나무도 만져보고 흙도 밟고 숲속 생물도 관찰할 수 있다. 참나무 아래 간벌하여 쌓아 놓은 나무더미는 야생동물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유아숲 체험장 근처에 국궁장인 ‘공항정’이 있다. 이곳은 사철 개방돼 있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국궁은 우리 조상의 얼과 슬기가 오롯이 담긴 의미 있는 전통 무예다. 직접 활을 쏘지 않고 활 쏘는 모습을 구경해도 괜찮다.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꿩이 날아오른다는 공항정에서 궁사들이 겨루는 활 솜씨를 응원하는 것도 특별한 체험 거리다. 이곳에서는 4년 전부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2시간 동안...

산책하는 놀이터 ‘서울로7017’에 가다

서울로7017, 발 아래로 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드디어 하늘 위의 보행길, ‘서울로7017’이 시민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1970년에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 차량길을 17개 보행길로 재구성해 2017년에 새롭게 탄생한 것이 바로 ‘서울로7017’이다.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장거리 열차가 운행되는 서울역은 서울의 중심이자 교통 메카로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다. 1970년 급격한 인구증가와 함께 복잡해진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서울역 고가도로는 긴 시간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매년 고가도로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결국 2006년 심각한 안전문제 제기로 차량운행이 전면 통제되었다. 서울시는 45년 동안 자동차를 등에 업고 시민과 함께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기보다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로 바꾸기로 했다. 서울의 관문이자 통일시대 유라시아 철도 시발점인 서울역 주변에 활기를 불어넣고, 남대문시장, 명동, 남산과 서울역 서쪽을 사람길로 연결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새롭게 단장한 서울로7017 개장식이 지난 5월 20일 토요일에 열렸다. 기자는 개장 첫날, 아이들과 함께 직접 다녀왔다. 서울로7017에 활짝 핀 수국 서울로7017로 올라가는 연결통로는 7개가 있다. 기자는 그중 서울로7017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회현역 방향에서 산책을 시작했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서울로7017의 입구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조금 걷다 보니 구멍이 뚫린 기둥이 보인다. 구멍을 들여다보니 서울의 대표적인 야경이 보였다. ‘호기심화분’이란 이름의 커다란 화분은 서울로7017의 중간중간에 세워져 있는데,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소리가 들리는 것도 있다. 음수대는 시원한 산책길에 큰 도움이 된다(좌), 방방놀이터를 타는 아이(우)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긴 줄로 서 있었다. 안내소에서 서울로7017 개장식 일정 등이 실려 있는 책자를 ...

초록이 그리울 때, 강서습지생태공원으로 오세요~

습지 곳곳 우거진 버드나무는 맹그로브 숲을 연상시킨다. 민들레꽃과 냉이꽃, 제비꽃 등 작은 풀꽃들이 예쁘장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신부의 면사포 같은 조팝나무 꽃도 향기를 듬뿍 머금고 있다. 푸르게 일렁이는 갈대밭에서는 여름 철새인 개개비 무리가 우짖는다. 왜가리는 물가 수초를 헤집으며 먹이를 찾고 있다. 이곳에는 많은 생물이 있지만, 이곳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절대 빠트리면 안 될 나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물가에서도 잘 자라는 버드나무이다. 공원 전체 식생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버드나무 숲은 공원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엄마 품 같은 곳이다. 사방이 버드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다양한 습지생물이 살아가는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강서습지생태공원’이다. 강서습지생태공원의 풀꽃을 관찰하는 아이들 강서습지생태공원은 밀물과 썰물이 교류하는 서해와 가까운 까닭에 먹잇감이 풍부해 수많은 생명체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특히 해마다 기러기와 청둥오리, 황오리, 뿔논병아리 등 10여 종의 겨울 철새들이 찾아와 이곳에서 겨울을 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동안 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기도 하였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공원 출입을 전면통제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류인플루엔자가(AI)가 해제되고 공원 출입이 가능해지면서, 강서습지생태공원을 다시 찾았다. 조류전망대를 포함한 ‘공원 탐방로 개방’이라는 기쁜 소식과 함께 오랜만에 공원은 시민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행주대교와 방화대교 사이로 강서습지생태공원 전역이 훤히 보인다. 나무데크와 흙길로 이루어진 공원 탐방로는 온통 푸른빛 물결이다.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나무데크 탐방로로 들어서자 물속에 뿌리를 내린 갈대와 왕고랭이, 부들, 골풀 등의 수생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수초 사이를 비집고 노니는 흰뺨검둥오리와 수면 위로 올라와 숨 쉬는 잉어 떼, 수로에서 한가로이 쉬며 인기척에도 날아오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왜가리, 산란철을 맞아 떼로 몰려다니는 잉어들도 관찰할...

“하얀 팥배나무 눈꽃이 피었습니다”

5월이면 하냔 배 꽃잎처럼 피어나는 팥배나무 꽃잎 서울 둘레길 중 하나인 봉산(약 209m)은 정다운 이름이 어울리는 동네 뒷산이다.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사이에 위치해 서울의 서쪽 경계를 이룬다. 조선시대에 무악봉수대로 이어지는 봉수대가 있어 봉령산 혹은 봉산(烽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봉산은 은평구 수색동에서 증산동, 신사동, 구산동 등을 지나 서오릉 입구까지 이어지는 긴 능선길(약 9km)이 특징이다. 이 능선길은 험하지 않은데다 적당히 경사진 오르막길이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동네마다 산 이름이 바뀐다. 신사동을 지날 때는 팻말에 덕산이라고 바뀌어있고, 증산동에는 비단산이라고 되어 있다. 산 모양이 마치 떡시루 같다고 하여 증산(시루 증甑, 뫼 산山), 한글로는 비단산이라 불렀다 한다. 봉산은 능선길이 부드럽고 그늘이 많아 걷기 좋다 봉산의 울창한 나무숲이 그늘을 드리워 이맘때쯤 따가워지는 햇살 아래에서도 걷기 좋다. 주말에도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한갓진 산길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길섶에서 고개 들어 여행자를 반기는 노란 애기똥풀꽃, 금계국꽃 등과 눈을 맞추면 마음이 절로 화사해진다. 아예 숲 속 정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산속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봉산 숲 속 정자에서 책을 읽으면서 쉬고 있는 시민들 봉산에는 특별한 숲이 있는데, 바로 팥배나무 군락지다. 능선길을 걷다 보면 ‘봉산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안내팻말이 나온다. 팻말을 지나치면 등산길 옆으로 팥배나무 군락지로 가는 나무데크 생태탐방로가 나온다. 산에 주로 떡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참나무류, 아까시나무 등이 서식해 팥배나무가 모여 있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가치 있는 곳이다. 멋진 팥배나무 숲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서울시에서 이곳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생태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팥배나무 군락 팥배나무라는 이름은 열매가 팥을, 꽃은 배나무 꽃을 닮...

1차 ‘서울명산트래킹’ 직접 참가해보니

남산골한옥마을에서 명산트래킹을 시작하는 시민들 서울의 주요 명산과 명소를 걸으며 자연 속에서 휴식과 건강을 얻을 수 있는 ‘서울명산트래킹’이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꽃들이 만발한 주말, 도심 속 명소 걷기의 즐거움에 빠진 사람들은 간편복 차림으로 남산골한옥마을로 모여들었다. 지난 4월 29일 올해 첫 서울명산트래킹 행사가 열렸다. 남산골한옥마을을 출발해 남산도서관을 거쳐 서울 N타워까지 총 4km, 1시간 30분 코스다. 준비운동을 마친 1,200명의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출발선을 나서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부부와 자녀,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한 사람들은 행복한 표정이었다. 트래킹 구간은 힘든 구간 없이 쉬엄쉬엄 걷기 좋은 코스였다. 참가자들은 서로 손을 잡거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벚꽃과 철쭉으로 더욱 아름다운 남산길을 걸었다. 걷다가 멋진 풍경이 나오면 너나 할 것 없이 셀카봉을 꺼내 들고 봄날의 아름다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걷다가 잠시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재준 씨 가족 완만하고 걷기 편한 길이어서인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순위를 매기지 않고 완주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의 체력에 맞춰 걷다가 힘들면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며 주최 측에서 나눠준 간식을 먹기도 했다. 은평구에서 온 박재준(42세) 씨는 “걷기에 관심이 많아 가족들과 둘레길 걷기를 자주하는데 명산트래킹 행사 기사를 보고 참가하게 되었다”며 “가족과 함께하기에 참 좋은 행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하기 미션을 수행하는 참가자들로 가득한 삼순이 계단 코스 중간 중간에는 흥미로운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데시벨 측정기 앞에선 목청껏 “사랑해요~!”를 외치던 사람들이, 두 명이 한 팀이 돼 한 사람 눈을 가리고 나머지 한 사람이 인도하는 ‘믿고 걸어요’ 미션을 수행할 때는 조심하며 진지해졌다. 드라마 촬영 장소였던 일명 ‘삼순이 계단’ 앞은 동일한 포즈로 사진 찍기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교통 키워드로 알아보는 ‘서울로 7017’

5월 20일 개장한 서울로 7017 모습 알아두면 도움 되는 교통상식 (85) - 인간중심 교통의 모든 것 서울로 7017 지난 5월 20일, 18개월의 공사 끝에 ‘서울로 7017’이 개장했다. 1970년 건설된 서울역 고가도로가, 17개 연결로를 가진 고가 보행길로 2017년에 다시 태어났다는 뜻의 서울로 7017은 서울의 관광 명물이자 도심 재생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서울로 7017의 교통 측면의 의미를 여러 개 ‘교통 키워드’와 함께 알아보자. 서울로 7017은 국내 최초 ‘보행자 전용길’로 지정되었다. 그동안 차들이 들어갈 수 없는 보행자 전용도로를 많이 보았는데 국내 최초라니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행자 전용길은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의한 것으로서,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전용도로와 다르다. 쉽게 말해 보행자 전용도로가 기존 도로에 보행자 공간을 ‘설치’하는 개념이라면, 보행자 전용길이란 도로 자체를 아예 보행자 전용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보행자 전용도로의 대표는 보도(인도)로서 찻길 옆에 설치를 하는 식인데, 보행자 전용길이란 애초에 차들이 이용할 수가 없는 길이다. 이에 따라 서울로 7017은 서울시 보행특구의 중심점이 된다. 보행환경을 개선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게 하며, 주변 역사문화공간과 연계한 도보여행길을 발굴하여 보행을 활성화한다. 이렇게 늘어난 보행량은 지역 경제 발전과 낙후된 도심 재생에 기여하게 된다. 자동차에서 보행으로 발상 전환이 우리 행동을 바꾸고 삶을 바꾸는 것이다. 개장식 날 서울로 7017을 찾은 수많은 시민들 서울로 7017은 다른 길과 달리 17m 상공에 있다 보니 교통약자 접근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전 구간에 걸쳐 엘리베이터 6대와 퇴계로 쪽에 에스컬레이터 1개를 설치하여 교통약자들이 편리하게 서울로 7017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인접 건물 연결통로를 이용하여(대우재단빌딩, 호텔마누) 간접적...

[체험기] 서울로7017 개장식 다녀와서

`7017서울화반`에서 김훈이 쉐프가 비빔밥 메뉴판을 들고 있다. 5월의 한낮은 생각보다 뜨거웠지만, 보행길로 새로 태어난 ‘서울로 7017’을 걷는 시민들의 열기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20일, 21일 주말 동안 새로 개장한 서울로는 온종일 사람들로 붐볐다. ‘서울로 7017’은 약 1km의 보행 길에 17개의 연결 통로를 만들어 남대문시장에서 서울역을 거쳐 청파, 만리, 중림동 지역까지 한 번에 걸을 수 있게 했다. 오래 기다려온 개장 당일, 시민들은 서울 위를 걸으며 개장을 기념해 펼쳐지는 여러 가지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대우빌딩 연결로에서 열린 패션쇼 눈에 띄는 건 대우빌딩과의 연결 통로에서 펼쳐진 패션쇼였다. 싱그러운 초록 카펫을 런웨이 삼아 모델들이 다양한 옷을 선보였다. 남녀 모델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런웨이를 화려하게 수놓자, 패션쇼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힘찬 박수와 함께 패션쇼를 즐기는 사람들 때문에 패션쇼가 열리는 시간, 이 구간에서 심한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여느 패션쇼와 다름없어 보이는 ‘서울 365 패션쇼’에는 사실 눈엔 보이지 않는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다.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옷감을 만들어 재활용한 옷들을 선보인 다거나, 소비자가 제품 하나를 살 때마다 캄보디아에 옷을 기증하는 브랜드 등의 조금은 특별한 옷들이 런웨이를 채웠다. 호텔 마누 연결로에서 열린 바자회 그뿐만 아니라 서울역 일대 봉제 의류업체와 젊은 패션 디자이너가 협업해 고가도로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리동 일대 봉제 업체들과의 상생을 꾀하기도 했다. 차가 다니던 길을 사람이 다니는 길로 바꿔보자는 새로운 상상력에서 시작된 서울로와 썩 잘 어울리는 패션쇼였다. 패션쇼가 열리는 맞은편 호텔 마누 연결통로에서는 지역 봉제 업체에서 생산한 서울로 티셔츠와 에코백을 판매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바자회에 관심을 보였다. 봉천동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디자인도 세련된 데다가 지역과 상생의 의미까지 담고 있어 티셔츠 두 장을 구입샀...

중장년 남성들 요리 도전기! “가족에게 맛있는 밥상을…”

노원50플러스센터, 요리에 집중하는 수강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50+ 세대의 인생 후반을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50플러스센터의 이색 강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하는 남자’ 프로그램이 기자의 이목을 끌었다. 그 강좌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노원50플러스센터 3층 ‘함께 부엌’ 에서 중장년 남성 10여 명이 꼼꼼하게 메모를 해가며 김정미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남자요리교실-요리하는 남자Ⅱ’는 노원50플러스센터의 인기 강좌다. 앞치마를 두른 채 한 손에는 펜을, 다른 한 손에는 오늘의 요리 레시피가 적힌 종이를 들고 수업에 열중하는 중장년 남성들의 모습에 사뭇 진지함이 느껴졌다. 조리 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꼼꼼하게 메모 중인 수강생들 이날의 요리는 ‘비빔국수와 짜장 떡볶이’였다. 주말에 식구들에게 제대로 실력 발휘할 수 있는 메뉴이다. 김정미 강사는 “국수가 쫄깃하려면 삶는 법을 달리해야 해요. 물이 끓기 시작하면 찬물을 3~4번에 나눠서 부어주세요”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한 수강생이 “지금껏 우리 아내가 잘못하고 있었네요. 국수가 다 삶아질 때까지 계속 서서 젓고 있던 걸요”라고 말하자 일순간 강의실은 웃음이 가득 넘쳤다. 수강생들은 웃음을 머금은 채 “너무 많이 알면 안 된다”거나 “이제 마누라에게 잔소리가 심해질 것 같다”며 각자 한마디씩 덧붙였다. 수강생들이 본격적인 조리에 앞서 채소를 다듬고 있다. 오늘의 요리 시연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비빔국수와 짜장 떡볶이 시식을 마치고, 2~3명씩 한 조가 되어 요리를 시작했다. 조를 이룬 수강생들은 비빔국수와 떡볶이에 필요한 채소를 다듬어 썰고, 멸치 육수, 소스 등을 만들었다. 아직 칼질이 서툴고 요리 순서도 헷갈려 레시피가 적힌 종이에 의지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리 시간이 흐르자 그럴싸한 음식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한 조 한 조 음식이 완성된 후 함께 시식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한 번 드...

[서울사람] “기다리는 것만큼 단순한 게 어디 있어?”

“서울에서 사회운동하면서 정말 너무 바쁘게 살았어요. 그러다가 지쳐서 느린 사회를 체험한다고, 안식년을 맞아 인도에 갔어요. 마치 한국의 70년대 같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며 그곳에 갔죠.” “가보니까 한 두 시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닌 거예요. 한 번은 은행에 가서 4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새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도 욱해서 지금 바로 일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니까 은행원이 ‘Wait, wait, just wait. It’s simple!’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 경험을 인도의 친구 가족한테 말하니까 그 사람들 또 하는 말이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 하면 모레 하면 되고, 금년에 못 하면 내년에 하면 되고, 이 생에 못 하면 다음 생에 하면 되고’ 라는 하는 거예요.” “그 점이 참 인상 깊었어요. 우리는 보통 ‘해야 돼. 해야 돼’ 하지만, 그 사람들은 ‘지금 안 해도 돼. 조금 늦어도 괜찮아’하는 말로 마음을 보듬어 주고 있었죠. 조금 지나고 보니 잘 알겠더라고요. ‘기다리는 것만큼 단순한 게 어디 있어? 이 세상에 어려운 게 얼마나 많은데…’ 하고요.” 이 글은 ‘휴먼스 오브 서울’(humansofseoul.net)이 쓴 기사입니다. 휴먼스 오브 서울은 신문과 방송에서 보고 듣는 유명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서울 사람을 위한, 서울 사람에 의한, 서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에서는 휴먼스 오브 서울이 길거리 섭외를 통해 시민 개개인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를 발굴하여 전합니다. ...